국내 과산화수소, 천연가스·납사 등 통해 생산
이-팔 전쟁으로 천연가스, 유가, 납사 가격 상승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안정화되던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지표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11월물' 가격은 전쟁 발발 후 30% 이상 증가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과산화수소(H2O2) 등 주요 반도체 소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해 과산화수소 원재료인 천연가스와 납사(Naphtha) 가격이 오르고 있다.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지, 섬유 산업 등에 쓰인다. 고순도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식각·세정 공정과 디스플레이 식각 공정에 사용된다. 고순도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미세화 경향으로 쓰임새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서 실리콘저마늄(SiGe) 선택적 식각 시 초산 계열 식각액과 대량의 과산화수소가 필요하다.
반도체 소재 업계에서는 천연가스 및 유가 급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올 초부터 안정화되기 시작했던 에너지 가격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산화수소 등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11월물 가격은 전쟁이 일어난 후 38% 이상 상승했다. 두바이유는 9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납사 가격도 올랐다. 납사는 원유 정제 시 140~180℃에서 분리되는 탄소화합물을 뜻한다. 납사는 추출 방법에 따라 과산화수소 외에도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프로필렌, 에틸렌 등을 분리할 수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으로 미국 쉐브론이 타마르 가스전 생산을 중단하며 유럽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며 "이번 이-팔 전쟁의 후유증으로 원유뿐 아니라 가스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을 경계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천연가스나 납사에서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는 만큼, 과산화수소의 가격 상승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솔케미칼과 OCI는 각각 천연가스, 납사를 통해 과산화수소를 양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앤오케미칼 등이 코크스 오븐 가스를 재활용해 과산화수소를 생산하기도 한다.
반도체용 과산화수소시장은 삼영순화와 동우화인켐이 양분하고 있다. 삼영순화와 동우화인켐은 각각 한솔케미칼과 OCI로부터 과산화수소를 공급받은 뒤, 이를 고순도 제품으로 정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납품하고 있다. 삼영순화는 일본 미쓰비시가스화학(51%)과 한솔케미칼(49%)의 자회사다. 동우화인켐은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100% 자회사다.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유럽 등지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과산화수소)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과산화수소 계약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상폭은 고객사와의 협의를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