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생성형AI 선도 기업 오픈AI 이사회에 옵저버를 파견한다. MS에 이어 두 번째다.
애플과 경쟁 관계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경계하고 있다. 그동안 오픈AI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백기사'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MS는 130억달러(18조635억원)를 투자했고, 샘 올트먼 CEO가 파면됐을 때 그의 복귀를 위해 힘쓴 조력자 자격이 있다.
2일(현지시각) 미 블룸버그, 로이터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애플은 연말쯤 필립 실러(Philip Schiller) 전 애플마케팅 수석 부사장을 오픈AI 이사회 옵저버로 보낸다. 이사회 옵저버는 일반 이사회 멤버와 달리 의결권은 없지만, 의사결정의 중요한 과정인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오픈AI 이사회가 직면한 중대 사안에 대한 정보 확보는 물론 의사 결정 과정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필립 실러는 애플 역사상 핵심 인물로 손꼽히는 인사 중 한 명이다. 그는 20년 가까이 애플에서 근무했으며, 아이맥‧아이팟‧아이폰 등 애플 핵심 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2009년 개최된 맥월드 엑스포 행사 당시 기조연설자로 나와 17인치 맥북 프로를 발표했고, 최근까지 글로벌 마케팅 사업부를 진두지휘했다. 애플이 오픈AI 이사회의 옵저버로 실러를 보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애플은 단말기‧운영체계‧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실러를 통해 오픈AI 이사회의 비밀 정보까지 접하는 통로가 열었고, 실러가 연내 애플의 챗GPT 서비스 오픈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오픈AI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단편적으로는 연말 아이폰 등 주요 제품에 챗GPT가 처음 들어갈 예정인데, 실러를 통해 원활한 업무 진행에 나설 수 있다. 애플은 오픈AI 이외에 구글, 앤쓰로픽 등의 생성형 AI 도입을 검토하는데, 오픈AI 이사회 참여가 그 시기를 늦출 수 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애플은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챗봇 서비스를 시작하며, 챗GPT 유로 버전 제공을 통한 수수료 형태의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애플은 오픈AI 이외에 구글, 앤쓰로픽 등 다른 AI 기업과 협약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픈AI에 대한 애플의 유료화 시기도 늦출 수 있다. 구글은 매년 아이폰의 기본 인터넷 브라우저로 크롬을 넣기 위해 10억달러(1조3898억원)를 쓴다. 생성형 AI라고 해서 크롬의 경우와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사회 옵저버 참여 결정은 잘하면 유료화 자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MS는 오픈AI와 애플 간 우호적 관계에 불편할 수 있다. MS는 오랫동안 애플과 경쟁 관계였으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AI 분야는 더 그렇다. 오픈AI 이사회는 추후 공식 석상에서 MS 관련 투자나 거래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는데, 회의 내용은 애플에 고스란히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MS는 민감한 논의를 진행할 때 실러의 이사회 참석 배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옵저버인 애플 역시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과 MS는 오랜 라이벌이다"며 "두 회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오픈AI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디일렉=이진 전문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