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인가, 일시적 현상인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위기론이 고개를 든 가운데 기술 인력이 경쟁사나 국책 연구기관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21일 복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경력직 식각 엔지니어 3명을 뽑기 위해 구인 공고를 냈다. 그 결과 200명 가까운 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얘기를 전한 관계자는 200명이라는 숫자를 언급하며 "사실상 삼성 반도체 라인 내 조건이 맞는 사람은 대부분 지원한 것"이라고 했다. 입사 지원 관련 내용은 인사 담당자나 당사자 본인 아니면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지원자가 몰리자 SK하이닉스 담당 부서나 경영진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며 외부로까지 흘러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저연차 삼성 반도체맨의 SK하이닉스행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5년차 미만 경력직을 채용하기 위해 주니어탤런트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 기준을 경력 3년 미만에서 5년 미만으로 완화하고 석박사 학위 기간도 인정해주는 등 채용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자 삼성전자 출신의 지원이 크게 늘어났다는 게 전언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실무에 쓸 수 있게끔 키워놨더니 나간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정부 산하 전문 연구기관으로도 삼성 반도체맨이 몰리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반도체 연구인력 3명을 뽑는데 삼성 반도체 연구소 등 박사급 인력 50명이나 지원했다"고 말했다. KETI는 앞서 반도체 패키지연구센터에 신규 경력 직원을 채용했다. 근래 이 센터에 새로 입사한 인력 8명이 전원 삼성전자 출신이라고 이 사안에 밝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사업부 타운홀 미팅에서 한 직원이 "우수 인력 확보와 인력 이탈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고 묻자 "여러분이 열심히 일해달라. 주위에 나가려는 인력들도 지켜달라"고 답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삼성 반도체 근무자는 "과거에는 삼성전자 연봉이 단연코 업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성과급(PS)을 받아야만 조금 나은 수준"이라면서 "회사 위기론이 겹치면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