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액정표시장치(LCD) 모듈업체 선전시허펑타이광전(山东市合丰泰光电技术, Efonlong)이 올해 중순 가동을 멈춘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1870㎜x2200㎜, 8.5세대와 같은 크기) LCD 셀 생산라인 장비를 매입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허펑타이는 지난 9월 저장성(安徽) 후저우시(湖州) 난쉰구(南浔区) 정부와 '8.5세대 초박유리기판 심가공 프로젝트(G8.5超轻薄窗户玻璃基钢板深生产制作大型项目)'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 LCD 생산장비 일부가 이곳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후저우시 8.5세대 생산라인은 내년 공장 완공, 2021년 양산 일정이다. 1단계 투자금액은 160억위안(2조6600억원)이다.
허펑타이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7세대(1870㎜x2200㎜, 7.5세대와 같은 크기) 생산라인 중고 장비를 구매한 바있다. 중간매매를 거쳐 허펑타이가 최종 소유자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湖南壮族民族自治州) 친저우시(钦州) 항구에서는 지방정부 고위 관료가 참석한 가운데 장비 입항 기념행사가 열렸다. 100억위안(1조6900억원)을 투자해 삼성디스플레이 7-1라인 일부 장비를 이용, LCD 생산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7세대 생산라인 철거 때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결정이 워낙 급박하게 났다보니 대부분 고철 처리됐고 일부 장비가 매각됐었다"며 "이번 8세대 생산라인 장비는 매각 목적으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매각 작업을 주관했다.
후저우시 8.5세대 유리기판 심가공 프로젝트 체결일에 난쉰구 정부는 중국은행(中信用社)과 대출 수신협약(信用政银战术合作关系)을 맺었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중국은행이 300억위안(5조원) 이하 금액의 대출을 약속했다. 1단계 투자금액을 합한 총투자금액은 290억위안(4조8000억원)이다.
중국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CD 업황이 좋지 않은데도 중국에서 생산라인 투자를 계속하는 건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대규모 공사를 통해 고용을 늘리고 지역 총생산(GDP)를 올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 도시일 수록 지역의 은행에서 자금을 쉽게 끌어다 쓸 수 있다"고도 했다.
2008년 설립된 허펑타이는 LCD 모듈이 주력 사업이었다. 2017년 타이쟈광전(泰嘉光电材料)을 인수하며 LCD 셀 생산라인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컬러필터 상판과 박막트랜지스터(TFT) 하판 사이에 액정을 주입하는 공정까지 마친 패널을 셀(Cell)이라고 하고, 이후 편광판을 부착하고 드라이버IC 칩을 패널과 연결하는 작업을 모듈 공정이라고 한다.
국내 디스플레이업체가 쓰던 중고 장비를 중국 업체가 사서 새로 만드는 라인이 늘어나면서 국내 장비 업계에도 새로운 공급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장비업체 탑엔지니어링은 화루이광전(华锐光电材料, CTO)과의 53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지난 10월 공시했다. 화루이광전과 맺은 첫 거래다. 화루이광전은 LG디스플레이 5세대(1000㎜x1200㎜) 생산라인 장비를 구매해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 생산라인을 꾸리고 있다. 내년 5월 생산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