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에 LG화학과 1조원 합의금 언급
SK이노 "진행된 상황 없다"
SK이노베이션이 협력사 달래기에 나섰다. LG화학과의 전기차(EV)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 조기패소판결로 인해 협력 업계가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일부 협력사에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 합의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1조원 가량을 합의금으로 지출할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이같은 발언은 ITC 조기패소판결 이후 협력 업계가 정상적인 수주가 이뤄질 수 있는지 여러 차례 SK이노베이션 측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소송전으로 협력사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 실무진 선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며 "아직 LG화학과 합의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LG화학도 "그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전체 시설투자는 3조7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배터리 사업은 1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헝가리 코마롬 공장 시설투자에만 국내 협력사에 약 3400억원 정도의 발주를 진행했다.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 공장 등을 더하면 협력사들은 7000~8000억원 내외의 낙수효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헝가리 코마롬 2공장, 미국 조지아 공장 중심의 시설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ITC 조기패소판결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배터리 생산 공정까지 포함되어 있어 재료, 장비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협력사 관계자는 "ITC 조기패소판결로 수주에 지장은 받지 않았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 비용이 상당해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ITC는 17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조기패소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의 이의신청이 요식 행위로 보고 있다. 오는 10월 5일로 예정된 최종판결 이전까지 양사 합의를 위한 절차라는 분석이다. 최종판결로 넘어가면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수조원의 배상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합의금이 관건이고 1조원 정도가 SK이노베이션이 지출할 수 있는 한계치"라며 "업황 악화 등의 요인을 감안했을 때 LG화학도 내부 방침을 세워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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