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 LG화학 배터리연구소 셀(Cell)선행개발센터장(상무)이 전기차(EV) 배터리에 사용하고 있는 차별화 소재에 대해 "전 세계 배터리 기업 가운데 LG화학, 파나소닉 두 곳만 음극재에 실리콘을 사용하고 있다"며 "1000~2000회 충방전이 이뤄지더라도 배터리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14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차세대 배터리 세미나(NGBS) 2020'에서 이같이 밝혔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에 실리콘을 적용한 음극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소재는 대주전자재료가 공급한다. 당초 LG화학은 일본 신에츠와 손잡고 개발을 시작했으나 효율이 80%에 미치지 못하자 대주전자재료로 조달처를 바꿨다. 업계에선 2018년부터 실리콘 음극재가 적용된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음극재는 안정성이 중요해 탄소로 이루어져 있는 흑연이나 인조흑연을 주로 쓴다. 다만 흑연은 에너지 밀도가 370mAh/g가 한계다. 실리콘을 사용할 경우 400mAh/g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전기차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방전으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swelling) 현상도 억제한다.
김 상무는 "배터리 개발에서 장수명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배터리 설계와 함께 양·음극 두꺼워지거나 가스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등 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음극재는 양극재, 분리막, 전해액과 함께 배터리 4대 핵심소재다. 양극에서 나온 리튬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대로 양극재 다음으로 많다. 배터리 성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음극재가 바뀌면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업체 기술력에 대해선 소형은 높게 평가했지만 중대형 배터리는 한국, 일본이 더 앞섰다고 설명했다. "소형 배터리는 중국 업체의 능력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면서도 "전기차 배터리 설계 능력은 한·일 업체가 중국 업체에 앞서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한다. 에너지 밀도도 리튬이온배터리의 80% 수준이고 양산성과 공정, 비용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한계를 명확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