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미국의 수출규제 강화로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5일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 화웨이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방해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이 뒤처지고 화웨이는 이번 조치로 중저가 브랜드로 전락할 경우, 한국산 첨단 반도체 수입을 자국산 저렴한 반도체로 대체하는 등 한국 반도체에 대한 수요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도 보고서에서 "(미국의 화웨이 반도체 수출규제로) D램 일부 수요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갖추면 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예상했다.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자국과 세계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3월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 제조 2025'를 발표, 오는 2049년까지 반도체 등 산업 분야에서 첨단 기술 부문의 세계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국가 안보의 측면에서 중국산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를 허용하지 않은 서방 국가들의 전례를 볼 때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불신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국 시장만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7%로, 2014년보다 0.6%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 공급을 계속 필요로 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생산)의 경우 장비가 중요한데, 미국의 제재로 당분간 중국의 첨단 장비 수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5나노 이후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라고 부르는 차세대 기술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ASML이 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질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네덜란드 총리에게 최신 반도체 장비의 중국 판매 차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SML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에 EUV 장비 공급을 보류했다.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아직까지 큰 영향은 받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SK하이닉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받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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