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권 침해' 중국 기업에 애플 카메라 모듈 협력사 오필름이 포함됐다. 오필름의 미국 기술 사용이 제한되고 애플이 공급망 중국 외 이전을 추진 중이어서 국내 업체가 반사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 기업 11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소수민족 탄압과 강제노동 등에 연루된 이들 기업은 앞으로 미국산 부품과 기술 등을 사용하려면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라 미국 정부에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재 명단에 오른 업체 중 오필름은 애플의 카메라 모듈 협력사다. 하반기 나올 아이폰12(가칭) 시리즈에서 오필름의 카메라 모듈 점유율은 10% 후반대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이 40% 중반으로 가장 많고, 대만 폭스콘에 인수된 샤프가 30% 중반이다.
오필름이 이번 제재로 애플용 부품 납품이 차질을 빚으면 국내 카메라 모듈 업체는 애플 공급망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 차별화 요소가 카메라로 한정됐고, 애플은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 생산시설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이 LG이노텍 의존도를 늘릴 수도 있지만 애플 입장에선 경쟁 확대가 바람직하다. 애플 공급망에서 LG이노텍과 경쟁하며 시장 흐름을 이끌 협력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품 단가도 낮출 수 있다. 샤프 기술력도 예전만 못하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2 시리즈 고사양 모델의 후면 트리플 카메라와 3D ToF(Time of Flight) 모듈은 LG이노텍이 사실상 단독 공급한다.
마침 애플은 최근 국내 카메라 모듈 업체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가 아직 초기여서 실제 납품이 성사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애플은 국내 업체 기술력과 납품이력, 생산능력 등을 고루 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애플은 지난해부터 망원 카메라 기능을 강화하려고 여러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LG이노텍 등이 이스라엘 코어포토닉스와 수년째 진행 중인 특허 분쟁의 쟁점 기술도 망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코어포토닉스는 잠망경 형태 광학줌(폴디드줌) 등 망원 특허가 많다. 오필름도 지난달 폴디드줌을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제재로 불확실성이 불거졌다. 광학식손떨림방지(OIS) 기술도 애플 아이폰이 삼성 갤럭시보다 내구성 등에서 떨어진다.
국내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협력사는 여럿 있다. 삼성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엠씨넥스, 파트론, 캠시스, 파워로직스, 나무가 등이 카메라 모듈을 생산한다.
삼성전기는 이미 애플 협력사다. 애플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용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납품한다. 엠씨넥스와 파트론, 캠시스 등은 삼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전후면 카메라 모듈을 공급해왔다. 이들 업체는 폴디드줌과 1억800만 화소 카메라, ToF 모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확대되자 협력사에 중국 내 생산시설 중 15~30%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 검토를 요청했다. 인프라와 생태계, 공급망 등 때문에 중국 내 애플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은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내 카메라 모듈 업체는 국내와 베트남에서 카메라 모듈을 양산 중이어서 이러한 걸림돌이 적은 편이다.
미 상무부가 신장 지역 인권 침해와 관련해 중국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각각 28개, 9개 기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