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업계, 전장 산업용 시장 공략
호황을 지속하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 상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내수경기 침체와 세계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든 데 따른 영향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수요 둔화 영향으로 MLCC 업계 내 창고에 쌓인 재고량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야교(Yageo) 등 저가 MLCC를 생산하는 업체 매출이 최근 하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만 MLCC 업계는 작년 4분기 공장 가동률이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 역시 MLCC 출하량 감소로 작년 4분기 시장 기대치를 소폭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 1분기 MLCC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20~3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초소형 0402(0.4×0.2mm) MLCC는 40~50%까지 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주요 MLCC 업체가 재고 물량을 시장에 밀어내면서 가격 하락이 일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MLCC 시장이 호황이었던 이유는 공급량이 크게 늘지 않아서다. 미국 전자부품 업체 TT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 년간 MLCC 수요는 매년 25~35% 증가했다. 반면에 생산량은 10~25%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값이 올랐다. 그러나 근래 최종 전자제품 수요 감소로 수급 균형이 맞춰진 데 이어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삼성전기는 부가가치가 높은 전장, 산업용 MLCC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수요 감소 상황을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전체 MLCC 매출 3분의 1 가량을 전장, 산업용 제품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전장용 MLCC는 IT 제품 대비 값이 2~4배 비싸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MLCC는 대당 3000~5000개다. 스마트폰(800~1000개)보다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전장용 MLCC는 고온 고압 같은 고신뢰성 기술이 필수”라면서 “고객사의 엄격한 기술 검증을 통과한 소수 업체만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절대 출하량’ 측면에선 여전히 불안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연간 판매되는 스마트폰 수량은 14억대를 웃돈다. 매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차 숫자는 8000만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라타와 삼성전기가 경쟁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어 실제 공장을 가동할 시점에는 고부가가치 MLCC 역시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MLCC는 전자제품 내부 각 부품에서 사용할 전류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만 흐르게 하는 부품이다. 전기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방해 전자파를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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