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잘 안돼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국내 자동차-반도체 기업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협의체가 발족한다.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차량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해보자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에도 이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산업부는 3일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을 개최하고 국내 자동차-반도체 기업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수요기업(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공급기업(삼성전자, DB하이텍, 텔레칩스, 넥스트칩), 지원기관(반도체협회, 자동차협회,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주요 인물이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이번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불안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일치에 의한 것으로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제했다. 산업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현재 조달이 어려운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은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삼성전자나 DB하이텍은 차량 MCU 공정을 갖고 있지 않다. 이날 발족식이 단기간 내 성과로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짚고 넘어간 것이다.
강 실장은 그러나 "이번 위기를 미래차-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자동차와 반도체 기업의 협력모델 발굴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나온 업계 의견을 검토해 구체 계획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또한 단기 조치로 "국내 자동차업계 요청에 따라 반도체 수급상황 개선을 위해 국제 사회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유럽 등은 대만 TSMC 등 해외 파운드리에 차 반도체 증산 요청을 하고 있다. 산업부가 표현한 '긴밀한 논의'가 대만에 증산을 요청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에도 산업부 주재로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성과도 나오지 않았다. 당시 행사에는 현대차에선 부회장, 삼성전자에선 사장급 인사가 나왔다. 산업부에선 장관이 행사를 주재했다. 올해 행사에 나온 인물 면면을 보면 당시 대비 결정권이 떨어지는 인사로 구성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 반도체는 일반 소비자용 반도체와 비교해 시장이 작고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다"면서 "국내 수요기업의 전향적 협력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큰 성과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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