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폴더블 스마트폰 '픽셀폴드(가칭)' 출시가 연기됐다. 구글 내부에서 제품 경쟁력을 자신할수 없었고,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점이 출시를 연기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구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하며 "구글이 폴더블폰 픽셀폴드를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2022년 상반기까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17일 밝혔다.
구글은 올해 4분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간 외신 등을 통해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구글 픽셀폴드는 120Hz의 가변 주사율을 가진 7.57인치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디스플레이와 12.2MP 후면 카메라를 탑재했다. 삼성 갤럭시Z폴드3와 비슷한 사양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꾸준히 제품을 개선해왔다. 지난 8월에는 폴더블폰 최초로 IPX8등급 방수를 지원하는 갤럭시Z폴드3와 Z플립3를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차기작인 Z폴드4와 Z플립4는 내년 3분기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출하량도 올해보다 2배가량 높은 1300만대로 잡았다.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샤오미·오포·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폴더블폰 개발을 서두르며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다만 기술력 면에서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중국과 국내의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를 2년 정도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연구하고 있지만 자체 개발하기 보다는 국내 제품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해서 쫓아오는 식이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란 장치의 기술적인 원리를 구조분석을 통해 발견하는 과정이다. 제품 생산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타 회사의 제품을 분해해 작동 원리를 이해할때 쓰인다.
세계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Royole)'이 2018년 출시한 '플렉스파이'다. 하지만 출시를 무리하게 서두른 탓에 제품의 완성도를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웨이도 2019년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의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를 출시했다. 다만 미국의 규제로 인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구글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지 못했으며 약한 내구성도 문제가 됐다. 메이트X의 제품 안내문에는 "영하 5도 이하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중국 TCL도 구글처럼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했다. 삼성 폴더블 스마트폰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스테판 스트라이트 TCL 마케팅 책임자는 지난 9월 IT매체 씨넷과의 인터뷰에서 "TCL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높아진 부픔 가격 등의 이유로 폴더블폰 출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12~18개월 내에는 폴더블폰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폴더블폰은 반으로 접을 수 있게 만들어진 스마트폰이다.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디스플레이의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생기고 내부 공간이 적어 배터리 용량이 적은 점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폴더블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처럼 접거나 돌돌 말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조 기술과 접히는 부분을 구동할 정교한 힌지 기술이 필요하다.
로스 영 DSCC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이 폴더블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보다 더 좋거나 더 저렴한 제품을 제공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구글이 폴더블 스마트폰 프로젝트를 완전히 엎은건 아니다. 다만 올해 출시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