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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엔지니어, 중국 가면 연봉 5배? 유경험자에게 물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엔지니어, 중국 가면 연봉 5배? 유경험자에게 물었다
  • 이상원 기자
  • 승인 2021.06.24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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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유출, 전략적 대응 필요
<편집자 주> 가천대 문국철 교수는 디스플레이 전문가다. 삼성, LG를 거쳐 중국에서 7년간 근무했다. 그는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 주장한다. 한국이 중국에 노하우를 전수한건 사실이지만 실제 기술 유출은 장비 업체나 미국 기업 등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중국으로의 이직은 매력있을까? 실력 있는 디스플레이 엔지니어 연봉은 세후 2억원 가량이다. 혹할만한 금액이지만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3년 근무한 뒤 '토사구팽' 당할 수 있다. 추가 지출도 많다. 경력 단절도 고려해야 한다. 욕 먹을거 각오하고 나왔다는 문 교수. 중국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중국의 정보 획득 경로를 말한다. 막을 순 없지만 전략적으로 파악해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게 골자다. 점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 업체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가천대 문국철 교수

인터뷰 진행 : 한주엽 디일렉 대표
정리 : 이상원 기자

- 교수님,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삼성디스플레이(당시 삼성전자)에 14년 있었고요, LG전자에서 2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비전옥스라는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제가 중국에 갈 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기술이 존재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디스플레이의 불모지였던 기억이 납니다." - 비전옥스는 6세대 OLED를 만드는 곳이죠? "네. 중국 OLED 업체들이 많은데 규모로 보면 4~5위 정도 하는 곳입니다." - 삼성에 계셨을때 디스플레이를 전문으로 하셨습니까? "네. 처음에 공정 엔지니어, 프로세스 아키텍처였었고요, 나중에는 설계 PM을 거쳤습니다." - LG전자에서는 뭘 하셨습니까?" "55인치 TV 개발하는 TDR 맴버로 일했습니다. 생산 제품은 아니었고, 전시 샘플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역자 주 : TDR은 '해체하고(Tear Down) 새롭게 디자인한다(Redesign)'는 뜻이다. 프로젝트를 위해 전문가들이 모인 그룹으로, LG 혁신 활동의 일환이다. - 화이트 OLED 초창기 시절 말씀하시는거죠? "네. 가장 변화가 많던 때였죠. (TFT 구조가) 바텀게이트에서 탑게이트로 바뀌고, (보상회로가) 내부에서 외부로 바뀌던 변화의 시점, 글라스 1장, 2장 쓰는 구조 등… 여러가지 테스트를 진행하던 무렵이었습니다. 지금 양산 구조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으로는 언제 가셨습니까? "2013년도에 티얀마라는 곳을 처음 갔습니다. 중국 샤먼시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공장에 LCD를 셋업하러 갔었죠. 당시 중국 업체는 LCD 만들기에도 정신없었습니다. OLED는 연구소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 중국 기업으로 갔던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대부분은 개인적인 사정 떄문입니다. 기업 문화와 본인 비전과의 미스매치가 대표적이죠. 이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기업을 떠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기업에 간 친구도 있었습니다. 인력 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움직였던 것 같아요." - LCD 분야는 중국이 명실상부한 1등 국가로 올라오고 있고, OLED는 우리나라와 격차가 조금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이 기여를 많이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부정할 수 업는 사실이죠. 베이징 5세대 B1 공장은 한국 사람이 셋업했습니다. 그떄 가신 분들이 200여명 정도 됩니다." - 예전에 하이디스에서 가신 분들이죠? "그분들이 1세대입니다. 정부에서 막지도 않았고, 그분들은 회사 살려야 하니까 사명감을 가지고 갔었죠. 제가 알기로는 대리부터 부장, 임원까지 있었는데 그분들이 아직도 절반 가량 남아 있습니다. CSOT나 HKC 같은 업체들 굉장히 많죠? 그런 곳으로도 가셔서 중국 대형 LCD 산업이 성장하는데 기여했던 것이 맞습니다." "OLED는 재밌는게, 흔히 알고 있는 사실과 많이 달라요. 기술 이전을 한 주체는 OLED를 생산하지도 못했던 대만, 일본 업체 사람들이었습니다. LTPS 백플레인 때문에 일본 인력도 있었고, 대만 인력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때 OLED 경험 없이 갔었습니다. 2013~2014년 OELD 인력이 중국 전체에서 10명도 안 됐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분들은 당시에도 굉장히 나이가 많으셨어요. 저보다도 5~10년 정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옛날 한국에서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그런 분들이 많이 계셨죠. 비행기 타고 와서 강의하고 다시 일본으로 가시던 고문 기술자들… 중국에도 많이 있었나보죠? "시장이 커지던 2015~2016년 시절 40~50대 분들인데 어떻게 보면 가슴 아파요. 이 분들이 가고 싶어서 간건 아니거든요. 여러 상황이 있었죠. 30% 정도는 회사가 더이상 자기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 가게 된 분들이 계세요. 70% 정도는 회사의 비전이 맞지 않아서 이직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때 중국 OELD 업체는 하드카피하느라 정신없었죠. 삼성·엘지와 라인 배열(Congifuration)도 똑같이 가져가고, 흐름(Flow)도 똑같이 설계하고… 삼성·엘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리버스 엔지니어링(생산된 제품을 분해해 숨은 아이디어를 찾고 설계 도면을 뽑아내는 것) 해서 똑같이 설계하던 상황이었으니까 설계 엔지니어나 PM 인력이 필요하진 않았습니다. 주로 필요한 인력은 라인의 단일 공정 엔지니어였죠. 2016~2017년에 많이 가셨던 분은 라인 프로세서 엔지니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개발·설계 엔지니어가 없었다는건 아닙니다. 삼성이나 LG에서 핵심 인력을 비교적 잘 관리했다고 생각해요. 그게 실력 차이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판단할때 동일 제품  기준 중국이 1~2세대 이상 뒤떨어져 있어요. 핵심 기술, 정확히 이야기하면 노하우죠.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전체를 바라보는 시스템 엔지니어인데 중국에서는 그런 앤지니어를 본 적이 없습니다." - 중국에 몇년 계셨습니까? "7년 있었습니다." - 회사에서 문서를 들고 나가거나 하면 법에 걸리죠? "그건 불가능하고요." - 머릿속에 있는 노하우를 말하는거죠? "네. 노하우가 강하죠." - 그것만 가지고 중국에서 뭘 만들기는 어려울텐데, 라인이나 흐름도 같은 것들은 개인보다 협력사를 통해서 나가는 것 아닌가요? "대부분은 정답을 아실거예요. 최근 중국 기술력이 급부상한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설비 업체를 통한 기술유출이라고 하죠. 개인적으로는 프레임인 것 같아요. 왜냐면 상장사든 비상장사든 얼마 이상 수출하면 공시를 다 합니다. 이런 공시 내용을 정리해서 판매하는 리서치 회사들도 많습니다." - 그쪽 통해서도 많이? "네. 기본적으로 중국 업체들의 하드카피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뭐냐면, 그런 업체들과 테크니컬 미팅, 스펙 미팅을 하면서 거꾸로 듣고 배우고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최근에 우려하는 것중 하나인데 구글이나 애플같은 다국적 기업에 한국 인력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중국 업체와 기술 미팅, 비즈니스 미팅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안 하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대치동에 있는 롯대 백화점'이라고는 안 하더라도, '강남구의 L 백화점'이라고 하죠. 이렇게 이야기 하는건 뭐라고 막을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어요." - 국내 인력이 중국으로 가는 것을 대기업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일본 기업에 대해서도 그렇습니까? "제가 봤을땐 안 그런것 같아요. 실제로 애플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는 삼성·LG 경력자잖아요. 그분들이 삼성이나 LG에서 패널을 사간다고 하면 아무 문제 없죠." - 중국에서 많이 사가잖습니까?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것들이 존재하니까요. 애플이나 구글의 전략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서플라이 체인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 중국과 일본·미국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이나 미국으로 가는 건 괜찮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애플에 가신 분들은 에이스가 맞습니다. 미국 유학도 다녀오시고 다년간의 경험에 훌륭한 대학의 박사 학위를 지닌 분들이 많죠." "중국 인력은 공채 출신에 10년 이상 라인에서 단일 공정 엔지니어로 일하셨던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40~50살 넘으니까 회사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져서, 흔히 말하듯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고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극단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중국으로 이직할때 연봉을 굉장히 많이 준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젊고 실력이 있으면 120만RMB(약 2억원) 정도로 보시면 되요. 세후 기준이라 굉장히 큰 돈이죠. 그런데 중국에 가면 비싼 아파트에 살아야 합니다. 보안 문제 떄문에 어쩔수 없어요. 로컬 아파트에서 살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월세로 한달에 150만~300만원 정도 부담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가면 자녀들의 국제 학교 비용이 있고, 혼자 가면 이중 살림 비용이 들죠. 국내에선 필요 없던 추가 비용이 대략 5천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또, 중국은 4대 보험이 없습니다. 퇴직금도 없어요. 중국 의료보험은 있죠. 그런데 우리가 중국 병원에 못 가요. 말이 안 통합니다. 한국 지역보험, 개인연금, 국민연금은 다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지금 중국에 가시는 분들이 이런 걸 모르고 가시는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생존에 몰려서 가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중국에 갈 당시인 7년 전에도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때는 굉장히 큰 금액이었죠. 2016~2017년도에 높은 연봉을 받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년 계약을 채우는 비율이 50%도 안 되는것 같아요. 재계약도 반이 안 되고요." - 일반적으로 3년 정도 계약하나요? "네. 최근에는 자녀 교육비가 부담되는 분들이 (중국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과거 2013년 즈음에는 인력이 거의 없었으니까 좀 달랐고, 2015~2016년에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 누가 중국으로 간다고 하면 교수님은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55세 이상이면 가도 된다. 하지만 50살 미만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55살에 중국에 가서 회사에 뭔가 작은 일이라도 기여를 하면 3년은 채우실 거예요. 3년 있다 돌아와서 일하시면 되요." "하지만 50세 미만에게는 일종의 경력단절이거든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일종의 장벽이 있습니다. 내부 정보를 알 수도 없고요.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데 정보가 적은 상태에서 높은 아웃풋을 요구하다 보니 트러블도 있어요. 이런 이유로 1년을 못버티는 분들도 있습니다." -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쪽에 일하는 분들을 안좋게 이야기하는 여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인정하고요.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2015~2016년도 한창 중국 붐이 일던 시절 10명이 퇴사하면 7명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갔고 3명은 중국으로 갔습니다. 중국으로 간 사람들은 매국노가 되고, 미국으로 가면 영웅이 됐습니다. 실리콘벨리로 갔다고 사람들이 비난하지는 않잖아요. 오히려 배우러 간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죠." "아시겠지만 OLED 관련해서 미국 실리콘벨리에도 굉장히 많은 벤처 붐이 있었습니다. 카티바, 오쏘고날, 구글, 애플 같은 곳에서 인력 상당수를 한국에서 수급했거든요. 그분들은 이 기술 가지고 중국이나 이런 곳에 정보도 주고, 기술 교류회니까 당연하죠. 막을수 없어요." - 지도 편달을 해줘야 하니까요. "그거만 있나요. 학회도 마찬가지고, 그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어요. 기술교류냐 정보유출이냐에 대한 범주를 정하기가 어려워요. 이직도 그렇고. 회사에서 이직자를 정보와 잘 구분해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대로 50살 넘어 회사에서 하대받고 '내가 나가야 하나' 라고 느끼는 분들이 생존을 위해 다른 나라로 이직하는 걸 가지고 누가 손가락질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드네요. "유독 디스플레이, 반도체 분야만 그런 것 같습니다. 중국 완성차 업계가 독립법인으로 200개가 넘어요. 현대·기아·대우차에서 상당히 많은 인력이 가셨거든요. 그런데 현대·기아·대우차에서 그분들에게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못 봤어요. 이제는 있겠죠. 전기·수소차는 중요한 문제니까요. 하지만 규모로 보면 그쪽이 훨씬 많습니다. 중국 지리자동차 같은 곳에는 한국 인력이 40~50명씩 됩니다." - 디스플레이 분야만 봤을 때 중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어느정도인가요? "제가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7년 전에 물어보면 10년 격차라고 했고, 3년 전에 물으면 2년 격차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다시 물어보면 여전히 2년 격차라고 이야기합니다. LCD 기준으로는 삼성·엘지가 신기술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6개월 이상 격차가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모든게 그렇지만 독주하게 되면 시장은 줄어듭니다. 관련 산업도 줄어들어요. 우리만 먹고살겠다 하면, 우리의 범주가 어디냐는거죠. 예를 들면 그 많은 협력사들은 삼성·엘지에 장비 못팔면 중국에 팔아야 합니다. 중국과 삼성 둘 다 신규 투자가 없으면 문 닫아야 하죠. 그 기업들이 다 코스피 상장사들인데 주주들의 타격을 생각해보면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본이 주장했던 가마우지론(한국이 완제품을 수출해도, 핵심 부품·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는지라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일본이 챙기게 되는 문제)을 우리가 써먹을떄라고 봅니다. 우리가 신기술을 개발하면 중국이 쫓아오는데 2년이 걸립니다. 이유가 있어요. 중국은 대기업이 아니예요. BOE 그룹만 하더라도 여러개의 사이트가 있습니다. 사이트가 독자적으로 R&D를 보유하고 서로 경쟁합니다." - 자회사가 아닙니까? "중국도 그렇게 하려고는 합니다. 굉장히 독특한 구조인데, 각 회사별로 투자 주체가 다릅니다. 지방 정부가 들어와 있고 거기에 투자 은행이 들어와 있는 식입니다. 굉장히 복잡한 투자 주체들로 인해 이사람들을 다 무시하고 그룹 차원에서 일반적인 정책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링크가 있긴 해요. 흔히 표현하길 느슨한 링크라고 합니다. 연대감? 얼라이언스 같은 개념이죠." - 대기업이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렵겠네요. "그렇죠. '망하면 다 같이 망하고, 가면 다 같이 간다'는 정도입니다. A공장이 개발한걸 B공장이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기술을 안 가르쳐준다고 인력 파견을 요청하는데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새로 로드맵을 개발해서 그대로 움직이는건 굉장히 오래걸려요. 조직을 개편하기 전까지는 힘들다고 봅니다. 그러다 보니까 어떤일이 생기냐면, 일단 본 다음에 움직입니다. 실물이 있어야 하는거예요. 예를들어 우리나라에서 제품을 공개하면 중국에서 이걸 리버스 엔지니어링해서 쫓아옵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실물을 보기 전까진 믿지 않아요. 실물을 보고 나면 장비를 사야 하죠. 장비가 들어오는데 최소 1년이 걸립니다. 1년 걸려 개발 시작해서 샘플을 건네주고 기술을 완성하는데 1년 6개월 걸립니다. 정상적으로 양산까지 시작하려면 2년이 걸립니다." - 그래서 2년이라는 거네요.  "이건 물리적으로 못 줄이는 시간입니다." - 개발을 안하네요? "개발을 하긴 하죠. 우리가 이야기하는 R&D나 기술전략(Technology Strategy) 중에서 리서치(Research)와 전략(Strategy)이 약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삼성은 캡티브(Captive, 내부 계열사), 비캡티브가 있으니까 세트랑 협의하면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세트 업체는 캡티브가 아닙니다. 기술을 리딩하는 업체가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삼성·LG·애플의 신제품을 보고 세트 업체가 쫓아가고, 그걸 다시 디스플레이 업체에 내려주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중국에서 독자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만들게 두면 안 된다는거죠. 요즘은 어떤 루트를 통해서든지 정보가 실시간으로 새어 나가는것 같아요. 제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중국 쪽에 확인해보면, 그래도 실물이 언제 나오냐고 물어봅니다. 그걸 봐야 자기들이 모르는 미싱 링크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확보하는거지, 말로만 듣고 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나오고 있는 여러가지 신기술, 폴더블 같은 것들을 중국에서도 해요. 안 한다는건 아닙니다. A, B, C, D안을 가지고 리밸류에이션을 하고 있죠. 그 중에 양산은 뭘로 하냐, 삼성·LG·애플이 하는 걸 보고 약간 수정해서 쫓아갑니다." - LCD는 미니LED 등 여러 제품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기술이 어느정도 멈춰 있으니까 중국에서 쫓아 왔다고 이야기하는거고, OLED는 계속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면 2년의 격차는 계속 남아있다? "예를들어 리지드(Rigid, 딱딱한) OLED가 끝났다고 하던 시절에 플렉시블(Flexible, 유연한) OLED가 등장했죠. 플렉시블도 밴딩 구조부터 시작해서 신기술이 계속 튀어나와 시장을 리드할수 있느 시간이 있습니다. IT쪽으로도 시장이 확대될거고요. 무궁무진하죠. 재료 구조도 비슷하거든요. OELD 신재료가 나왔다고 해도 중국 업체가 선도적으로 쓰긴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삼성에서 양산하고 문제 없으면 중국에서도 받아쓰겠다는 거죠." - 교수님은 중국어 잘 하세요? "기술 미팅에선 말을 하죠. 그런데 슈퍼마켓에선 못 합니다. 중국으로 가면 보통 통역이 붙어요. 두가지 의미가 있죠. 통역도 하지만, 감시하기도 합니다." -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으로 가려는 분들에게 디스플레이와 같은 조언을 해주실 겁니까? "반도체는 더 힘들거라고 봐요. 예전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냐면, 이건 농담입니다. 중국 우시의 하이닉스 공장에 김대리가 휴가를 가면 라인이 다운된단 이야기가 있어요. PM을 못해서입니다." "중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력은 굉장히 고급인력입니다. 우리가 '검사님'이라고 부르듯이 중국도 '베이징 대학 나왔다' 하면 우러러보는 문화가 있어요. 그런 문화가 3~4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베이징 대학 나온 사람이 입사하면 회사에서 아무 일도 안 시켜요. 승진도 빠릅니다. 그런데 한국의 김대리는 평범한 대학을 나왔지만 PM을 잘해요. 그래서 주재원으로 간거죠. 근데 김대리가 베이징 대학을 나온 왕과장에게 일을 시키잖아요? 그러면 왕과장은 내일 회사 안 나옵니다. 다른 회사로 가요." - 실제로도 그런 일들이 많이 있나요? "엄청 많죠. 그래서 중국 회사는 한국 사람에게 조직장을 안 시킵니다." - 말을 안 듣나요? "한국 스타일로 일을 주면 중국 노동법에 걸립니다." - 중국에도 노동법이 있군요? "있죠. 그래서 뭐라고 하면 기분 나쁘다고 회사에 안 나옵니다. 반도체 기업도 비슷하죠. 왜냐하면 기술적 노하우를 습득할수 있는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첨단 산업이라고 고급 인력만 잔득 뽑아 놨어요.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여태 받았던 처우에 비해 일이 힘들어요. 위에 있는 대만이나 한국 사람이 뭐라고 합니다. 기분 나쁘죠. 좋은 대학도 안 나오고 박사도 아닌데 뭐라고 하니까요." "중국에서 과장~부장 쯤 되는 유닛 조직장을 경리라고 합니다. 그 사람들은 젊어요. 30대 초반에 경리가 됩니다. 중국은 군대를 안 가니까 23~24살 정도에 사회 생활을 시작하죠. 석사, 박사를 받고 오면 26~27쯤 됩니다. 보통 한 회사에서 4~5년 있어야 경리를 다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이직할때 경리를 달라고 하면 1년 후에 경리를 줍니다. 그럼 이 친구는 실제로 3년간 신입사원 OJT 받은 것밖에 없는데 경리가 돼요.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나요. 한국에 있는 나이 많은 분들은 경리가 해결할 수 없는 그 부분을 채운거예요. 한국에서 중국으로 간 분들이 관리 체계나 생산 노하우를 전수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기술 노하우가 차지하는 부분이 전체의 몇 퍼센트 정도 될까요? 그 점이 조금 의문입니다." - 시간을 조금 단축시키는 정도의 일이었군요. 앞으로도 종종 나오셔서 중국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오늘 이자리에 나오기가 굉장히 껄끄러웠어요. 부정적으로 보시는 부분이 있을겁니다. 제가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제 변명이 있고, 다른 하나는 중국 업체가 정보를 얻는 경로에 대해서 말씀드릴겁니다. 그걸 막자는게 아닙니다. 막을 수가 없어요. 우리에게 주어진 경계 조건(Boundary condition)입니다. 그게 없으면 산업 전반에 타격이 커요. 그래서 삼성이나 한국 유관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파악해서 빠져나가거나 대책을 수립하는 부분을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번쨰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중국에 주재원을 갔다 오시거나 외교관을 다녀오신 분들이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중국 기업이라든지, 밑바닥에서 중국 사람들과 같이 생활했던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런 부분을 정책의 일환으로 사용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죠." - 중국 사람들과 7년동안 같이 일하셨죠? 많이 다른가요? "중국에서 농담삼아 하는 말이 있습니다. 3단 메요(并找不到, 안돼)입니다. '아니다' 라는 부정적인 의미인데요, 처음에 일이 잘 진행되고 있냐고 물어봐요. '메요웬티(并找不到难题)', 아무 문제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어요. '메이방파(并找不到小妙招)',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하면 '나 그만뒀다'며 '메이꽌시(并找不到的关联)', 나랑 관계 없는 이야기라고 해 버립니다." "중국 사람을 비하하려는게 아닙니다. 모든 업체가 다 그렇다는 것도 아니죠. 중국도 이걸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문화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책임진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그만큼 인력시장이 넓어요. 회사에서 '저 사람이 나한테 왜 심한말을 해?'라고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가는거죠. 이런 문화들은 조직적으로 부딪쳐보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믈론 단편적으로, 과장해서 말씀드린거고 중국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옛날에 이런 사람들이 30% 정도 됐는데 이젠 10% 정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 중국의 경쟁력이 좋아지는거네요. "그만큼 좋은 일자리도 줄어들고 의식도 변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중국과 거래하는 업체들도 많이 느끼실 거예요. 한국에서 중국과 거래하거나 에이전트를 하는 분들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세가지를 이야기해요. 첫번쨰는 정교한 관리 능력. 이건 화웨이가 주창해서 많이 변했어요. 화웨이가 일 단위로 디테일하게 관리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두번째는 경험 부족이예요. 중국에서 영상을 보는 분들도 많을텐데 제가 비하하려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방법을 몰라던 거예요. 관리 체계가 없었으니까요.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 해법 제공자)가 모자랐던거죠. 이제 그런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세번쨰는 책임감인데 중국도 요즘 일자리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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