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환경시험, 적정 수준에 맞는 시험 진행이 중요"
"전장은 가전제품보다 기준 엄격‥ 인명 피해 우려 때문"
한 때 핸드폰 광고 중에는 내구성 테스트를 소재로 한 광고가 있었다. 트럭이 휴대폰을 밟고 지나가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도 흠집 하나 없는 영상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견디는 튼튼함'을 보여주려는 취지였다. 이와 관련된 일반 사용자의 후기를 '바이럴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었다.
디스플레이 액정 면적이 이전보다 넓어지고, 내부에 쓰이는 부품이 복잡 다단해지는 요즘 스마트폰에 있어서도 내구성 테스트는 필수다. 하루에도 수십번 호주머니에 넣고 빼기를 반복하고, 실수로 떨어뜨리는 과정을 견뎌낼 정도인지는 제품 양산 이전에 꼭 거쳐야 할 필수 테스트다.
큐알티는 반도체 등 전자부품의 신뢰성 및 불량 평가·분석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업이다. 국내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의뢰로 진동, 충격, 낙하 등 기계적 환경시험을 담당한다. 자동차 전장부품의 내구성 테스트도 큐알티가 맡고 있다.
정석환 큐알티 환경시험분야 수석연구원은 10일 <디일렉>과 인터뷰에서 "품질 시험은 무작정 높은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있는데, 꼭 그렇지 않다"며 "적정 품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품질이 높으면 필연적으로 가격도 올라가면서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시험 진행 단계도 천차만별이다. 반도체 칩은 설계 및 디자인 단계에서 시험한다. 칩을 인쇄회로기판(PCB)에 올린 상태가 기준이다. 이 반도체 칩을 제품에 사용해도 괜찮은지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반도체 칩은 일반 가전제품보다 시험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라며 "요즘 스마트폰은 바지주머니 높이 정도인 112cm 높이에서 최소 500번, 최대 1000번가량 낙하시험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한 시험을 통해 제품의 수명 곡선을 구하고, 수명 곡선을 통해 제품의 초기 불량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정 연구원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부품은 일반 전자제품보다 시험 기준이 엄격하다"며 "스마트폰은 사용 주기가 2년 정도로 짧은 편이지만, 자동차에 탑재되는 부품은 최소 10년에서 25년 이상의 사용주기가 길어 그만큼 환경시험도 엄격하게 진행한다"고 전했다.
자동차 전용부품에 대한 신뢰성 시험은 크게 수명(Life Cycle) 시험과 환경(Environment) 시험으로 나뉜다. 그 중 환경 시험은 기후 환경시험과 기계 환경시험으로 구분한다. 수명 시험은 한 달 이상 제품을 고온·저온·습도 등의 가혹한 환경에 노출시켜 시간의 변화에 따른 제품의 변화를 관찰하는 시험이다. 10년 이상 사용 가능한 제품의 내구성을 시험하기 위해 10년간 시험을 진행할 수는 없기에, 제품을 가혹한 환경에 노출시켜 빠르게 상태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 연구원은 "최근 자동차반도체 공급문제가 불거지면서 시험 물량이 굉장히 늘었다"며 "전장용 반도체가 아닌 다른 산업분야에서 쓰는 반도체를 자동차용으로 쓸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보려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정석환 큐알티 수석연구원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Q. 현재 …큐알티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십니까?
A. 기계적 환경시험의 기술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신뢰성 평가는 '기후적 환경시험'과 '기계적 환경 시험'으로 구분하는데요, 이중에서 기후적 환경시험은 온도·습도와 관계된 시험이나 바닷가의 소금물 등을 가지고 하는 시험을 말합니다. 기계적 환경시험은 기계적인 움직임이나 진동, 충격, 낙하 등과 관련된 시험입니다.
Q. 옛날에 '자동차가 밟고 지나가도 핸드폰이 작동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기계적 시험에 포함되나요?
A. 네 맞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시험에 앞서 품질 등급을 나눕니다. 그 등급에 맞춰서 엄격하게, 혹은 덜 엄격하게 품질 시험을 진행하게 되죠. 고객이나 제조사의 요구 사항에 맞는 수준의 시험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이 제품에 대해 엄격한 품질 검사를 해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검사 비용이 많이 올라가죠. 그래서 고객도 무작정 엄격한 시험을 요구하지는 않고, 적절한 수준에 맞춰서 시험을 진행합니다.
Q. 어떤 제품을 주로 시험하시죠?
A. 전자제품을 주로 시험합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많습니다. 그리고 전장 분야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동차에 기계 장치가 많이 들어갔는데 최근에는 전자장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부품 오류로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가전제품보다 엄격하게 시험을 진행합니다.
Q. 기계적인 시험은 어떤 종류가 있습니까? 주로 어떤 시험을 진행하시죠?
A. 낙하 시험을 많이 합니다. 제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려 파손 정도를 알아보는 시험이죠. 스마트폰은 진동 시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진동 모드가 전자장치에 영향을 주니까요. 스마트폰을 터치할때 발생하는 벤딩(bending, 휘어짐) 같은 것들도 기계적 환경시험에 포함됩니다.
Q. 시험 강도를 정할때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A. 예. 조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시험을 요청하는 업체의 표준에 맞춥니다. 그리고 국내 시험 시장은 국제 표준을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표준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용하는 환경에 맞춰져 있습니다. 과거에는 성인 남성의 키높이, 그러니까 약 160~170㎝ 수준에서 낙하 시험을 진행했어요.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주머니에 넣었다 빼다가 떨어뜨리는 기준, 그러니까 1m 정도의 높이에서 낙하 시험을 진행합니다.
Q. 시험은 한 번하고 끝입니까? 횟수는 어떻게 되죠?
A. 이것도 업체마다 다릅니다. 기판에 포함된 반도체를 시험하는 경우는 500~1000회 정도 낙하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자유낙하를 하면 제품이 떨어지는 중에 회전하면서 방향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기계적인 장치를 사용해서 낙하 조건을 똑같이 맞춘뒤에 반도체를 떨어뜨립니다.
Q. 반도체를 500번 떨어뜨려도 작동합니까?
A. 아니죠. 저희는 제품의 한계를 시험하니까 극단적인 환경을 설정한거고요, 시험을 진행하면서 제품의 수명 곡선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횟수가 많은겁니다. 예를들어 100번 떨어뜨렸을때 고장난다, 아니면 200번 떨어뜨리면 고장난다 하는 걸 기록하는거죠. 수명 곡선을 기록하면서 초기 불량 지점을 찾는게 중요합니다. 초기 불량이 너무 빨리 나오면 반도체 납품을 못 하는 경우도 생길수 있습니다.
Q. 아까 스마트폰을 예시로 들어주셨는데, 스마트폰이 아니라 반도체가 포함된 기판을 가지고 시험하는건가요?
A. 네. 개발이나 디자인 단계에서 이 반도체 칩을 사용해도 되는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내부 기판에 이 부품이 들어가도 되는지, 이게 들어가도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Q. 큐알티에 신뢰성 평가를 맡기는 회사는 스마트폰 회사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회사가 될 수도 있고,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도 있는거군요.
A. 예. 규모가 있는 회사는 자체적으로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3자를 통해서 품질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저희들이 대응합니다.
Q. 세트 업체에서 시험을 맡기는 편인가요?
A. 네. 그럴 수밖에 없는게 품질 검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3자를 통해서 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고객사는 PCB를 생산하지 않으니까 자신들이 만든 칩을 PCB에 올려보고 싶을때 저희를 찾습니다. 저희가 PCB 제조나 디자인 같은 부분들도 지원을 하거든요. 고객사가 칩을 가지고 오면 저희가 PCB에 올려서 시험하는 거죠.
Q. 일상에서 스마트폰이 고장나면 그냥 바꾸는데,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 항상 이런 시험이 이루어지는 거죠?
A. 네. 여러 단계의 신뢰성 시험이 있지만 저희는 일반적으로 완성품이 나오기 전의 디자인 단계에서 시험을 진행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Q. 1년간 진행하는 시험 모델의 개수는 어느정도나 되나요?
A.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사용하는 반도체 칩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중에서 저희가 시험하는 부품 수는 대략 2~30개 정도 됩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1년에 두 세개 정도의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가정하고요.
Q.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들이 개별적으로 '우리 부품을 시험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세트업체가 그걸 다 조립한 뒤에 '완성품을 시험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거죠?
A. 네. 1차적으로 부품 레벨에서 시험을 진행하죠. 어셈블리 레벨이 되는거고요. 그걸 보드 레벨이라고도 하는데, 이 단계가 끝나면 이제 완성된 제품에 대한 기능을 봐야 하기 때문에 그 시험도 별도로 진행합니다.
Q. 주로 낙하 시험을 이야기하셨는데 또 어떤 시험이 있습니까?
A. 낙하와 더불어 가장 많이 진행하는게 충격, TS(Thermal Shock)라고 해서 열충격 시험을 진행합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고온과 저온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시험이죠.
Q.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 많은 열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런 걸 시험하는 건가요?
A. 간단히 이야기하면 그렇습니다. 조금 다른 부분을 말씀드리면, 저희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 열이 많이 발생하고, 게임을 안 하면 다시 상온으로 돌아갑니다. 추운 지역에서는 온도가 더 내려가고요. 이런 온도 변화로 부품이 수축하고 팽창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크랙(균열)이 생기는데, 크랙이 어느 시점에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Q. 크랙이 발생하면 어떻게 됩니까? 아예 작동이 안되는 건가요?
A. 크랙이 발생한다고 해서 한 순간에 제품이 부숴지고 그런건 아닙니다. 일단 미세하게 크랙이 생기는데 그상태에서 동작은 합니다. 다만 이 크랙이 장기간 노출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동작을 아예 안 하는거죠. 스마트폰의 경우 일반적으로 2~3년 정도 사용 기간을 잡고 시험합니다.
Q. 보통 스마트폰을 2~3년에 한 번씩 바꾸니까요.
A. 2년에 한 번 교체 주기가 온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배터리 같은 부품이 그보다 더 빨리 소모됩니다. 그래서 주기를 그렇게 맞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연구원님은 큐알티에서 신뢰성 분야를 담당하신지 얼마나 됐습니까?
A. 저는 올해 20년차입니다.
Q. 스마트폰이 공개된지 10년, 아이폰 나온 지가 15년쯤 된 것 같은데 그 전에는 피처폰만 있었잖아요?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수명 주기가 다릅니까?
A. 과거의 피처폰은 그 당시에도 가격이 100만원 정도 되는 수준이었을거예요. 거의 가전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좀더 튼튼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신뢰성 평가가 진행됐습니다. 지금은 그 주기가 굉장히 짧아져서 요구하는 수준이 조금 달라지긴 했습니다.
Q. 요구 수준이 달라졌다는게 좀 낮아졌다는 이야기죠?
A. 과거에는 한 7~8년 사용하던 제품을 지금은 2~3년만 사용하니까요. 그렇다고 무작정 수준을 낮출 수는 없는게, 기업에서 요구하는 품질과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이 같아야 합니다. 품질 시험을 너무 과한 수준에서 진행하면 비용이 많이 상승하죠. 품질을 너무 높여버리면, 예를 들어 안 깨지는 강화 유리를 사용하면 당연히 떨어뜨려도 안 깨지겠죠. 그런데 제품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면 안 팔리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적당한 수준으로 맞추는거죠.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서 품질을 세심하게 맞춰야 합니다.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라 글로벌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Q. 지금도 가격은 가전제품과 맞먹는데,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도 훨씬 많아졌죠.
A. 과거에 비해서 스마트폰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고, 요즘은 휴대폰 없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들도 꽤 많으시니까요. 요즘에는 백신 앱 없으면 밥도 못 먹잖아요.
Q. 지금까지 스마트폰 위주로 말씀해주셨는데 전장 쪽에서는 어떤 평가 항목이 있습니까?
A. 전장도 기본적으로는 같습니다. 스마트폰은 주머니 높이인 100~120㎝에서 떨어뜨리는게 국제 표준으로 확립돼서 이 표준을 적용하면 되는데 자동차는 그렇지 않죠. 스마트폰은 손에서 들고 있다가 떨어뜨리니까 수직 방향만 있지만 자동차는 움직이면서 덜컹덜컹 거리잖아요. 그래서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시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또, 자동차 내부에 충격 보호재가 있고 가전제품처럼 반도체 칩이 외곽에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숨겨져 있죠. 그래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이 충격이 보호재를 지나 자동차 내부까지 도달하는 것을 감안해서 충격의 양을 조절합니다. 열충격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Q.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2~3년이라고 하면 자동차는 어떻습니까?
A. 기본적으로 10~20년을 가정합니다.
Q. 그러면 부품이 비쌀 수밖에 없겠네요?
A. 네. 자동차는 사고가 나면 인명 피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품질 기준이 엄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Q. 제작 비용이 더 올라가겠군요.
A.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고, 절대 고장나면 안되니까요. 수명 주기를 10년 이상, 25년까지도 보고 있습니다.
Q. 자동차 시험 물량이 많이 들어옵니까?
A. 최근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자동차 시험 물량이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Q. 반도체 대란이라서 자동차 시험 물량이 많다고요? 무슨 뜻입니까?
A. 지금 전세계적으로 반도체가 거의 없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다른 부분에서 사용하던 반도체를 끌어다 쓰게 되고, 그렇게 써도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 이런 부분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Q. 그러니까 기존에 사용하던걸 못 쓰니까, 대체품으로 이거 한번 써볼까 하는거죠? 그러다보니 테스트 물량이 그렇게 많아질 수밖에 없는거고요.
A. 네 맞습니다.
Q.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A.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