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펌, 주요 D램 제조업체들 상대로 3차례 반독점법 위반 혐의 소송
2019년 제기한 소송에 대해 1심 2심, 모두 '기각' 판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D램 가격을 담합해 올려왔다고 주장한 미국 로펌이 최근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다. 과점 체제 속에서 담합 행위에 대한 의심을 지속적으로 받아 온 D램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다소 덜어질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제9 순회 항소법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기된 'D램 반독점' 혐의 소송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해당 소송은 미국의 로펌 '하겐스 버먼'이 현지 소비자 집단을 모집해 제기한 것이다. 하겐스 버먼은 "(2017년 중반 기준) 전세계 D램 시장의 96%를 장악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담합을 통해 D램 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해왔다"며 이들 업체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소송을 냈다.
하겐스 버먼은 주로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D램 제조업체들의 가격 담합이 이뤄졌다고 주장해왔다. 근거로는 "2016년 초 삼성이 다른 업체들에게 D램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D램 제조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동일한 시기에 감소했다", "D램 시장이 진입 장벽이 높고 소수의 업체가 독점하고 있어 담합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 등을 제시했다.
D램 제조업체들이 이전에도 담합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지난 2000년대 중반 미국 법무부로부터 가격 담합 혐의로 각각 3억 달러, 1.85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판결로 양사의 임원들은 최대 14개월의 징역형에 처하기도 했다.
하겐스 버먼은 이와 같은 내용을 토대로 2018년, 2019년, 2021년에 총 3차례 걸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이번 미국 제9회 순회 항소법원의 판결은 하겐스 버먼이 2019년 캘리포니아 북부지법 오클랜드지원에 제기했던 소송과 관련이 있다. 당시 지방법원은 하겐스 버먼의 D램 가격 담합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추론을 제기하지 못했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는데, 항소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1심 판결을 지지했다.
항소법원은 "피고의 행동은 자유시장에서의 합법적인 이윤 추구 행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업체 간 가격 정보를 교환했다는 등의 원고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고, D램 제조업체들이 이전 담합을 했다는 정황도 원고 측에 유리하기는 해도 확실한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D램 제조업체들은 근 4년간 지속되어 온 가격 담합 주장에서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겐스 버먼이 2018년 4월에 제기했던 소송도 이미 2020년 말까지 법원에서 모두 기각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시장이 과점 체제로 이뤄지다보니 주요 제조업체들은 지속적으로 가격 담합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다"며 "이러한 의구심을 깨끗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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