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이 강력 드라이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자개발생산(ODM :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물량을 보다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성장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면 ‘더 싸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ODM은 주문자 설계가 반영되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과 달리 제조업자가 제품 설계부터 부품 수급까지 모두 도맡는 방식이다. 삼성이 저가 스마트폰 ODM 물량을 확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스마트폰 부품 산업계는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들어 중국 ODM 전문업체 윙텍(Wingtech, 闻泰高新科技)에 저가 갤럭시 스마트폰 3개 모델 ODM 생산을 추가로 맡겼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해 11월 윙텍이 생산한 첫 ODM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6s를 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삼성전자가 윙텍에 ODM을 맡긴 저가 갤럭시 스마트폰 모델 숫자는 총 4개”라면서 “오는 9월이면 계약이 끝나는데, 삼성은 2개 모델을 추가로 맡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윙텍 고위 관계자는 이달 중순 한국을 찾아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과 저가 스마트폰 ODM 품목 확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부 내에서 노 사장이 ODM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샤오미 매장에 방문한 이후 무선사업부가 ODM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ODM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중국 등 성장 시장에서 샤오미, 화웨이와 경쟁하려면 값을 더 낮춰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ODM 물량은 4억3000만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총 출하대수는 14억3000만여대였다. 전체 출하량 중 약 30%가 ODM 생산이라는 얘기다. 윙텍은 9000만대 이상 스마트폰 제품을 ODM 생산 출하한 1위 업체다.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메이주가 윙텍에 저가 스마트폰 생산을 맡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오포도 윙텍의 신규 고객사로 편입됐다.
무선사업부 내에선 ODM에 대한 부정 견해도 있다. 인건비가 중국보다 높을 뿐 재료비 등 순수 제조원가는 중국 ODM 업체보다 높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저가 스마트폰 ODM 물량을 확대할 경우 삼성의 핵심 DNA인 제조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간 삼성과 거래했던 국내 부품 생태계가 와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윙텍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전문회사 넥스페리아를 인수했다. 넥스페리아는 2017년 초 NXP에서 분사한 회사다. NXP는 프리스케일을 합병하는 조건으로 넥스페리아를 분사시켰다. 이 회사는 디스크리트(개별부품), 범용 로직, 모스펫(MOSFET) 등 표준형 반도체 시장에서 12% 점유율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ODM 물량에 넣을 주요 부품을 자회사에서 수급할 것으로 보인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부품 수급까지 하면 대부분 자국 내 업체와 거래를 하게 된다”면서 “향후 삼성 갤럭시폰에 부품을 넣기 위해 중국 윙텍에 거래를 타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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