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소재, 에너지 밀도는 SK가 우위
전기차(EV) 배터리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 밀도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29일 SNE리서치, 안신증권연구센터 등 국내외 주요 시장조사업체 보고서를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배터리를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우치형, NCM622(니켈·코발트·망간 비중 6:2:2) 양극재 기준으로 에너지 밀도가 LG화학은 530와트시리터(Wh/L), SK이노베이션은 540Wh/L로 조사됐다.
소재 구성도 양사가 비슷했다. NCM622 양극재와 함께 LCO(리튬코발트산화물)를 첨가했다. 음극재로 흑연을 쓰다가 실리콘으로 넘어가는 로드맵도 같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발전 방향을 봤을 때 양사가 비슷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며 “다만 양극과 음극 성분비에 따라 용량, 안정성, 수명에 차이가 있어서 에너지 밀도만 가지고 무조건 성능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수명인 사이클(전력을 모두 사용한 후 100% 충전한 횟수)에서 LG화학은 2000번 이상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500~2000번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밀도에서는 SK이노베이션, 수명에서는 LG화학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셈이다.
업계에선 외부로 드러난 수치만 가지고 배터리 성능 우위를 가리기 어렵지만, 고객사에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어서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기술 유출 등으로 소송을 건 또 다른 이유라는 분석이다. 중국 CATL과 삼성SDI도 한 달여 사이에 에너지 밀도를 높인 차세대 배터리를 나란히 공개하며 기술력을 강조한 바 있다. CATL과 삼성SDI는 중대형 배터리의 다른 종류인 각형 배터리가 주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 사실”이라며 “수치 하나를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급적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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