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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의 독립선언...팹리스 업계는 왜 반도체협회를 떠났나
20년만의 독립선언...팹리스 업계는 왜 반도체협회를 떠났나
  • 강승태 기자
  • 승인 2022.10.18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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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팹리스산업협회 이서규 초대 회장 인터뷰
지난 8월 공식 출범...110개 팹리스 회원사 참여
대기업 위주 반도체협회 품 떠나 팹리스 대변 역할
"MPW 넘어 MPC로 한국 팹리스 경쟁력 키울 것"
이서규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초대 회장(픽셀플러스 대표이사)   <사진=최홍석 PD>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메모리 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계 강자들을 배출한 국가다. 하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육성은 국가적 과제로 지정됐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메이드인 코리아' 팹리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술력은 갖췄지만 규모 측면에서 미국, 대만기업과 견줄 팹리스는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올해 국내 팹리스 업계에 뜻깊은 변화가 시작됐다.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팹리스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한국팹리스산업협회’가 지난 8월 공식 출범한 것. 그동안 팹리스 업계를 대변할 단체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국팹리스연합’이란 이름으로 자체 모임을 구성해 활동해왔다. 이런 '모임' 수준을 넘어, 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정식 등록된 공식 단체다.

새로 발족한 팹리스산업협회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미 130여곳에 이르는 국내 팹리스 중 110곳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협회 초대 회장은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이사가 맡았다. 이 회장은 2000년 이미지센서 전문 팹리스 ‘픽셀플러스’를 창업해 지금까지 이끌어온 한국 ‘팹리스 1세대’ 경영자다. 누구보다 국내 팹리스 업계의 흥망성쇠를 잘 알고 있는 이다.

이서규 회장은 《디일렉》과의 인터뷰를 통해 협회 출범 배경과 향후 운영전략을 밝혔다. 그는 "팹리스가 산업적으로 상당히 중요한데도, 그동안 목소리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협회로 출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를 넘어 MPC(멀티프로젝트칩)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팹리스 산업의 전환점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Q. 한국팹리스산업협회가 얼마 전 출범했다. 초대 회장을 맡으셨는데, 협회는 법적으로 언제 창립했나?

“8월 17일 창립대회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록 절차를 밟아 지금은 등록이 된 상태다. 이후 여러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Q. 회원사는 몇 개 정도인가? 

‘’초기에는 106개였는데 지금은 110개로 늘었다. 국내 팹리스 기업이 약 130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 기업이 협회에 등록됐다고 생각한다.“

Q. 혹시 대기업도 들어가 있는가? 

”대기업 자회사나 중소·중견기업 관계없이 팹리스면 다 가입할 자격이 있다.“

Q. 공장이 있으면 가입할 수 없는 것인가?

”팹리스 산업에 연관된 업체들은 가입할 수 있다. OSAT(외주테스트패키지업체) 업체 또는 파운드리 업체도 사실은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 부분은 다 오픈해 놓고 여러 가지 활동을 진행 중이다.“

Q. 그럼 팹리스도 있고 칩리스도 있을 수도 있겠다. 

”디자인하우스나 IP 기업 역시 모두 회원사로 들어와 있다.“

Q. 협회 사무국은 어디에 두나? 

“사무소는 지금 판교역으로 돼 있다. 올해 11월 텔레칩스 신사옥이 완성된다. 향후 협회는 텔레칩스 사옥에 들어가서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Q. 사무국도 구성해야 하고 인력 모집도 해야 될 것 같다.

“현재 사무총장은 선정돼 있다. 관련 인력 모집도 진행 중이다. 사무총장은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

Q. 원래 협회에 있던 분인가? 아니면 산업계에 있던 분인가? 

“정부 산하 기관에 오랜 기간 근무했다. 기업에도 있었으며 IT 분야 관련 경험이 많다.”

Q. 협회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회비 명목으로 모은 초기 자본이 약 3800만원 정도다. 상근 인원도 확충하고 협회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은 십시일반 기부를 받아서 약 5억원 이상 자본금으로 시작을 하려고 한다.” 

Q. 창립을 한 건 자본금이 이미 다 모였다는 얘기 아닌가? 

“여러 법적인 문제가 있다. 펀딩 과정에서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공익법인으로 등록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기획재정부와 관련된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는 그런 부분이 다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Q.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기존에 반도체협회도 있는 상황에서 팹리스 협회가 별도로 만들어졌다. 역할 구분이 어떻게 되나? 

“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 전반적인 부분을 아우른다. 팹리스는 물론 OSAT나 반도체 제조업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팹리스는 산업 자체가 제조와 다른 특성이 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도 강하다. 산업적으로 상당히 중요함에도 목소리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대로는 산업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팹리스 업체들이 모여 협회를 만들었다. 팹리스 산업이 발전해야 4차 산업 등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협회를 다시 출범하기로 했다.”

Q. 좀전에 산업부 승인을 받았다고 했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등과도 다 연관돼 있는 것인가?

“협회는 정부 부처가 주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팹리스 기업이 필요에 의해서 만든 단체다. 일단 협회 구성원들은 모두 기업이기 때문에 산업부 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래서 산업부에 먼저 등록을 했다. 이후에는 과기부나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도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다.”

Q.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설립 목적은 무엇인가? 설립 목적에 따른 세부안도 있을 것 같다. 

“정부나 반도체산업협회에서 팹리스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 등과 협력을 해서 많은 부분을 지원했다. 하지만 포커스 하는 부분이 팹리스 기업과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점이 있다. 4차 산업 시대로 가면서 AI(인공지능) 반도체 기반의 여러 반도체 또는 아날로그 반도체 등 팹리스 기업이 만드는 반도체나 부품 산업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상당히 약화돼 있다. 실제로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 밖에 되질 않는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 약 60%, 대만이 약 21%, 중국이 9% 정도 차지한다. 이를 그대로 가면 잘 될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있다. 때문에 전반적인 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협회를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팹리스 사업을 하려면 일단 칩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기반이 상당히 약하다. 반도체 산업 자체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하고 그 인프라고 성장하는 구조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국내 팹리스 업계는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상당히 약하다. 산업적으로 중요도를 높이고 여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협회가 탄생했다.”

Q. 요즘 팹리스 업계에서는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다. 협회에서는 MPW 외에도 MPC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MPC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MPC는 ‘멀티프로젝트칩’의 약자다. 사실 국내 팹리스도 하나의 전환점이 있어야 한다. 한국 반도체 인프라를 생각하면 파운드리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TSMC와 경쟁관계에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와 함께 TSMC를 넘어서겠다는 계획이다. 14나노 이하 공정에서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최근에는 3나노 GAA(Gate-All-Around) 공정도 성공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공정 인프라가 좋다. 세계적으로 봐도 TSMC 다음이 삼성전자다. 여기에 과기정통부 역시 계속 AI 반도체에 대해 많은 투자를 진행 중이며 내년 예산도 상당히 할당돼 있다. AI 반도체 기반으로 여러 스타트업도 많이 생겼고 모두가 우리 회원사다. 그래서 지금이 AI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적기다. 그런 측면에서 MPC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MPW는 여러 회사의 각각 칩이 한 웨이퍼에 나눠 들어가 시제품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MPC의 경우 칩은 하나다. 14나노 이하 미세공정은 게이트 숫자가 여럿이다. 여기에 이열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자 수가 엄청 많다. 좁은 영역에서 칩을 보면 공통적으로 쓰이는 IP가 있다. AI 반도체는 더욱 그렇다. DDR3 컨트롤러나, USB3 등 심지어 CPU 다음 GPU나 NPU도 사실 공통 IP로 이을 수 있다. 그 안에 예를 들어 4개 기업이 같이 한다고 하면 칩의 중간에 4개 섹터로 영역을 나눈다. 그 영역 내에서 각 회사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IP, 각 회사가 가장 경쟁력 있는 IP를 설계해 에이직(ASIC)화 시켜 그 안에 집어넣는다. 그 각각은 다 공통 버스로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CPU를 통해 자기 IP를 그대로 액세스를 할 수 있다. 또 하나, 이 전체를 움직이려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K-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가져다 만들어야 한다. 그걸 만들면 공통으로 모든 기업이 쓸 수 있다. 자기들이 맡는 SDK 소프트웨어 툴킷을 가져다 기업들이 만들어서 그들의 고객한테 프로모션을 해나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 예를 들어 14나노 칩을 하나 만드는데 보통 약 180~200억원 비용이 든다. 5나노로 만들려면 약 400억원 정도 든다. 이런 걸 팹리스 기업 한 곳이 담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Q. 개별적으로는 불가능하고 또 만들었다고 상용화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여러 번 수정도 해야된다. 

“그렇다. 다른 공통 IP들은 이미 검증됐다. 검증이 안 된 부분은 각 회사들이 만드는 에이직 블록이다. 그 부분은 사실 버스하고 잘 연결시키면 그대로 동작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한 회사가 자기 IP를 갖다가 잘 만들기만 하면 하나의 AI 칩을 가지는 그런 형태가 MPC다.”

Q. 그 칩 하나에서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는 형태 같다. 

“그렇다. 4개 기업이면 예를 들어 물체가 움직이면서 3D를 만들어내는 SLAM 기술이나, 랜더링 등 픽셀플러스 같은 경우 ISP(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 프로세싱 엔진을 하나씩 녹여내 이으면 된다. 각자 기술을 갖고 훨씬 더 넓은 영역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안 기업도 지금까지는 AI가 임베디드된 칩이 지금 없지만 이걸 쓰면 보안 칩 자체가 지능화된 형태로 갈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회사와 협력을 잘하면 노이즈 저감 등 획기적인 IP를 활용해서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글로벌 기업에 프로모션 할 수 있다.” 

Q. 요즘 피자를 보면 4조각으로 나눠져 있는데 한쪽은 불고기, 한쪽은 매운맛 등 4가지 맛으로 오는 것이 MPW라고 하면 MPC는 피자 하나에 반죽 만드는 사람 따로, 치즈 따로, 토핑 따로 해서 한 번에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렇다. MPC 개념이 조금 모호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레고 블록으로 생각하면 된다. 레고는 이미 확보돼 있는 조각은 끼워맞추기만 하면 된다. 고칠 필요도 없다. 이걸 공통 IP라고 하면 각 기업이 레고 블록을 하나 만들어 기존 레고 블록과 결합하는 형태다. 이걸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자는 거다. 아직까진 AI 반도체가 상용화 돼 우리 산업에 이렇게 퍼져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말만 AI 반도체 하지만 실제로 제품으로 나와 있는 건 아주 극소수다.“

Q. GPU 정도 쓰는 것 아닌가?

”지금은 도입 단계다. 이게 엣지 디바이스로 넘어가면 엄청난 수량이 필요해진다. 지금이 이것을 만들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다.“

Q. 요즘 MPW도 많이 하는데 MPW를 하면 팹리스 입장에서는 비용이 줄어드나? 

“비용이 엄청나게 줄어든다. 공정에 따라 비용은 달라진다. 28나노의 경우 자신의 영역을 받는데 몇 억원 들고 IP 가격 또한 만만찮다. 실제 비용은 10억원 이상 들 수 있다.”

Q. 한 번 하고 갔는데 다시 하려면 돈을 또 써야 되나?

“양산까지는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MPW를 태우는 비용과 마스크 비용이 별도로 든다. 특히 MPW의 경우, 마스크를 다시 만들지 못한다. 한 번 만에 원타임으로 가야되는데 수정을 한다면 그 비용은 또 써야 한다.”

Q. MPC로 가면 어떤가? 

“MPC로 가면 이미 디자인하우스 같은 곳에서 모두 검증된 IP를 써서 진행한다. 칩 자체가 한 번 검증된 것을 기반으로 만들기 때문에 상당히 에러율이 적다. 단지 각자 팹리스가 만드는 에이직(ASIC) 쪽에 실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다른 부분은 크게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버스 등이 이미 공통적으로 검증된 것을 쓰기 때문이다. 다만 MPC로 넘어가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IP 기업과 적절하게 타협을 해야 한다. IP는 많은 기업이 쓰기 때문에 IP 기업 입장에서는 각자 기업에게 모두 IP 비용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MPC는 4개 내지 8개 회사가 자기 IP를 검증하고 또 거기에 검증이 되면 그걸 양산화 하기 위해 쓴다.” 

Q. 양산 때 되면 본인들 설계 블록에 대한 IP만 갖고 와서 쓰는 거니까...

“그런데 예를 들어 우리는 MPC로 안 가고 단독 칩으로 가겠다고 하면 IP 비용을 다 내야 한다. MPC는 하나의 단체가 IP 회사를 대상으로 해서 서로 타협을 해야 한다. 지금 이 부분에 대해 협회 분과위원회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Q. 4개 업체가 IP를 넣어, 예를 들어 CPU 만드는 기업, NPU 만드는 기업, GPU 만드는 기업 등 여러 블록이 들어가는데 이걸 MPC로 한번 돌려보고 제대로 동작하면 칩 하나를 통째로 상품화 시키겠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AI 제품 자체가 아직 많지 않고 시장 진입기에 있는 상황으로 부가가치가 있다. 때문에 칩 사이즈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또 14나노 이하 칩이기 때문에 사이즈가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작다. 단가 측면에서 보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해 다른 칩과 비교하면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Q. MPC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 같이 협업을 할 수 있는 기업 수는 많은가?

“얼마 전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MPC, MPW 이해도와 MPC를 나중에 쓸 가능성이 있는지 물어보니 쓸 것이라고 대답한 기업이 약 50%였다. 여러 이유가 있다. 결국 지금 제품은 소프트웨어 인력이 필요없다. 여러 기술 지원을 통해 판매하면 된다. MPC로 가면 사실 소프트웨어 인력도 필요하다. 또 스케일이 좀 크다보니 부가적인 비용 등에 대한 리스크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협회 전체적으로는 석박사 등 반도체를 공부하는 젊은 친구들이 MPC를 보면 그 안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나 알고리즘 등을 갖다 이을 수 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 또는 그런 프로젝트를 함께 참여해서 만들면 참신할 것 같다. 자신들이 아는 분야를 아주 경쟁력 있게 만들어서 하나의 어떤 AI 반도체를 만들 수 있으면 젊은 친구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하나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된다. 대학 교수들과 많은 논의를 했는데 (MPC에 대해)상당히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

Q. 십시일반으로 개발비 등을 모아 하나를 만들어 사업화를 하면 누군가가 수익 배분도 해줘야 될 것 같다.

“펀딩을 해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정부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반도체, 특히 팹리스 산업을 키우려는 상황에서 AI 반도체도 약 1조원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향후 4차 산업 또는 미래 산업을 위해서라도 전향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부처 또는 관련 국회의원에게 많이 설명하고 있다.”

Q. 예를 들어 어떤 종류의 AI 칩에 대한 프로젝트를 정부가 과제를 걸고 그 밑에 IP를 갖고 있는 기업이 들어와 함께 작업을 하면 일부 비용을 정부에서 조달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인가?

“초기에는 그렇게 해 AI 칩을 만들고 나면, 예를 들어 4개 기업이 만들면 각 기업이 그 칩을 갖고 프로모션을 한다. 그런데 영업은 상당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시장 반응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걸 갖다가 어느 정도 물량이 될 때까진 팔지만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고 하면 각 기업이 싱글런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건 펀딩을 받아서 만들 수도 있고 여러  방법을 통해서 자기 칩화를 시킬 수 있다.”

Q. 여러 기업이 참여한다고 하면 중앙에서 누군가 키를 쥐고 운전을 해야 되는데, 누가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우리 고민거리 중 하나다. 국내 디자인하우스가 상당히 스마트하다. M&A도 자기들끼리 해서 상당히 몸집도 키웠고 소프트웨어나 개발 인력이 상당히 많다. 어떤 기업은 300명 이상 되는 곳도 있다. 우리가 K-소프트웨어 플랫폼 또는 하드웨어 플랫폼 같은 것을 만들려고 지금 얘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체는 그런 쪽에서 맡고 정부 자금을 지원 받아 실제로 협회에서 전체적으로 관리를 해 나가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Q. 주관기관으로는 협회가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좀전에 팹리스 기업 50% 정도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안 한다는 50% 기업 중 상당수는 아날로그나 파워반도체 등에 주력하는 기업도 있다. 그 업체들도 어찌 보면 AI 반도체하고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RF칩 같은 것도 그쪽에 올려서 서로 인터페이스를 시키면 하나의 원칩으로 만들 수 있다. 스택으로 해서 TSP 공정을 통해 만들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중에 같이 콜라보레이션 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Q. MPC라는 용어는 협회에서 만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통용되는 용어인가?

“특허다.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다. MPW가 있으니 MPC로 해서 비용을 절감하고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것으로 AI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Q. 협회 내 같은 회원사지만 경쟁하는 기업도 있고 지금은 경쟁하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경쟁할 수도 있다. 그런 견제 때문에 협업이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도 나올 것 같은데 어떤가? 

“그래서 각 회사가 만드는 IP가 있는데 에이직화된 IP는 다른 기업이 볼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보안 솔루션에 의해 막혀 있기 때문에 함께 쓰려면 서로 협업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럼 서로 M&A가 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팹리스 업계 자체가 사실은 경쟁을 통해서 계속 성장을 해야 된다.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우려는 하지 않는다.”

Q. 잘 될 것 같은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도 있다. 구체적인 안을 고민하면서 이것이 비즈니스로 연결돼 잘 될 수 있을지 협회 내에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Q. 8월 협회 출범 후 MPC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 같고 또 협회에서 내걸고 있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고 들었다. 

“인력 양성은 정부에서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많은 부분을 지원한다. 학교 쪽은 물론 전문교육기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그 중 하나가 동탄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다.”

Q. IDEC은 카이스트에 있지 않은가?

“그렇다. 그런데 박인철 교수와 여러 차례 만나면서 IDEC의 설계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일반인에게도 오픈하는 것이 어떠냐는 얘기를 수년 전부터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아 동탄에 IDEC을 만들었다. 그런데 졸업생들로부터 인기가 좋다. 원래 초기 40명을 모집하려고 했는데 약 310명이 신청을 했다.”

Q. 경쟁률이 8대1 정도 되는데...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정원을 80명으로 늘렸다. 80명을 선발해서 계속 교육을 진행 중이다. 아마 11~12월에 졸업하는 것으로 안다. 현재 30개 기업이 지원업체로 돼 있다. 교육을 받으면 교육생을 지원 기업이 채용하겠다는 의미다.”
 

Q. 기업당 2.5명 정도 뽑을 수 있겠다. 

“상당히 성공적인 선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쪽을 정부가 투자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반도체 설계 교육 센터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만에도 그런 기관이 있다. 우리도 그런 것을 만들어 전국 단위로 대학 졸업생, 다른 전공이라도 관계 없다. 생물학과, 바이오나 화학과 등도 괜찮다. 졸업한 학생들이 여기에 들어와 반도체를 공부하면 사실 퓨전공학이나 다름 없다. 그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다. 반도체를 모르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그런 식으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4차 산업에 맞는 교육 형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Q. 이런 것은 어떤가? 미국 퀄컴 같은 기업은 관리는 백인, 실제 엔지니어링은 이란이나 시리아, 모로코, 인도, 팔레스타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원격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그 중 잘하는 사람은 영주권도 주고 이런 정책이 있는데 이런 식의 얘기는 없나? 

“당연히 있다. 해외 유수 인력 중 미국이나 대만도 많지만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같은 곳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있다. 이런 분을 유치하는 사업도 생각 중이다.”

Q.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생각 중인 것으로 안다.” 

Q. 인력 문제 말고 또 어떤 과제가 있나?

“현재 국책 과제가 너무 많다. 그 과제들은 대부분 기술력 위주다. 그럼 기업이 기술 개발을 위해 과제를 하고 그러다 보니 많은 인력이 그 분야에만 매몰된다. 결국 과제를 위한 과제로 전락한다. 나중에 매출로 이어져야 하는데 기술이 매출로 이어지려면 개발과 양산 등에서 차이가 있다. 신뢰성이나 안정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고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양산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Q. 만들긴 했지만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결국 ‘돈을 벌었냐’고 물었을 때 판매를 한 적이 없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판매를 해서 이윤을 남겨야 R&D 재투자를 하고 또 세금을 내며 선순환 구조가 발생한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체가 원하는 과제, 즉 양산과 연결된 과제에 대한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질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과제가 요구된다.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민간 기업이 참여해서 R&D 과제 같은 것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방향을 산업부와 논의 중이다.” 

Q. 그것은 산업부 소관이겠다. 과제를 기획하는 기관 쪽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사실은 국내 국책 연구기관들이 많다. 3년이나 5년 걸리는 기술 개발은 그쪽에 대폭 지원을 해야 한다. 양자컴퓨팅 같이 아주 오래 걸리는 분야는 그쪽에서 하고 기업들은 당장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든 이윤을 남기고 좋은 제품을 빨리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너무 기술력 높은 것만 개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Q. 인재 육성이나 국책 과제 외에도 협회가 중점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국내에 글로벌 세트 기업이 많다. 가전이나 자동차 등 분야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이런 기업은 국내 팹리스 기업과 전략적인 협력이 적었다. 그 부분에 대해 상호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자율주행협회와 팹리스산업협회가 기술교류회도 2번 정도 했다. 이것을 정례화 시킬 예정이다. 또 가전이나 조선 등의 기업도 계속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하나는 팹리스와 파운드리 상생협의회를 진행 중이다. 중기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 3차 협의회를 진행했는데 국내 파운드리 기업이 모두 참여했다. 함께 모여 애로사항이나 협력할 부분에 대해 긴밀히 논의 중이다.”

Q.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잘 상생해서 함께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14나노 이하 공정이 안정화 되려면 많이 가동을 시켜야 한다. MPW도 해보면 많은 팹리스 업체가 설계한 대로 제품이 잘 양산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IP가 많이 생기고 이를 통해 많은 글로벌 깅버이 안정된 공정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것을 잘 만드는 곳이 TSMC다. TSMC는 1987년부터 팹리스와 상생 모델을 만들어 IP를 엄청나게 만들어내면서 공정 안정화를 시도했다. 나중에 그 소문을 듣고 글로벌 기업이 와서 생산해보니 너무 결과가 좋았다. 그렇게 오늘날의 TSMC가 만들어졌다. 마찬가지로 팹리스-파운드리 상생협의회도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말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Q. MPC와 인력 양성, 실효적인 국책 과제, 세트업체와 협력, 파운드리와 상생 등 할 일이 아주 많다. 

“팹리스를 규모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약하다. 그래서 서로 M&A를 활성화 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럼 여러 제품을 갖다 라인업을 갖출 수 있고 경쟁력이 높아진다. 팹리스 기업에게 숙제다. 어떻게 하면 M&A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지만 쉽지는 않다.”

Q. 가격에 대한 이견이 매우 크다. 또 어떤 곳은 잘하는 사람 몇 명만 데려오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팹리스 업체 간 M&A, 대기업과 팹리스 업체 간 M&A 등이 활성화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모태펀드 등도 활성화 돼야 한다. 국내 매출 5000억원 이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팹리스 기업이 많이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늘어날 것 같은데 지금은 대부분 고만고만한 회사가 많다. M&A를 하면 지분 희석 같은 부분이 너무 심하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지만 꼭 짚고 해결해야 할 고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Q. 회사 대표로도 활용하고 있는데 협회 일을 너무 많이 하면 회사에 너무 소홀해 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픽셀플러스는 올해 어떤가? 중국 비즈니스는 굉장히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픽셀플러스는 견조하게 사업이 진행 중인 것 같다. 

“이전부터 중국 쪽 베이스로 사업을 많이 했다. 예전에는 중국 매출 비중이 약 70% 정도 됐는데 지금은 약 40%로 줄었다.”

Q. 다른 지역이 올라왔다는 얘기인가?

“일본이나 한국, 대만 등에서 매출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

Q. 애플리케이션은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가?

“자동차 관련 이미지센서 칩셋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관련된 제품 개발을 계속 진행 중이며 R&D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Q. 프로모션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인가?

“하나씩 나오고 있다. 일본도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성공한 케이스다. 매출 측면에서 작년보다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Q. 내년은 어떤가?

“내년은 모든 기업이 다 어렵다. 다만 어려운 시장 환경이 또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러 생각을 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에 맞는 이미지센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약 10년 동안 개발한 제품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Q. 주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것인가?

“세계적으로 자동차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는 기업은 3곳 밖에 없다. 메이저로 보면 미국 온세미컨덕터, 소니, 옴니비전이다. 옴니비전은 이미 중국 기업이 됐다. 픽셀플러스는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다. 내년부터 3개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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