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KIDS)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은 유재수 KIDS 학회장을 만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했다.
- 올해가 학회 20주년이다
"6월 18일, 창립 20주년 특별 포럼을 연다. 과거 CRT 이후, LCD PDP FED ELD가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 기술을 놓고 경쟁이 치열했었다. 당시는 기술 간 경쟁에서 이기는게 중요했다. 기술개발을 위한 정보교류의 장(場)과 생산인력의 공급 등을 학회가 맡았었다. 그렇게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줄곧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 요즘 디스플레이 업황도 좋지 않고 경쟁국의 추격도 거세다
"변곡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였는데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다. 없는 걸 만들어내야 한다"
-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도 모른다.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
- 소통...좀 포괄적이다. 학회 차원에서 특별하게 하고 있는게 있는지
"우선 국제화다. 올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의 중국 베이징 챕터와 회의를 여러번 했고, SID 2019 기간에는 MOU를 체결했다.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인 JID(Journal of Information Display)의 SCI(E)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인용지수는 높은데 국내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국내에서의 소통은 어떤 게 있나
"디스플레이 스쿨에서 쓸 교재를 만들고 있다. 올해 말 1차 초안이 나오는 계획이다. 시리즈 형식으로 교재를 낸다. (영어로 된 시리즈 교재를 보여주며) 이렇게 표준화된 교재를 낸다는 건 그 분야에서 최고라는 얘기다. 디스플레이 스쿨은 등록 시작 후 2분에서 3분이면 마감될 만큼 인기가 많다. 학회에서 여름마다 개최한다. 그에 걸맞는 교재를 만들어낼 것이다"
- 다음달 시작되는 올해 디스플레이 스쿨 교재로는 시간상 쓰지 못하겠다
"그렇다"
- 더 소통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언론을 통해 국내 뛰어난 연구자들을 많이 알리고 싶다. '스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진 경희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도영락 국민대 교수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큰 돈을 받고 기술이전을 하지 않았나. 한가지 분야를 오래 연구한 끝에 성과로 보상 받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에 비춰, 형광체 개발을 10년 하니까 그제서야 빛이 나오더라. 퍼스트 무버로 가는 길에는 원천 기술이 필요하다"
-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엄청난 패스트 팔로워다
"중국은 확실히 자본과 시장에서 강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장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경험이 있다. 그리고 반대로 중국이 디스플레이 산업에 투자하면서 국내 장비·소재 업체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 학생들은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많이 가고 싶어하는지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소자 업체뿐 아니라 장비·소재 업체로도 학생들이 많이 가고 있다. 몇몇 곳은 처우에서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앞서 강조했던,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시간 연구를 통해 원천기술을 만들어내는 문화가 중요하다. 소자업체와 장비·소재 업체가 지속가능한 생태계(sustainable ecosystem)안에서 기존에 없던 걸 만들어 낼 때, 퍼스트 무버가 가능하다"
- 마지막으로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노벨상이다. 내가 받겠다는 말은 아니다. 일본에서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처음 나온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은 제조업 최전성기였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1등을 수십년간 유지해온 점에 비춰 인구수와 국내총생산(GDP) 등을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노벨 화학상이나 물리학상을 5개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으로 몇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화학·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학회에서는 노벨상의 씨앗이 자라날 환경을 만들겠다. 연구자들에게 동기부여(motivation)를 제공하고, 연구성과가 기술비약(technology breakthrough)으로 이어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도록 하는데 힘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