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5G 기지국 장비에 탑재될 무선주파수(RF) 핵심 칩 양산을 본격 시작했다. 다음 달 양산품이 나오면 하반기에는 실제 기지국 장비에 탑재돼 주요 각국 고객사로 납품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칩은 삼성 파운드리가 아닌 대만 TSMC가 생산한다. 전문가는 특수 칩 공정 경쟁력에선 아직 삼성 파운드리가 TSMC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 4월 대만 TSMC에 5G 기지국용 RF칩 양산 발주를 냈다. 현재 28나노 밀리미터파(mmWAVE) RF 공정에서 양산이 이뤄지고 있다. 양산품은 다음 달 경 출하된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칩을 인도받은 후 기지국 장비를 완성해 한국, 미국 통신사로 공급할 예정이다.
TSMC를 통해 생산되는 삼성 네트워크사업부 RF 칩은 28GHz과 39GHz 주파수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해당 대역을 5G 상용 주파수 대역으로 선정한 미국, 한국 고객사용 기지국 장비에 탑재될 수 있다. 유럽, 미국에서 추가 할당 예정인 24GHz, 47GHz 주파수 대응 칩은 연내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RF 칩은 고주파(수백MHz~ 수GHz) 신호를 받아 디지털 반도체가 처리 가능한 저주파 대역으로 변조시키거나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칩이다. 기지국에도, 스마트폰에도 탑재된다. 기지국에 탑재되는 RF 칩은 스마트폰용에 비해 면적도 넓고 만드는 것이 까다롭다.
한 전문가는 “28나노 RF 칩 공정은 특성상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하면 제품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네트워크사업부가 TSMC를 생산처로 지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차기 버전도 TSMC의 16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5G는 밀리미터파로 불리는 28GHz 이상 고주파 대역을 이동통신 주파수로 활용한다. 밀리미터파 대역에선 각 주파수 대역(100MHz) 8개를 주파수집성(CA) 기술로 묶어 최대 800MHz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4세대 롱텀에벌루션(LTE) 대비 5~10배 이상 빠른 통신 서비스가 가능하다. 다만 밀리미터파는 전파 파장이 짧아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 영향을 받기 쉽다. 이 때문에 6GHz 이하 저주파 대역과 연계돼 서비스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5G 서비스는 6GHz 이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다. 속도 면에서는 크게 빨라진 점을 느끼기 힘들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핵심 칩을 양산해 '진정한 5G 서비스'에 활용될 밀리미터파 5G 기지국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재로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 수출이 크게 제한돼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칩 양산 규모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