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 작년 美ITC 특허침해조사선 BOE 간접 겨냥...이번엔 직접 제기
BOE가 5월 중국서 삼성D·삼성전자 등에 소송 제기...삼성D, 명분 확보
美ITC 특허침해조사와 이번 美특허침해소송 쟁점특허 5건 모두 동일
BOE 등, 삼성D 특허 3건 상대 무효심판 청구...나머지 2건도 청구 유력
스마트폰 시장 3번째 대형 특허전쟁...애플 OLED 시장 놓고 분쟁 격화
삼성디스플레이가 '바라던 그림'이 만들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애플 아이폰 사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BOE를 간접 겨냥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특허침해조사를 신청했지만, 이번에는 드디어 BOE를 직접 겨냥한 미국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BOE가 지난 5월 중국에서 삼성디스플레이 등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분쟁을 본격화할 명분을 얻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특허침해조사를 신청할 때 사용한 특허 5건과, 이번에 BOE를 상대로 제기한 미국 특허침해소송에 사용된 특허 5건은 모두 같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부터 BOE를 겨냥해 준비한 특허분쟁이란 점이 이번 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BOE가 지난 2020년 애플 아이폰12를 시작으로 비슷한 사양의 6.1인치 아이폰 OLED를 애플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BOE의 특허 침해혐의품은 아이폰12, 13은 물론 지난해 나온 아이폰14까지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동부연방법원에 BOE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애플에 납품한 아이폰12·13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자사 특허 5건(7,414,599·9,330,593·9,818,803·10,854,683·11,594,578)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쟁점특허 5건 중 3건('803·'683·'578특허)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이아몬드 픽셀'이라고 강조해온 적(R)녹(G)청(B) 서브픽셀 배열 구조를 설명하는 특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들 특허를 통해 각각의 RGB 서브픽셀의 크기와 배치, 간격 등을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뉴스룸을 통해 공개해온 다이아몬드 픽셀 배열 구조와, 이번에 텍사스동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특허침해 증거로 제시한 BOE의 OLED RGB 서브픽셀 배열 구조는 비슷하다. 이처럼 특정한 픽셀 배열 구조로 OLED를 형성하려면 RGB 서브픽셀을 증착할 때 사용하는 파인메탈마스크(FMM)가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번 소송에 사용된 특허 5건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침해조사를 신청할 때 사용했던 특허 5건과 같다. 지난해 12월 삼성디스플레이는 특허 4건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3월 특허 1건('578특허)을 추가했다. 해당 특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국제무역위에 침해조사를 신청할 때 사용했던 특허('684특허)의 계속출원(CA:Continuation Application) 특허로, 지난 2월28일 등록됐다. 미국 특허에서 계속출원은 이미 출원(신청)된 특허의 자녀 출원으로, 앞서 출원된 특허의 보호범위를 넓히거나 수정해서 특허를 보완하는 절차를 말한다.
BOE 등은 지난달 9일과 21일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 3건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BOE 등은 나머지 특허 2건에 대한 무효심판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국제무역위에서 특허침해조사가 개시(시작)됐기 때문에 무효심판 결과가 국제무역위 특허침해조사 과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에 접수된 특허침해소송과, BOE 등이 국제무역위의 최종 결정(심결)에 대해 불복하고 소송(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경우 무효심판 결과를 사용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직접 제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BOE가 지난 5월 중국 충칭제1중급인민법원에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2월 BOE가 아니라 미국 수입·도매업체 17곳을 상대로 특허침해조사를 신청한 것은, BOE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경우 애플의 아이폰 사업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BOE가 중국에서 직접 소송을 제기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BOE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국제무역위에 특허침해조사를 신청할 때 사용한 특허 5건과, 이번에 BOE를 상대로 직접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 사용된 특허 5건이 같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침해조사의 피신청인으로 미국 수입·도매업체 17곳을 지목했지만, 이들 업체가 미국으로 수리용(리퍼브) OLED를 수입해 판매할 정도로 OLED를 대량 제조할 수 있는 곳은 BOE가 유력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소장에서 애플 아이폰12와 13 등에 BOE가 납품한 OLED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BOE가 아이폰12부터 지난해 아이폰14까지 비슷한 사양의 6.1인치 아이폰 OLED를 납품했다는 점에서, BOE가 이제껏 애플에 납품한 모든 아이폰 OLED가 특허침해 혐의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BOE는 올해 납품해야 할 아이폰15 시리즈에선 홀 디스플레이 가공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초도물량을 삼성디스플레이에 넘겨준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월부터 특허침해를 대외적으로 경고하기 시작한 것은 애플과의 아이폰 OLED 물량 보장계약이 끝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은 지난 2021년까지 아이폰 OLED 물량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사전에 약속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지급해왔다. 애플의 물량보장 계약은 2021년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를 무단 사용하며 아이폰 OLED 물량을 늘리자,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업계에선 풀이한다.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지난해 1월 '특허를 다각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지 1년 5개월 만에 실제 겨냥했던 BOE를 상대로, '본 게임'인 미국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독일 법원과 함께 특허권에 충실하게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미국은 하이엔드 제품 판매가 많은 대형 시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피고로 참여하는 BOE와의 중국 특허소송은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불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도 다양한 특허 판례가 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기술 분쟁에서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놓는 경향은 중국 법원이 아직 다른 선진국보다 심한 편이다. 미국과 독일, 한국, 일본 모두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기술에 대해 특허권만을 기준으로 판결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정도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중국 법원이 오히려 삼성디스플레이 손을 들어주면서 BOE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작게 책정하고, BOE가 관련 자료를 미국 법원에서 활용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미국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세 번째 대형 특허분쟁이 시작됐다. 두 업체의 특허분쟁은 전세계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 아이폰 OLED 시장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 업계에선 이번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BOE에 이기겠지만, 이번 분쟁을 계기로 BOE가 중국계 미국 특허변호사 등을 영입해 특허 전략을 보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2~3년 뒤엔 BOE도 그럴 듯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위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첫번째 대형 특허분쟁은 2010년대 초반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였던 '세기의 소송전'이었다. 이때 양측은 분쟁을 진행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서로가 호적수란 사실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일반인 입에도 '표준특허'와 '디자인 특허'란 용어가 오르내린 것이 이때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분쟁을 진행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분사됐다. 고객사를 상대로 분쟁을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번째 대형 특허분쟁은 2010년대 중반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싸움이었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 턱밑까지 추격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과 2022년 화웨이에 미국 특허 180건을 이전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화웨이와 특허분쟁을 합의 종결하며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상호사용) 계약을 체결했는데, 삼성전자가 해당 계약 차액만큼 특허를 화웨이에 이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5G 등 통신특허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우위에 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