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위' 삼성D가 직접 특허침해소송 제기하기엔 부담
'특허 활용' 메시지로 경쟁사와 고객사 동시 압박 가능성
NPE 통한 간접 공격 또는 BOE 공급망 위협도 배제 못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7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특허를 다각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보유특허를 무기로 경쟁사 등에 공격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 27일 삼성전자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콜에서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경쟁 확대에 따른 대응전략'을 묻는 질문에 "특허를 다각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다만 이 답변만 놓고봤을 때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권영 부사장의 답변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 차이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가장 신경을 쓰는 경쟁사와 고객사는 각각 중국 BOE와 애플이다.
특허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를 다각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강구 중'이란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의 답변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쟁사 등에 당장 특허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인 단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부사장 답변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격도 배제하지 않는다. 복잡한 문제지만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란 의미"라면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쟁사나 고객사를 상대로 직접 특허분쟁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전세계 중소형 OLED 시장 1위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분쟁을 시작하면 잃을 것이 더 많다.
일반적으로 제조사 간 특허분쟁이 벌어지면 소송을 먼저 당한 업체가 '반격'(Counter Attack) 차원에서 또 다른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다. 특허침해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은 제품 판매액에 비례한다. 양측이 서로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론이 나와도 덩치가 큰 삼성디스플레이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 특허팀에서 BOE 등 경쟁사 특허 포트폴리오 분석을 마쳤을 수도 있지만,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릴지도 불분명하다. 또 상대가 특허를 추가로 사들인 뒤 삼성디스플레이 빈틈을 공격해올 수도 있다. 과거 삼성전자도 대만 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가 철회한 이력이 있다. 해당 대만 기업이 밖에서 특허를 사들인 뒤 삼성전자를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량이 많아서 역공 당하면 피곤해진다"며"(소송을 직접 제기하는) 그런 전략을 쓰진 않는다"고 답했다.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침해소송을 검토하더라도 특허관리전문기업(NPE)을 통한 간접공격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특허를 사들인 NPE가 BOE 등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사가 NPE에 가할 수 있는 반격은 해당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특허무표심판·소송) 외엔 방법이 없다. NPE는 잃을 것이 적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노출되지 않는다.
이때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등 고객사와의 구매계약 과정에서 경쟁사에 특허 위험이 있다고 알릴 수 있다. 경쟁사가 당한 특허분쟁이 삼성디스플레이에는 협상카드가 된다. 전세계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해야 하는 애플 등 고객사는 특허 위험 해소를 바란다. 경쟁사도 삼성디스플레이 특허를 무단 사용하기 어려워져 최소한 라이선스 비용을 내는 등의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직간접 분쟁이 시작돼도 '전장'은 중국보다는 미국이나 유럽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 중인 패널 업체는 LG디스플레이를 빼면 모두 중국 기업이다.
반도체 자립을 꿈꾸던 중국은 미국 정부 제재로 계획에 차질을 빚자 디스플레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베이징과 광저우, 상하이 세 곳에 있는 특허전문법원에서 최근 공정한 판결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는 디스플레이 분야 특허분쟁에서 재판부가 자국 기업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미국에선 경쟁사 패널 부품업체를 상대로 특허분쟁을 제기할 수 있다. 고객사 완제품 유통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특허분쟁이 흔한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에선 고객사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과는 정서가 다르다.
유럽에서 분쟁을 치른다면 독일과 네덜란드가 유력한 선택지다. 독일은 특허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결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네덜란드에서는 특허침해 본안 소송이 시작되기 전에 가처분 판결을 빨리 받을 수 있다. 신제품 출시 후 3개월간 판매가 집중되는 스마트폰 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네덜란드 법원에서 가처분 판결을 빨리 받은 뒤 유럽의 다른 지역 법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 또 유럽에선 오는 9월 통합특허법원이 출범한다. 9월부터 유럽은 특허분쟁과 관련해 사실상 하나의 권역이 된다.
올해 애플 아이폰 OLED 시장에선 BOE 점유율은 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 자릿수 후반대였던 BOE 점유율이 급등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애플 아이폰 OLED 시장을 독식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와 BOE가 공급망에 차례로 진입하며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아이폰의 OLED 적용 비율이 확대되면서 전체 시장이 커지고 삼성디스플레이 물량도 많아졌지만 앞으로는 BOE 등 후발업체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국 CSOT와 비전옥스 등도 당장은 어렵지만 아이폰 OLED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 27일 컨퍼런스콜에서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대응전략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치열해지는 경쟁 하에서 당사는 지속적 기술 차별화와 성능 개선으로 OLED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이러한 지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OLED는 당사가 처음 양산했고 개척한 시장이다. 수십년간 투자와 연구개발, 양산을 통해 수많은 특허와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답했다.
그는 "당사는 최근 고유 차별화 기술을 보호하고 가치를 높이려 시장에 다이아몬드 픽셀, 그리고 저전력 기술인 에코2 디스플레이 등 독보적 OLED 기술을 브랜딩하고 적극 알리고 있다. 그리고 임직원 노력으로 쌓아올린 지식재산권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고, 보상받을 방법을 보다 다각적이고 심도있는 방법으로 적극 강구하고 있다. 정당한 기술을 사용하고 가치를 보호하는 일은 고객사와 소비자에 대한 의무이자 책임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환경에서 기업 정도경영이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