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1일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제3조 ‘지원금의 부당한 차별적 지급 유형 및 기준’에 예외조항을 신설했다. 방통위가 고시하는 가입 유형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조치가 번호이동 시장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가 통신사를 옮길 때 위약금이 발생하는 경우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을 텄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단말기유통법 폐지를 정책 목표로 발표했다. ‘통신비 및 휴대폰 구매비 완화’가 명분이다. 법안 폐지는 국회 소관이다. 야당은 단말기유통법 폐지 반대다. 현재 국회는 ‘여소야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우선 시행령을 고쳐 통신사의 등을 떼민 셈이다.
문제는 ‘과연 지원금이 증가하면 소비자 후생이 나아질까’이다.
최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최고가 요금제를 써야 한다. 즉 가계통신비는 올라가야 한다. 지원금은 약정을 채우지 못하면 위약금이 발생한다. 즉, 부채다.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한 것이 아니라 부채를 끼고 초기 부담을 더는 셈이다. 통신사의 지원금은 기본적으로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요금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액수 내에서 지급한다. 지원금을 받아 옮겨 다니더라도 언젠가는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수 소비자의 비용으로 돌아온다. ‘조삼모사’다.
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은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등 요금 경쟁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 휴대폰 과소비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악영향도 있다.
단말기유통법은 시장의 자율 경쟁을 억누른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장점도 확실한 법이다. 폐지를 위한 속도전보다는 보완책을 신중하게 마련해야 진정한 소비자와 업계 모두를 아우르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명분에 맞는 현명한 정책 설계와 시행을 기대한다. 이대로면 통신사 대신 제조사와 유통사로 수혜 업종만 바뀐다.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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