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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게임업체간 법적 분쟁, 무분별한 개발 베끼기에 '경종'
잇따르는 게임업체간 법적 분쟁, 무분별한 개발 베끼기에 '경종'
  • 김성진 기자
  • 승인 2024.02.2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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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웹젠 상대로 1심 승소했으나 창작물 침해는 불인정
창작성 법적 인정은 난관...이를 악용한 '시스템 따라하기' 관행이 문제
엔씨에서 배포한 저작권 침해 참고자료(자료=엔씨소프트)
엔씨에서 배포한 저작권 침해 참고자료(자료=엔씨소프트)
게임업계에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게임이라는 산업 특성상 저작권을 인정받기 쉽지 않은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법적다툼에 나서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무분별한 게임 베끼기 풍토가 불러온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게임업계에선 두 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최근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원저작권자인 레드랩게임즈는 지난 24일 공식 입장을 통해 법적 맞대응을 예고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처음이 아니다. 이번 레드랩게임즈 뿐 아니라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도 '아키에이지 워'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에 앞서 웹젠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었다. 웹젠과의 소송에서 엔씨소프트는 1심에서 승소하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과거 2016년 중소업체 이츠게임즈를 상대로 게임 '아덴'을 향해 법적 대응을 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엔씨소프트가 이츠게임즈의 모회사인 넷마블게임즈와의 협의로 소송이 마무리된 바 있다.  넥슨도 지난 1월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의 임직원들이 넥슨에 재직할 당시 무단으로 게임 리소스를 유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회사와 외국 회사 간 법적 분쟁 또한 적지 않다.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와 란샤, 셩취게임즈 등과 '미르의 전설2' 라이선스 참해 관련해 수년 동안 이어진 법적 분쟁을 통해 승소한 바 있다. 크래프톤은 중국 넷이즈와의 소송에서 5년 간의 법적 분쟁 끝에 이겼다.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이미지=아이언메이스)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이미지=아이언메이스)
패소한 사례도 있다. 중소게임사 마상소프트는 2021년 7월 'DK온라인'의 게임엔진을 도용했다고 '세븐나이츠'를 개발한 넷마블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졌던 과거가 있다. 당시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고 마상소프트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일반적으로 게임회사들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적 대응은 드문 편이다. 게임은 콘텐츠 창작성을 법적으로 인정받기가 대단히 힘들고 명백하게 확인 가능한 그래픽 부문에서도 조금만 달라도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재판부의 판단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었다. 콘텐츠 창작의 영역에서 위법성을 명백하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를 통해 피해를 입힌 것 정도만 인정하는 게 최근 판례다. 엔씨소프트-웹젠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는 판결문에서 "공통적 또는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등에 불과해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게임업계의 법적분쟁이 잇따르는 건 무분별한 '시스템 따라하기' 관행 탓이다. 업계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미흡하지만, 베끼기 관행에는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게임업계 한 개발자는 "성공한 게임과 매출이 높은 프로젝트의 시스템을 따라하는 기획은 흔한 관행이고 윗선에서 오더가 내려 오는 경우도 정말 많다"며 "과거 재판의 사례에서 콘텐츠 고유의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차피 문제될 부분은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엔씨소프트의 계속된 소송은 개발 모럴 해저드에 제동을 거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개발사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소송은 리니지로 구축한 자신만의 MMORPG 시장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법적 부담은 모든 회사에게 적지 않은 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은 시장에서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디일렉=김성진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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