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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인사이트] 'AI'와 '매터 표준' 통해 진정한 지능형 홈 패러다임 바꾼다
[Y인사이트] 'AI'와 '매터 표준' 통해 진정한 지능형 홈 패러다임 바꾼다
  • 신일범 프로
  • 승인 2024.09.30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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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츠매터 김학용 대표,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할 것
김학용 와츠매터 대표[사진=김예림 프로]
김학용 와츠매터 대표[사진=김예림 프로]
스마트홈이 오랜 기간 동안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최근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이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와츠매터의 김학용 대표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매터(Matter) 표준의 도입이 스마트홈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 대표는 스마트홈이 지금까지는 단순히 기기 제어와 상태 확인 정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스마트홈은 점점 더 지능화되고,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홈(AI 홈)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대표는 매터 표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매터는 각기 다른 브랜드의 기기들이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통신 프로토콜로, 다양한 기기들이 상호 연동되면서 스마트홈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매터 표준의 도입으로 인해 스마트홈 기기 간의 호환성 문제가 해결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한, AI 에이전트의 도입이 스마트홈의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사용자가 명령하지 않아도 필요한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예정이다. IoT전략연구소장에서 와츠매터 창업자로 변신한 김학용 대표와 스마트홈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살펴봤다.

- 스마트홈 솔루션 전문 기업, 와츠매터 김학용 대표님 모셨습니다. 지난 번에는 IoT 전략연구소장님으로 나오셨는데 오늘은 와츠매터 대표님으로 나오셨습니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와츠매터라는 회사를 차린 지가 약 6개월 됐는데 2~3개월 후에는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론칭할 예정입니다. 그 준비도 해야 하고 또 4월에 과기부로부터 수주한 국책과제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주 바쁩니다.”

- 와츠매터는 어떤 회사입니까?

“회사 이름인 와츠매터는 영어에서 흔히 <What’s the matter?>라고 묻는 표현에서 따왔습니다. 이 질문처럼 고객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스마트홈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해결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사용하는 첫 번째 방법이 매터(Matter)라는 프로토콜입니다. 회사 이름과 이 프로토콜의 이름이 같아서 더 잘 맞아떨어지죠. 두 번째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스마트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는 두 가지 디바이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재실 센서(Presence Sensor)입니다. 흔히 현관문이나 화장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람이 감지되면 불이 켜지죠.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불이 꺼지기도 하잖아요. 이 재실 센서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아도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입니다. 기존에는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라고 해서 모션 센서라고 불렀는데, 저희가 개발하는 센서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센서입니다.”

- 사람이 있으면 움직이든 안 움직이든 간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센서는 감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강아지나 애완동물이 움직일 때는 ‘이건 사람이 아니야’라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문 열림 센서입니다. 기존에도 문 열림 센서가 있었지만, 저희는 매터(Matter) 프로토콜을 지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오늘은 스마트홈과 관련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스마트홈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사실 스마트홈이라는 용어는 좀 잘못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기대가 많이 담긴 용어인데, 실제로 우리가 지금 말하는 스마트홈은 그다지 똑똑한 것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천장에 있는 조명을 핸드폰으로 켜고 끄거나,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원격으로 올리고 내리는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개별 기기의 상태를 원격에서 확인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 그 정도를 스마트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실은 단순히 스마트 기기나 가전제품의 집합체에 불과한 것이죠.”

- 그러니까 집에 있는 여러 기기나 물건들을 연결해서 제어할 수 있는 개념을 스마트홈이라고 보면 되나요?

“네. 그런데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1950년대부터 등장했지만, 이제 스마트홈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스마트홈으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더 똑똑한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런데 스마트홈이 10년 전부터 주목받았고, 삼성 · LG · 건설사 · 통신사 등에서 큰 관심이 있었지만, 약간 흐지부지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제가 2014년까지 LG유플러스에서 일했는데, 그때도 스마트홈과 IoT 관련 일을 했습니다. 그때 LG유플러스는 스마트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했고, 아직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다른 통신사들은 잠시 관심을 보이다가 중단했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사업자들에게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핸드폰처럼 IoT나 스마트홈도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객들도 스마트홈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핸드폰으로 불을 켜거나 에어컨을 켜면 좋긴 하지만, 굳이 그걸 위해 매달 돈을 쓰거나 새로운 기기를 사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스마트홈을 이용한다고 했지만, 특별하게 와닿는 서비스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홈의 범위를 너무 좁게 생각해왔다는 점도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겠지만, 지금까지는 스마트홈이 단지 핸드폰이나 AI 스피커로 집안의 기기들을 제어하거나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죠. 그런데 저는 핸드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스마트홈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핸드폰으로 쇼핑을 하거나 음식을 주문하잖아요? 그런데 왜 그런 것들을 핸드폰으로만 해야 할까요? 저는 AI 스피커에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어떤 제품 좀 검색해줘>라고 말하면, AI가 그 요청을 이해하고 필요한 제품을 찾아서 구매까지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것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 생성형 AI 기술 덕분에 가능해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음식 배달이나 카카오 택시 부르는 것도 사실 간단히 구현할 수 있는 일인데, 국내에서는 이런 서비스들이 많이 도입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도 시도는 있었어요.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아리아> 스피커로 BBQ 치킨이나 도미노 피자를 주문할 수 있었고, KT의 <기가지니>로는 롯데리아 햄버거를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 그냥 핸드폰으로 하는 것이 더 나아서 그런 것인가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서비스가 처음 나오다 보니, 음성으로 이용하더라도 사용이 정말 간단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용하는 게 어렵고 복잡했어요. 게다가 주문 가능한 상품들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내가 원하는 걸 주문하려면 결국 다시 핸드폰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그냥 핸드폰으로 하자’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입니다.”

- 그러니까 서비스를 제공했던 사업자로서도 돈이 안 됐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필요성을 별로 못 느꼈다는 것이네요. 그래서 스마트홈이 점차 잊혀져 갔고 지금도 크게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데, 최근 어떤 특별한 변화가 있습니까?

“저는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AI, 즉 인공지능입니다. 저는 AI가 스마트홈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기술적인 변화로, 스마트홈의 단일 표준인 매터(Matter)의 등장입니다. 그동안은 각 기업들이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사용해왔고, 오시에프(OCF) · 원엠투엠(OneM2M) 같은 글로벌 표준도 있긴 했지만, 기업들이 이를 수용하면서도 서로 연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LG전자 제품을 샀는데, 집에는 삼성전자 제품이 많아서 이 LG 제품을 삼성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에 연결하고 싶어도, 그게 안 되는 겁니다. 회사마다 프로토콜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핸드폰에 삼성 앱도 깔고, LG 앱도 깔고, 만약에 샤오미 제품을 샀다면 또 샤오미 앱도 깔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저도 IoT 관련 일을 하다 보니 핸드폰에 이런 앱이 30개가 넘게 깔려 있습니다. 이렇게 앱이 많아지면 불편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기기들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어려워지죠. 그런데 이제 매터라는 표준이 나오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거의 해결된 것입니다.”

- 매터는 언제부터 나오는 것이죠?

“2022년 10월에 1.0 버전이 나왔고, 올해 5월에 1.3 버전까지 나왔습니다.”

- 그러면 스마트홈 관련된 기기라든지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이 표준에 맞춰서 개발하는 것인가요?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매터(Matter) 표준을 채택하고 있지만, 전략적인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재실 센서, 윈도우 센서 같은 제품에 매터를 기본적으로 탑재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들은 고민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그들이 만든 에어컨이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에 매터를 적용하면, 사용자가 이 제품을 삼성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대신, 애플의 홈킷(HomeKit) 같은 다른 플랫폼에 연결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삼성은 단순히 기기만 팔고 끝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기 판매뿐 아니라, 그 기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활용한 2차, 3차 비즈니스, 즉 플랫폼 비즈니스가 중요한데, 이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삼성은 이미 구축한 스마트싱스라는 플랫폼에 자사 가전제품을 최대한 연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가전제품은 스마트싱스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매터를 지원하는 일반 액세서리도 여기에 붙이도록 해서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려는 전략이죠. 그러나 만약 가전제품에 매터를 적용해 일부 사용자들이 이 플랫폼이 아닌 애플이나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스마트싱스 생태계가 약해질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 매터 표준에 삼성은 참여하지 않습니까?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에서 매터를 지원을 하기는 하는데 가전제품에서는 아직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LG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 독자 플랫폼으로 갈 것인지, 매터로 갈 것인지 고민한다는 것이죠?

“매터는 플랫폼이라기보다는 통신 프로토콜입니다. 이 부분에서 용어가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요, 삼성은 스마트싱스(SmartThings)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이 플랫폼과 연동되는 여러 프로토콜이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매터(Matter)입니다. 즉, 스마트싱스에는 스마트싱스 전용 프로토콜로 연결되는 제품도 있고, 매터 프로토콜로 연결되는 제품도 있는 것입니다.”

- 프로토콜을 바꿀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이네요?

“삼성이나 LG는 기존의 프로토콜을 버리지 않고, 스마트싱스나 씽큐와 같은 자체 플랫폼용 프로토콜과 매터 두 가지를 함께 지원할 겁니다. 두 가지 프로토콜을 모두 수용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죠. 하지만 삼성이나 LG처럼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만들 수 없는 중소 가전사나 건설사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이들은 독자적인 프로토콜을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터 표준만 따르는 플랫폼을 만들게 됩니다. 즉, ‘우리는 매터를 지원하는 제품들만 수용할 거야’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비해 생태계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은 스마트싱스를 지원하는 가전제품과 매터를 지원하는 제품을 모두 연결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매터를 지원하는 제품들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렇겠군요. 그래도 중소기업들 같은 경우에 새로운 프로토콜을 만들려고 하면 굉장히 힘들 텐데, 표준 프로토콜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되니까 좋은 것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글로벌 표준이 이미 마련되어 있어서 쉽습니다. 표준을 기반으로 개발하기 쉽게 깃허브에 코드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 코드를 가져다가 약간만 변형하면 제품 개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매터 표준 자체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표준을 준수해서 만든 제품을 판매하려면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매터 표준을 잘 따랐다는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는데, 기기 하나당 약 2~3천만 원 정도가 듭니다. 작은 기업의 경우, 제품이 많이 팔리면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만약 제품이 만 대도 팔리지 않는다면 2~3천만 원은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 인증은 어디서 해주는 겁니까?

“CSA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매터 표준을 주도하는 일종의 협회입니다. 여기에 아마존, 구글, 애플,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주요 기업 약 400~500개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표준을 만들었고 그 표준대로 제품을 개발하면 인증도 해주는 것이죠.”

- 그 인증비용으로 협회 운영비도 충당하겠군요. 그렇게 표준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삼성이나 LG 제품이 서로 연결이 안 돼서 문제였던 것들도 해결될 수 있고, 중소 업체들도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될 것 같네요. 그런데, 매터 표준이 정말 그렇게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대형 가전 제조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경향이 강해서, 매터 표준에 대해 약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상황이 좀 달라요. 중국에는 가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액세서리 제조사들이 많은데, 이들이 지금 전부 매터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 제조사들이 매터로 이동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터가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많은 가전제품들이 이미 매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도 매터를 지원하는 공기청정기나 로봇 청소기를 사용 중인데, 선풍기나 에어컨 같은 제품들도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0월과 올해 5월에 매터를 지원하는 가전 표준이 1.2, 1.3 버전으로 정의됐는데, 이런 표준을 반영한 제품이 출시되려면 보통 1년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되면 관련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매터 표준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생각했던 스마트홈하고 완전히 다른 서비스들이 많이 생길 수 있겠네요?

“매터의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은 맞지만, 매터 자체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매터는 주로 연결성을 개선하고 사용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매터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실제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려면 인공지능이 많이 접목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인공지능은 스마트홈에서 어떤 식으로 역할을 하게 될까요?

“AI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저는 보통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하곤 합니다. 첫 번째는 인터페이스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스마트홈 기기나 스마트 가전제품을 제어할 때 대부분 직접 조작하거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모든 것을 제어하게 됩니다. 또, AI가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해서,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집을 나가려고 하면 알아서 기기를 꺼주고, 들어올 때는 거실 불을 켜고 TV 채널을 맞춰주는 기능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기존에는 어려웠던 기능들이 다 가능해지는 것이죠. 이런 것이 인터페이스 방식의 변화입니다. 두 번째는 기기 자체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주로 가전제품에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로봇 청소기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예전에는 물건이 있으면 초음파로 인식해서 돌아가곤 했지만, 이제는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를 사용해서 장애물을 정확히 인식하고 피할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양말이나 걸레 같은 작은 물건도 피해서 청소를 진행할 수 있죠. 재실 센서에도 AI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 센서는 일종의 레이더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예를 들어 노인이 혼자 사는 집에 재실 센서를 설치하면, 노인이 갑자기 쓰러질 경우 이를 감지하고 보호자에게 알릴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AI가 기기의 기능을 더욱 고도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서비스 측면에서의 활용입니다. AI가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토요일 저녁마다 치킨을 주문하는 패턴을 인식하고, 이번 주에 주문하지 않으면 AI가 먼저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는 치킨 안 드세요?’라고 말이죠. 또한, 특정 치킨 브랜드에서 할인 행사를 한다면, 그쪽으로 주문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AI는 마케팅과도 결부되어, 서비스 방식을 혁신할 수 있습니다.”

- 스마트홈 기기에 AI가 도입되면 온디바이스 AI 기능들이 활성화될 수 있겠군요?

“기기의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요즘에는 기기 자체에 AI 칩을 탑재합니다. 그러면 온디바이스 AI가 되는 것이죠. 반면에 서비스나 인터페이스의 고도화는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 처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개인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다 전송되어서 꺼림칙하죠. 그래서 요즘은 집 안에 별도의 장치, 예를 들면 셋톱박스 같은 장치를 두고, 그 안에서 AI 모듈이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면 집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그 장치에 모이고, 거기서 분석과 처리가 이루어져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집에는 와이파이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서 이런 장치들은 와이파이를 주로 사용합니다. 다만, 일부 작은 센서들은 와이파이를 사용하기에는 배터리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저전력 통신 프로토콜인 지그비(Zigbee)나 스레드(Thread)를 사용합니다. 이 프로토콜들은 전력 소비가 적어, 작은 센서들이 수은전지 하나로도 약 2년 정도 작동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저전력 센서들은 와이파이 대신 지그비나 스레드로 동작하는 것이죠.”

- 앞으로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정말 생활이 편리해질 것 같습니다. 요즘 AI 에이전트라는 개념이 유행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내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AI가 내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춰서 여행 일정을 추천해주는 것처럼, 집에 들어왔을 때도 AI가 평소 패턴을 학습해 내가 피곤한 상태라면 조명을 어둡게 조절해주는 식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런 방식으로 이용자의 패턴에 맞춘 적합한 서비스들이 많이 생겨나겠네요.

“이미 애플과 구글 같은 주요 회사들은 자사의 핸드폰 운영체제에 AI 에이전트를 통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AI 에이전트를 집에 있는 AI 스피커로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하나 있는데, 국내에서는 사람들이 AI 에이전트 하면 정말 똑똑한 비서가 모든 걸 다 알아서 해줘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챗GPT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유료 버전도 있잖아요. 유료 사용자의 비율은 대략 10% 미만일 거라고 예상되는데 대부분은 무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AI 스피커에서 사람의 말을 인식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능들이 무료로 제공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아닙니다. 서비스 제공자 쪽에서는 사용자가 AI 스피커를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예를 들어 2원에서 3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사용자가 하루에 AI 스피커를 20~30번 사용하면 몇백 원이 될 수 있고, 한 달이면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한 사람당 매달 1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에서 천만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천억 원의 비용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AI 에이전트가 성공한다 해도, 그 천억 원을 보상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 서비스 사업자들도 그런 고민도 많이 하겠네요?

“대략 두 가지 방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아주 직관적인 방식인데, AI 에이전트를 쓰려면 사용료를 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만 원 정도의 구독료를 받는 것이죠. 서비스 제공자들도 계산해봤을 때, 한 달에 1만 원 정도면 어느 정도 손익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용료를 내는 대신 AI 에이전트를 통해서 우리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를 통해 피자를 한 달에 한 번씩 주문하고, 치킨도 한 번 주문하라는 식이죠. 온라인 플랫폼에서 앱스토어가 보통 20~30% 정도 수수료를 떼는 것처럼, 피자 3만 원짜리를 주문했을 때 20%의 수수료를 떼면 6천 원의 수익이 생깁니다. 피자 두 판만 시켜 먹어도 수수료로 AI 에이전트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아마도 이런 구조로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스마트홈이라는 개념이 아직은 실감나지 않지만,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정말 편리해질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매터 표준을 통해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고, 대표님 회사에서도 재실 센서 같은 기술을 개발하고 계시잖아요. 재실 센서를 활용하면, 예를 들어 집에서 사람이 모두 나가면 그걸 감지해서 자동으로 불을 꺼주는 것 같은 기능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단순히 불을 꺼주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것은 예전의 단순한 스마트홈 수준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집에 있는 여러 기기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집에서 나갈 때 조명을 끄고 가스밸브를 잠그고 다른 기기들을 끄는 패턴들을 분석하는 겁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용자에게도 ‘조명 끌까요?’라고 먼저 물어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이건 끄고, 이건 끄지 마’라고 선택하면, 그 사람의 성향이 반영되는 거죠. 이후에는 그 반영된 성향에 따라 기기들이 자동으로 꺼지게 되는 것입니다.”

- 사무실에도 그런 기능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명이나 에어컨을 안 끄고 퇴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죠, 그래서 사실 저는 스마트홈에 대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고, 고객 입장에서는 명확한 혜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빌딩 같은 경우는 다릅니다. 빌딩은 하나의 사업체로서 명확한 혜택을 얻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전기세를 한 달에 1만 원이라도 절감할 수 있다면, 실제로는 그 이상 절감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한 절감 효과가 있다면 스마트홈 기술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저희 아파트의 경우, 앱이 하나 있는데 이 앱을 통해 손님 주차 등록도 하고 커뮤니티센터 이용 예약도 합니다. 이런 것도 스마트홈의 확장된 개념으로 봐야 합니까?

“그렇죠, 우리나라에서는 공동주택, 특히 아파트 중심으로 스마트홈이 발전해 왔는데,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스마트홈 시스템이 주로 건설사 단위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 건설사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편리하지만, 나중에 다른 기기를 추가하거나 시스템을 변형해서 사용하려고 하면 어려움이 따릅니다. 더 큰 문제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한 후 3년 정도가 지나면, 유지보수와 같은 일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손을 떼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입주민들이 관리와 유지보수를 책임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스마트홈 시스템은 초기 분양 시 제공된 상태로 그대로 머물러 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제는 건설사에서 제공하는 앱이 아니라, 전국의 여러 아파트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별도의 앱이 있어서 그 앱을 개발한 회사와 우리 관리사무소가 계약을 맺고 우리 시스템과 연동시켜서 주차 관리나 예약 같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더라고요.

“예전보다 발전된 형태인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보통 아파트 단지 단위로 돼 있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클라우드 환경으로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마트홈에서 진화된 용어 같은데요, 앞에서 잠깐 말씀하신 지능형 홈이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스마트홈은 어떤 희망이 담겨있는 용어라고 말씀드렸는데, 진정한 스마트홈이 되려면 여기에 AI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스마트홈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어서, AI가 적용된 스마트홈을 단순히 스마트홈이라고 부르면 기존의 스마트홈과 구분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새롭게 만들어진 용어가 지능형 홈입니다. 아직 공식적인 글로벌 용어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지능형 홈> 혹은 영어로 <AI 홈>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개념은, 기존의 스마트홈이 단순히 기기를 제어하거나 연동해서 작동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지능형 홈은 AI가 들어와서 더 똑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활 서비스까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 지능형 홈 서비스 관련해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신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템들이 있습니까?

“과기부와 관련된 사업을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2개의 컨소시엄을 선정해서 매터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2년 차 과제를 진행 중입니다. 올해는 1개의 컨소시엄을 선정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터 디바이스 개발은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홈에서 사용하는 로컬 서버, 우리가 에지 서버라고 부르는 AI가 탑재된 서버를 개발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또한, 이 AI 서버에 들어가는 다양한 AI 엔진들을 개발하는 임무도 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사용하는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분석하는 이미지 인식 기능을 개발 중인데, 이 기능은 사람이 서 있는지, 쓰러졌는지와 같은 상황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실버 케어 쪽을 타깃으로 해서, 어르신들의 표정이 좋은지, 나쁜지, 얼굴이 부었는지, 이런 것까지 인식하고 분석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경량화된 챗GPT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SLM(Small Language Model)이라고 부르는데, 이 모델을 개발해서 에지 서버에 탑재할 예정입니다. 과기부에서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인터넷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 에지 서버가 매터를 지원하면서 스마트홈 기기들을 관리하고, 사용자의 말을 이해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만약 그런 것이 개발되면 집에서 ‘왜 이렇게 덥지’라고 말하면 그 뜻을 알아듣고 에어컨을 틀어준다든지 할 정도까지 똑똑해지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올해는 이 정도까지 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좀 덥네’라고 말하면 에어컨을 켜준다든지, ‘좀 어둡네’라고 하면 불을 켜준다든지 하는 것이죠. 하지만 단순히 ‘어둡네’라는 말의 뉘앙스를 분석해 불을 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어둡네’라고 했을 때 지금 불을 켜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커튼을 열어 자연광을 들어오게 하는 게 맞을지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 시간대나 온습도 같은 다양한 환경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인공지능이 항상 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먼저 한번 물어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낮에 ‘좀 어둡네’라고 하면, ‘지금 커튼을 열어드릴까요?’라고 물어보고, 사용자가 ‘아니, 그냥 불 켜줘’라고 하면 그때 불을 켜주는 식이죠. 이런 식으로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고,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사용자가 말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필요한 조처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대담 : 장지영 발행인
정리 : 손영준 에디터
촬영 편집 : 신일범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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