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애플 등에서 받은 특허 라이선스료 8900억원과 관련해 발명자 직원들에게 수백억원을 지급했다. 10억원 이상 받은 이도 여럿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022년 1분기 애플과 또 다른 업체 1곳으로부터 받은 특허 라이선스료 8900억원 가운데 일부를 직무발명보상금 명옥으로 해당 발명에 기여한 전·현직 직원들에게 지난해까지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명진흥법에 따르면 회사가 직원 발명을 특허로 출원(신청), 등록, 실시(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하면 발명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 초부터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전화 등을 통해 직무발명보상을 제안했다. 대부분 표준특허 개발자인 이들에게 당시 LG전자가 제안한 1인당 직무발명보상액은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억~20억원이었다. 당시 직무발명보상을 제안받은 전·현직 직원은 100명을 훌쩍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2022년 초 받은 특허 라이선스료 8900억원 중 애플 비중은 90%(8000억원), 또 다른 업체 1곳 비중은 10%(900억원)로 알려졌다. 대부분 통신표준특허가 대상이다.
LG전자가 8900억원에 대해 지급한 직무발명보상액은 4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국내 판례에 따르면 표준특허에 대한 직무발명보상액 비율(발명자 공헌도)은 5%다. 8000억원의 5%는 400억원, 8900억원의 5%는 445억원이다.
LG전자는 2021년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뒤, 이 시장에서는 특허관리전문기업(NPE)과 비슷한 지위를 확보했다. LG전자가 휴대폰을 만들 때는 애플과 서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지만,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한 뒤에는 애플로부터 일방적으로 특허 라이선스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애플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샤오미, 오포, 비보 등으로부터도 특허 라이선스료를 받을 수 있다.
LG전자는 2022년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사업목적에 '특허 등 지적재산권 라이선스업'을 추가한 뒤 특허수익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2022년 4월 타이사 리서치(Taissa Research)에 미국 특허 83건, 2022년 9~12월 중국 징코솔라에 미국 특허 365건을 차례로 매각했다. 또, LG전자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4월 사이 오포에 미국 표준특허 55건을 매각했고, 2024년 1월에는 TCL킹에 미국 표준특허 14건을 이전했다. 2024년 10월에는 비보에 미국 표준특허 46건을 매각했다. 오포와 비보는 중국 BBK 그룹 계열사로, 모두 특허가 부족해 여러 특허분쟁에 노출돼 있다.
특허수익화 확대와 함께, 2025년 정기임원인사에서 LG전자 조휘재 IP센터장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 IP센터장이 부사장으로 격상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LG전자는 지난 2019년 전생규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특허센터장 부사장을 끝으로, 특허센터장을 전무급으로 낮췄다.
LG전자 특허센터는 특허수익화 사례를 쌓으면서 사내 입지가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조휘재 IP센터장 부사장 승진에 대해 "핵심 특허 포트폴리오 확대와 지식재산을 통한 경영성과 창출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