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8000억원가량의 특허 수익을 올린 LG전자가 전·현직 직원에게 직무발명보상을 제안했다. 1인당 보상액은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억을 웃도는 수준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초부터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전화 등을 통해 직무발명보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 4월 특허 라이선스 계약으로 특허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대한 직무발명보상이다. 당시 업계에선 LG전자의 특허 수익을 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번에 LG전자가 직무발명보상을 제안한 전·현직 직원은 100명을 훌쩍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표준특허 개발자인 이들에게 LG전자가 제안한 1인당 직무발명보상액은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0억~2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특허가 특허 수익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보상액 산출근거를 제시받지 못한 전현직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LG전자는 "산출근거를 알리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LG전자가 특허로 올리는 매출은 연간 수천억원이지만, 직무발명보상액은 연간 수십억원에 그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에 출원한 특허는 연간 3100~4600건이다. 같은 기간 국내에 등록된 특허는 연간 1200~2000건이다. LG전자가 최근 수년간 미국 등록특허 순위 10위 안에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LG전자가 국내와 해외에 출원·등록한 특허에 대해 직무발명보상을 해야 하는 특허는 연 1만건을 쉽게 웃돌 가능성이 크다. 같은 기술이어도 특허가 국내와 해외에 출원, 등록되면 모두 보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허청 산하기관 한국발명진흥회가 펴낸 '2016 직무발명보상제도 운영 우수사례집'에 소개된 고영테크놀러지 등 9개 기업의 당시 국내 특허 출원 보상액은 30만원, 국내 특허 등록 보상액은 60만원 수준이다. 해외 출원과 등록은 이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LG전자가 연간 국내외에 특허를 1만건 출원·등록한다고 가정하고, 개별 특허 출원·등록 보상액을 일괄적으로 30만원으로 잡아도 보상액은 30억원이 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LG전자가 특허 실시(제품 상용화)나 처분(매각),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등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전·현직 직원에게 지급하는 보상이 미미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기업체 입장에서 특허 매출 대부분이 특허 실시와 처분, 라이선스 계약 등에서 나온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사업목적에 '특허 등 지적재산권 라이선스업'을 추가했다. LG전자는 지난해 4월 휴대폰 사업 철수를 확정하면서 관련 특허를 일단 보유하기로 결정했는데, 이후 1년여가 지나면서 특허 수익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직무발명보상은 사용자(기업)와 발명자(직원) 사이 이익 균형을 꾀하는 제도다. 직원 발명을 특허로 출원, 등록, 실시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하면 회사는 발명자에게 그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한다. 특허청은 지난 2006년 LG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무발명보상 제도 마련과 정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