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예방에 2000억원 투자
“ESS 화재 예방을 위한 2000억원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하겠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23일 삼성SDI 울산사업장에서 열린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 대책 시연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지난해 5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국내 ESS 화재로 관련 생태계 붕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다. 삼성SDI는 배터리와 모듈, 랙만 공급한다. 관리나 운영 주체는 따로 있다. 그러나 제조 단계에서부터 화재 예방 시스템을 추가로 적용해 ESS 화재로 인한 국민과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이날 울산사업장 내 안전성 평가동에서 배터리 모듈 소화 시스템과 소화용 약품을 시연했다. 소화 시스템은 배터리 셀과 셀 사이에 열이 전달되지 않는 일종의 단열재와 소화용 약품으로 이뤄졌다. ESS 모듈 케이스에 부착된다. 열을 받으면 특수 약품이 쏟아져 화재가 번지지 않도록 한다.
실험은 80㎝ 두께의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관통시험 방폭룸’에서 진행됐다. 소화 시스템이 적용된 ESS 모듈의 셀을 못으로 찔렀다. 일부러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연기와 함께 불꽃이 발생하자 소화시스템이 바로 작동해 화재 확산을 막았다. 반대로 소화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ESS 모듈은 곧바로 불꽃이 붙으며 무섭게 타들어 갔다. 고압수를 뿌려도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배터리 자체가 산소가 포함되어 있어서다. 물로는 화재 진압이 어렵다.
방폭룸 밖에선 라이터와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용한 테스트도 이뤄졌다. 소화 시스템에 불길이 닿으니 약재가 터졌다. 10여초만에 불길이 사라졌다. 운모(화강암에서 추출한 광물)로 만들었다는 차단벽은 불길이 닿아도 다른 반대쪽에선 열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배터리 셀로 열기가 번져 망가지는 것을 막는 차단벽 역할이다.
7~8개월 이내에 모든 ESS 현장에 적용
삼성SDI는 이달부터 판매하는 ESS 모듈부터 소화 시스템을 적용해 공급 중이다. 기존 제품은 일일이 방문해 시스템을 적용시켜 준다. 당연히 무료다. 소화시스템 적용 시 ESS 가동 중단에 따른 비용도 보상한다.
국내 1000여개 ESS 현장에 투입되는 비용만 최대 2000억원이다. 이 회사 분기 영업이익과 맞먹는다. 시간은 7~8개월 정도로 예상된다. ESS 생태계 복원이 있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전 사장은 거듭 “국내 ESS 생태계를 일으켜 세계적인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희망이자 꿈이었다”며 “ESS 화재가 배터리 셀 결함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생산라인도 공개했다. 품질 관리를 위한 5000여개 항목의 요소를 소개하며 제조 단계에서부터의 안전성 강화 노력을 강조했다. 이형노 삼성SDI 울산공장장(상무)은 “사람 몸을 검진하듯이 불량 배터리 검출을 위한 검사를 진행한다”며 “모든 불량을 대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검사 시스템과 공법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