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결과 따라 재수감될 수도...삼성 경영 불확실성 커져
다음 기일은 11월 22일, 12월 6일… 유무죄, 양형 나눠 판단하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소위 국정농단 관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 기일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 627일만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2심에서 받은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재수감될 수도 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전무도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지난 8월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최유라씨에게 제공한 34억원 상당의 말 3필과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대한 지원금 16억원 역시 뇌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낸데 따른 것이다. 2심은 삼성이 최순실씨의 회사 코어스포츠에 지원한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말과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대한 지원금까지 뇌물로 인정되면서 뇌물 총액은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은 50억원이 넘는 뇌물에 대한 형량을 최소 징역 5년으로 규정한다. 집행유예를 받으려면 형량이 3년 이하여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1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례처럼 ‘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가 가능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작량감경(형법 제53조)은 감경 사유가 없더라도 형이 과중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관 재량으로 형을 줄이는 것이다. 최대 절반까지 형량을 줄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법정 최소형인 5년을 받고 작량감경을 최대한 받으면 형량이 2년 6개월까지 줄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해진다.
이날 파기환송심 첫 공판 기일은 약 40분 간 진행됐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론하겠다”며 “유무죄 판단 보다는 양형 판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수사 과정 중 확보한 승계 작업 입증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 중 “이 사건에서 밝혀진 위법 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도 크다”며 이례적 훈계를 남겼다. 그는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 범죄”라 규정하며 실질적 효과를 가진 기업 준법감시제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국내외 각종 도전이 엄중한 시기에 총수가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 양형 판단 기일을 11월 22일과 12월 6일 두 차례에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특가법 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