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기 한국화학안전협회 기술이사는 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설명회'에서 화관법 유예기간 만료 임박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화관법 대상인줄 모르고 있다 급하게 하는 곳이나 면제될 줄 알고 버티던 곳들이 많다"며 "기한이 지나기 전에 장평(장외영향평가서)를 내야 한다"고 했다. 장외영향평가서는 사업장 외부에 미치는 피해 정도를 평가한 문서로, 환경부에 제출하면 검토 후 담당자가 방문하여 시설검사를 하게 된다. 화관법은 올해 12월 31일자로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채 이사는 설명회에서 화관법 시행규칙 개정 관련 주요 개정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 화관법 개정안에 대해 "기존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소방청 위험물안전관리법 등 타법에서 제시하는 조건들을 갖추면 인정하는 식으로 규정이 크게 완화됐다"고 했다. 대신 "화관법은 인화성, 산화성, 자연발화성 물질을 특히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2015년부터 신규 설치된 시설은 화관법을 적용 받는다. 법 시행 이전 설치된 시설의 경우에도 소급적용된다. 2020년 1월 1일부터 단속 대상이 된다. 위반사항을 자진신고한 시설에 대해서는 완화된 기준에 맞춰 허가를 내주고 있다. 2019년 5월 환경부에 따르면 약 9651개 업체가 자진신고했고 약 98%가 적법화 됐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법 이행에 대한 경제적 부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자동화재탐지설비다. 화재감지기 설치 뿐만 아니라 이를 연동한 컨트롤룸을 마련해야 한다. 대당 수 백만원이다. 종업원 10인 이상 기업은 별도의 유해화학물질관리 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30인이 넘어갈 경우 수년 간 실무경력을 갖춘 기술사, 기사, 기능사 등 조건이 추가로 붙는다. 기존 산안법 등에서는 대행업체 활용을 허용했으나 화관법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도금업체 대표는 "지자체에서 예산 책정해서 보호설비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자부담 10% 수준으로 줄여주는 정책 등을 하고 있다"면서도 "지원자에 비해 예산이 부족해 경쟁률이 10대 1, 20대 1 정도까지 간다"고 했다. 또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소식이 느린 업체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도 했다.
화관법 검사에 필요한 서류인 장외영향평가 작성 대행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간이 장외영향평가서의 경우 약 1000만원, 표준 장외영향평가서의 경우는 이보다 더 웃돈을 줘야 한다. 채 이사는 "최근 작성 대행 요청이 많이 몰려 있어서 요즘은 가격이 더 많이 비싸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화학안전협회에 컨설팅 대기 중인 업체 수를 묻는 질문에는 "약 수백 곳 정도 된다"고 했다.
화관법은 2012년 구미 불산유출사고 이후 화학물질 사고 안전 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화학물질의 체계적 관리 및 사고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화관법과 함께 시행된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은 연간 1t 이상 유통되는 화학물질 중 정부가 지정한 2000여개에 대해 환경부에 보고하고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법이다.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해당 화학물질을 비공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