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Foxconn, 鴻海)의 중국 광저우시 10.5세대 LCD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비정상적 장비 구매절차가 정상화되고 있다. 장비 입고지연, 입고된 장비에 대한 대금 체납, 불합리한 대금인하 요구 등을 겪던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문제가 일정부분 해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초 패널 가격 반등 전망에 따라 4월로 연기했던 생산라인 양산 일정을 앞당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탑엔지니어링은 이달초 폭스콘 광저우 10.5세대 LCD 생산라인에서 주문받은 마지막 장비를 선적했다. 금액은 60억여원으로 전해졌다. 공시하지 않은 장비계약이다.
탑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4일 "사카이SIO와 계약은 100% 신용장(LC) 계약"이라며 "중국에서 장비 대금 문제를 겪으면서 올해 30% 가량 선수금을 받는 계약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사카이SIO(超视堺新国际社会珠海)는 폭스콘 10.5세대 LCD 생산라인 운영법인이다. 100% LC는 장비가 입고되면 대금 100%를 업체를 거치지 않고 은행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디아이티(DIT)는 광저우 10.5세대 공장으로 입고된 장비에 대한 출하 미수대금을 지난주에 모두 받았다. 공급계약금액은 130억원으로 100% 전신환(TT) 조건이었다. TT는 디스플레이업체가 장비업체로 직접 돈을 보내는 방식이다. 장비업체는 보통 TT보다는 LC를 선호한다. 디아이티 관계자는 "처음 계약한 대로 장비대금을 받았다"며 "FAT 잔금 20%도 생산라인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AT 잔금은 폭스콘 광저우 10.5세대 LCD 생산라인과 별도로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체가 겪고 있는 오랜 관행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국내 장비 업체간 장비계약에서 총 금액의 10~30%를 최종승인(FAT) 잔금으로 남기는 조건이 관례로 굳어진 상태다. 한 디스플레이장비 업체 오너 대표는 "FAT 잔금 지급을 몇년동안 끌거나 잔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보증해야 지급하겠다는 등 요구가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한다"며 "장비를 팔고 남는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FAT 잔금을 받지 못하면 어쩌면 회사입장에서 본전이나 손해인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에스에프에이(SFA)도 폭스콘 광저우 10.5세대 LCD 생산라인 관련 미수금 협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500억원 상당의 장비를 납품하고도 절반 가량의 돈만 받았었다. SFA 관계자는 "처음 계약에서 가격을 깎지 않고 계약조건을 LC로 바꿨다"고 말했다.
폭스콘측은 디엠에스(DMS)에 발주한 장비의 입고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요청을 최근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DMS는 기입고된 장비에 대한 대금도 폭스콘측이 지급하지 않고 있던터라 광저우 10.5세대 생산라인용 장비 생산에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DMS 관계자는 "미수대금 협의부터 향후 장비 납품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콘 광저우 10.5세대 LCD 생산라인 장비대금 문제는 당초 양산일정으로 계획했던 올해 10월을 넘기면서 불거졌다. 이후 폭스콘의 일본 자회사격인 SDP(사카이디스플레이)는 내년 4월로 양산일정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SDP는 사카이SIO의 최대주주다.
당시 "내년 4월 양산일정도 지켜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장비 미수 대금을 떼이거나 선적 못한 장비에 대해서도 돈을 못 받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업계에 팽배했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관한 대책모임에 탑엔지니어링, 디아이티, SFA, DMS, 로체시스템즈, KC이노베이션, 나노프로텍 등이 참석했었다. 제우스는 사카이SIO와 공급계약을 맺었으나 모임에는 나가지 않았다.
대만 경제일보는 "폭스콘 광저우 10.5세대 생산라인의 장비셋업이 다시 시작됐다"며 "여러 장비업체가 장비 입고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고 지난 23일 보도했다. "지난 9월에는 LCD 패널을 생산할수록 손해보는 업황이었다"며 "내년 상반기 가격이 반등할 때를 노린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