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와 그 자회사 하이실리콘에 초강력 제재안을 지난 15일(현지시간) 공표한 가운데 중국이 삼성 총수 이재용 부회장에게 투자를 더 해달라고 요청했다.
19일 중국 인민망과 산시성 당기관시 샨시일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만난 중국 산시성 후허핑 서기는 "플래시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상호협력을 더 강화하자"면서 "산시성 삼성 프로젝트를 전면 지지하고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중국 시안에 플래시메모리 공장을, 시안과 텐진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다.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 사업은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같은 후 서기 발언은 삼성에 투자를 더 해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협력 분야를 계속 넓혀가고, 교유와 왕래를 심화시키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원론적 차원으로 오간 덕담과 대답이었던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 화웨이를 겨냥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화웨이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미국 소프트웨어(EDA 등)나 제조기술(장비)로 반도체를 설계 생산하려 할 때 이에 대해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 제재안 골자다. 120일 유예 기간을 거친 후에는 승인 없이 제품을 설계 생산할 경우 이른바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 미국 제재 방향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처럼 미국 제재가 심화되면 기술 자급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중국인들 열망이 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수 년 전부터 반도체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삼성이 기술유출 우려가 있음에도 시안 2공장 투자를 계획대로 해 나가는 것은 중국 측의 압박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 고위 정치인이 언급한 투자요청의 무게감은 절대 가볍지 않으나, 미중 패권 전쟁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