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센서, SW, 서비스 사업 활성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팀 쿡에게 연락했지만, (팀 쿡은) 만남을 거절했다"고 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애플이 2024년까지 자체 설계한 전기차(EV)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올라왔다. 워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애플에 머스크의 트위터 글에 대한 요청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애플이 완성차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는 간헐적으로 나왔다. 주로 애플 퇴사자나 협력사를 통해서였다. 이 때마다 애플은 공식 답변을 거부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지만, 일론 머스크라는 전기차 업계 거물이 직접 애플에 사업 인수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사실상 애플의 완성차 사업 진출을 확인하게 됐다.
애플이 완성차 사업에 진출하면 전후방 산업의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애플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과 같은 단단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매출의 70% 이상은 기기 판매에서 나온다. 앱스토어 수수료, 아이튠즈 등의 서비스 비중은 높지 않다. 완성차 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설계한 자율주행차를 폭스콘과 같은 업체가 외주 생산하는 방식이다. 폭스콘은 최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기차를 설정하고 자체 설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 모터로 움직인다. 동력기관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문제는 핵심부품 원가절감에 한계가 있고 원하는 만큼 충분한 확보도 어렵다는 데 있다. 각국의 친환경 산업 육성 정책에 전기차가 포함되어 있고 그만큼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외신은 애플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용하고 배터리 셀과 모듈을 없앤 일체형 배터리인 '모노셀(Mono Cell)' 기술을 적용한다고 전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중국 업체가 주로 만든다. CATL과 BYD가 이 시장 강자다. 테슬라 사례를 봤을 때 자율주행에 필요한 반도체는 자체 설계해 TSMC, 삼성전자 등에 파운드리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TSMC와 돈독한 관계라는 점에서 핵심부품과 자율주행차 생산은 중국, 대만 기업 위주로 맡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애플의 자율주행차 출시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기존 자동차 업체와의 협력, 기존 산업에서 충분한 성공을 거뒀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플랫폼, 서비스 경쟁력이 무척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완성차 사업이 마진이 박해 애플이 직접 사업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세계 10대 완성차 업체 마진은 평균 15% 수준이다. 애플은 이보다 훨씬 높은 3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브랜드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거나 라이선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며 "애플 TV처럼 꾸준히 제품을 선보여도 막상 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사례가 있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후에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기술이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시 자율주행 기능을 옵션으로 판다. 옵션 가격만 1만달러(약 1135만원)에 달한다.
헬스케어(피트니스+), 핀테크(애플페이)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애플은 자율주행차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어 시너지 효과도 충분하다. 예컨대 아이폰으로 자율주행기능을 구현하는 등의 방식이 나올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자율주행차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서비스 위주로 전략을 짠다면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플랫폼과 서비스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어서 애플과 협업해 판을 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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