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관장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연구개발(R&D) 및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후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11용 차차세대 프리미엄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부터 Fo-WLP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천안 패키지 사업장에서 WLP 레벨로 팬아웃 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장비와 재료를 발주했다. 삼성에 장비를 대는 복수 협력업체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기존 보유하고 있는 몰드, 본더 장비를 제외한 노광, 플레이팅 등 Fo-WLP 공정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와 재료를 조달 중이다. 파일럿 라인이어서 투자 규모는 소액이다. 종류별로 한 대씩 정도씩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올 연말까지 고성능 AP 패키지를 Fo-WLP 공정을 활용해 R&D 수준 샘플을 생산한다. 내년 6월까지 새로운 패키지 기술에 대한 내부 품질 평가를 통과하겠다는 일정을 세웠다. 궁극적 목표는 2020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11용 엑시노스 AP를 Fo-WLP 공정으로 패키징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대로 간다면 패키지 분야에서도 신규 대형 투자가 나올 수 있다.
팬아웃은 입출력(IO) 단자를 칩 바깥으로 빼내 IO를 늘리는 기술로 두께를 줄이고, 패키지 기판을 사용하지 않아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대만 TSMC가 최초로 대량 양산에 성공했다. 애플 아이폰에 탑재되는 A시리즈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TSMC 팬아웃 기술로 패키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고성능 AP 분야에서 팬아웃 기술은 대세가 됐다"면서 "팬아웃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TSMC는 애플에 전후공정 생산을 '턴키'로 공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물량이 모조리 TSMC로 간 이유 중 하나가 팬아웃 패키지 기술 때문이라는 의미다. 대만 보도에 따르면 TSMC는 현지 먀오리(苗栗)현에 대규모 패키지 공장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패키지 생산 용량을 늘려 전후공정 '턴키'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TSMC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이 기술에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가 2020년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잡았지만 개발에 실패할 경우 이 일정이 뒤로 밀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지금도 TSMC 외에는 내로라 하는 세계적 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OSAT) 회사들이 팬아웃 공정 양산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이 기술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앰코나 JCET스태츠칩팩 등 글로벌 패키지 회사에서 임원급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급 AP 패키지에 WLP 기술 적용을 성공할 경우 삼성전기가 추진 중인 패널레벨패키지(PLP) 방식은 자연스럽게 중저가 및 소형 제품 패키징으로 물량을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Fo-WLP 기술 도입으로 충남 천안은 삼성의 최첨단 반도체 패키지 생산기지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용해 온 천안 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라인인 L5를 임대, 최첨단 패키지 공장으로 전환했다.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 기반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3단 적층 이미지센서 후공정 등이 이 곳에서 수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