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공급... 올해 전사 매출 80% 이상 증가 전망
토종 반도체 증착장비 업체 유진테크가 일본 고쿠사이를 밀어내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로부터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대량 수주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유진테크는 이 장비 공급을 위해 지난 수 년간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일본 고쿠사이에 100% 의존하던 ALD 장비를 이원화함으로써 구매 협상력을 높이게 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테크는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13대의 ALD 장비 발주를 받았다. 현재 삼성전자 평택 D램 신 공장에 순차로 공급 중이다. 회사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유진테크 협력사들 사이에선 전체 구두 계약 물량이 30대가 넘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물량에 맞춰 자재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해당 장비를 배치(Batch, 일괄 처리) 혹은 퍼니스(Furnace) 타입 ALD 설비라고 부른다. 챔버에 한 장씩 웨이퍼를 넣어 가공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넣어 처리하는 방식이다. 균일 막질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다면, 처리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직 고쿠사이로부터 이 장비를 조달해왔다. 현재 삼성전자 D램 생산라인에는 고쿠사이 장비 수 백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LD 장비는 다양한 공정에서 활용된다. 가장 핵심은 D램 커패시터에 고유전율(하이-K) 물질을 증착할 때다. D램은 커패시터 내 전하 저장 유무로 0과 1을 판단한다. 선폭이 좁아지면서 간섭 현상을 줄이기 위해 커패시터 위로 하이-K 물질을 원자 단위 두께로 얇게 증착할 때 ALD가 쓰인다. 커패시터에는 지르코늄(Zr)이나 하프늄(Hf) 같은 하이-K 물질 외 타이타늄(Ti)을 이용한 타이타늄나이트라이드(Tin) 막도 형성해야 한다. 아울러 실리콘나이트라이드(Si3N4) 층간 절연막을 형성하는 ILD(Inter Layer Dielectric) 공정에도 ALD가 활용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유진테크 ALD 설비로 Tin이나 Si3N4 막을 증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하이-K 물질 증착 공정은 장비 내 온도를 매우 정교하게 제어해야 하는 반면 나이트라이드 공정은 온도 범위가 넓고 파티클에 대한 우려도 낮다"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난도부터 시작해서 고난도로 서서히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고쿠사이 장비 이원화 이유는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전자는 고쿠사이에 웨이퍼 처리 속도를 더 높여달라는 주문을 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 수출규제 사태와 2019년 7월 미국 어플라이드로의 피인수 소식(현재 인수 무산)이 전해지면서 국산화 작업에 불을 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유진테크 이전에 원익IPS와 ALD 장비를 공동 개발했으나 상용화까지 이어지진 못해 '실패'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유진테크는 이번 공급건으로 회사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게 됐다. 그간 주로 공급해왔던 일반 화학기상증착(CVD) 장비 대당 가격이 30~40억원이라면 ALD 퍼니스 장비 가격은 60~7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쿠사이 장비는 대당 100장 미만의 웨이퍼를 넣어 처리할 수 있었지만, 유진테크가 이번에 공급하는 장비는 150장을 처리한다. 기술 우위를 증명한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번 협업이 고쿠사이를 자극하는 것을 꺼려해 공시 의무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의 금액으로 나눠서 발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테크는 지난해 202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증권가가 예상한 올해 매출 전망치 평균은 3700억원대다. 전망대로 나온다면 작년 대비 80% 이상 매출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유진테크 관계자는 "고객사 건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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