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작을수록 칩 촘촘하게 박아야
"생산수율 하락·비용 상승 불가피"
'RGB 원칩 전사'로 수율 향상 기대
삼성전자의 99인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마이크로 LED 시장이 아직 개화하지 않았고, 화면이 작을수록 생산비용이 오히려 늘어나는 공정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가정용 110인치 마이크로 LED를 출시하면서 99인치 모델은 상반기, 88·76인치 모델은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99인치 모델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110인치 마이크로 LED 수요가 많아 우선 대응 중"이라고 설명하지만 업계 해석은 다르다. 업계에선 '가격'이 마이크로 LED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99인치 제품 가격은 기존 110인치 제품(1억7000만원)보다 낮아야 하는데, 마이크로 LED는 화면 크기가 작을수록 생산비용이 오히려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마이크로 LED 공정 특성 때문이다. 110인치 마이크로 LED와 같은 해상도(4K급)를 유지하면서 작은 제품을 만들려면 더 좁은 면적의 인쇄회로기판(PCB)에 110인치 제품처럼 800만개 이상의 칩을 옮겨 심어야(전사·Transfer) 한다.
칩 사이 간격이 더욱 촘촘해지는 것인데, 자연스레 생산수율이 떨어진다. 마이크로 LED 불량 화소를 교체하는 수리(리페어) 공정도 늘어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800만개 중 1%만 불량이 나와도 8만개의 칩을 교체해야 한다.
때문에 제품 가격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힘들 경우 삼성전자가 무리해서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게다가 아직 시장도 개화하지 않았다. 올해 삼성전자의 상업용(B2B) 및 가정용(B2C) 마이크로 LED 제품 출하량 전망치는 400~500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TV 출하량(4927만대)의 0.001% 수준이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R(적)G(녹)B(청) 원칩(One Chip)' 전사 기술을 적용해 마이크로 LED 공정 단계를 줄일 계획이다. RGB 원칩 전사란 RGB를 하나의 칩에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에는 RGB 개별 픽셀을 기판에 옮겨 심는 'RGB 개별 칩 전사'를 사용했다. RGB를 하나의 칩으로 만들면 칩 크기가 기존 RGB 픽셀 칩보다 커서 전사가 상대적으로 쉽다.
또 RGB 원칩 방식은 칩을 기판에 옮겨 심는 횟수가 3분의 1로 줄어들고 공정이 짧아져 수율 개선이 가능하다. 리페어 공정 횟수도 줄어 제품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는 RGB(3개) 원칩 방식 외에 RGBRGB(6개)를 하나의 칩으로 만드는 'RGBRGB 원칩'(멀티 다이·Multi Die) 방식 기술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협력사들에 마이크로 LED용 장비를 발주했지만 예상보다 1~2달 늦게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장비는 내년에 출시할 마이크로 LED 제품용이다. 삼성전자의 가정용 마이크로 LED 대중화를 가늠할 참고지표로 LG전자 초대형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가격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LG전자의 88인치 8K OLED TV 출하가는 4700만원, 83인치 4K OLED TV 출하가는 1090만원이다.
한편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um) 단위 LED를 적용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각 소자가 빛과 색 모두 스스로 낸다. 모듈러 방식인 마이크로 LED는 9.7인치 모듈을 이어 붙여 완제품을 만든다. 디스플레이 조각을 이어 붙이는 기술로 크기·형태 제약 없이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100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이 먼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146인치 상업용 마이크로 LED '더 월', 지난해 110인치 가정용 마이크로 LED를 차례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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