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마크 패트릭(Mark Patrick)
자료 : 마우저 일렉트로닉스
오늘날 자율주행차는 고급 센서와 신경망과 같이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기술의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단지 자동차와 관련한 것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로와 같은 인프라 역시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안전하고 사용하기 쉽게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를 주목하고 있지는 않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최근 미 교통부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정책 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의 안전 보장을 위해 준수해야 할 사항들은 규정했지만, 도로 건설업자나 운전자의 준수 사항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좁은 시각으로 보면 맞는 일일 수 있다. 반자율주행차만 하더라도 아직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이 같은 판도가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소수만을 위한 혜택을 위해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러한 변화로 인해 운전자들이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논쟁이 진행되는 동안 자율주행차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사람들은 도로 네트워크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맞게 대응하는 정부도 있다.
개선이 필요한 차선 표시 작업
자동차 제조사들은 각국 정부가 규정한 표준에 따라 도로를 바르게 표시하는 것이 직접적인 개선 방법이라고 말한다. 2016년에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 미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미래의 자율주행차 수를 확대하기 위한 제반 도로시설을 준비할 것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향후 로스앤젤레스의 인프라 투자 및 교통시설 계획에 있어서 신기술의 요구 사항과 과제를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그는 미디어 쇼케이스의 일환으로 볼보의 자율주행차를 시승한 적 있다. 하지만 당시 자율주행 기능은 그리 원활하지 못했다. 당시 볼보의 북미법인 사장이었던 렉스 케서마커스(Lex Kerssemakers)는 가세티 시장 옆에 앉아 이는 자동차의 카메라가 흐릿한 차선 표시를 식별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케서마커스 사장은 "자동차가 차선 표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차선을 전반적으로 다시 도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선 표시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케서마커스 사장이 처음이 아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또한 로스앤젤레스 인근 고속도로의 중첩된 차선들에 대해 기자들 앞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중첩된 차선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들이 잘못 표시된 차선을 추적하여 결국 차선을 이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자동차의 도로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취한 유일한 방법은 모든 차선을 사전에 매핑하는 것이었다. 즉, 센서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머스크 CEO는 “차선 표시를 개선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지금 상태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차선 표시 강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왔다.
도로 표지판과 신호의 일관성 문제
자율주행차 제조사들이 부딪히는 또 다른 난관은 표지판이나 신호, 차선 표시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국경이나 주(州)를 넘어가게 되면 디자인이나 형식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다 스마트한 도로
오늘날의 도로 시스템은 기존의 상태를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스마트 솔루션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의 한 연구팀은 최근에 "자율자동차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도로와 표지판, 신호가 매핑되거나, 스마트하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차량 간 통신(V2V)과 차량-인프라 간 통신(V2I)
더 스마트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용 LTE 또는 단거리 전용 통신(DSRC) 등의 통신 기술과의 조화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차량 간 통신(V2V)과 차량-인프라 간 통신(V2I)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모두 광범위한 차량 사물통신(V2X)에 속한 개념이다.
충돌 가능성을 자동차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V2V 시스템은 항공 분야에 사용되는 공중충돌 방지 시스템(TCAS)과 유사하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10년 이상 트랜스폰더 기반 V2V 시스템 의무화 승인 캠페인을 지속해온 끝에, 마침내 이를 승인받을 것으로 보인다.
V2V와 V2I 기술은 원래 운전자를 위한 보조 기술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 두 가지 기술은 모두 센서 데이터를 보완하고, 다른 도로 사용자들과 정보를 공유하여 자율주행차의 상황 판단력을 향상시키는 등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중국 바이두의 연구원들은 이 기술에 대한 또 다른 이점을 찾아냈다. 자동차 앞에서 교통경찰이 수신호를 보내는 경우를 예로 들면, 자율주행차는 이를 인식하기 힘들기 때문에 운전자가 직접 제어하여 교통경찰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바이두는 자동차가 V2I 네트워크를 통해 지시 신호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교통경찰에게 비컨을 지급하는 등 V2X 기술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운전자에게 미치는 영향
자율주행차의 이점을 극대화하고자 도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게는 최적의 도로가 될 수 있지만 운전자에게는 오히려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언젠가는 특정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이 금지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자율주행차가 운전자보다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 능력이 더 좋고 반응 속도 또한 빠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도로폭을 더욱 좁힐 수 있고, 그만큼 주변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자동차는 좁은 공간에서 더 빨리 이동할 수 있게 되고, V21 기술은 도로 표지판이나 신호등의 필요성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은 운전자나 보행자, 또는 다른 도로 사용자가 없다는 점을 전제했을 때의 얘기다.
점진적인 변화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헤 도로를 바꾸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이며, 어쩌면 정답이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 어쩌면 변화는 정부의 특별한 개입 없이 조금씩, 작은 규모로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2027년이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자동차 10대 중 1대는 정교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지역별 교통당국에서는 충돌 데이터를 검토하면서, 혼잡한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의 상당 건수가 자율주행차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고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태양이 특정 각도에서 빛을 비출 때 자동차 센서가 신호등을 감지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될 수도 있다. 결국 각 교통당국에서는 신호등의 각도를 조정하거나 보조 조명을 설치하는 조치를 취해 충돌 확률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이처럼 향후에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게 도로 시스템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 이를 위한 변화는 필요하겠지만, 자율주행차 이외의 다른 도로 사용자들을 위한 대비책 또한 마련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