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설계를 내년 확정한다. 46파이(Φ·지름 46mm) 배터리다. 지름은 46㎜로 유지하면서 높이를 95㎜, 120㎜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흔히 '테슬라표' 배터리로 불리는 지름 46㎜, 높이 80㎜(4680) 규격도 46파이 제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내년 설계가 확정되면 양산 준비에 곧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일본 파나소닉과 시점이 겹친다. 이 형태의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힌 여러 중국 업체를 제외해도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의 삼파전이 불가피하다. 성능, 안정성, 가격을 무기로 테슬라 공급 성사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46파이 규격 원통형 배터리를 내년 양산할 계획이다. 최훈 삼성SDI 중국법인장은 최근 차이신, 신랑과기 등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46파이 양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46파이) 연구‧개발(R&D) 단계에 있으며 2023년 설계가 확정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양도 처음 언급됐다. 니켈 함량 90% 이상의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고 에너지 밀도는 모듈 기준으로 520와트시리터(Wh/L)다. 이는 5세대(젠5) 각형 배터리 셀의 78% 수준이다.
현재 삼성SDI는 천안에 46파이 파일럿 라인을 구축 중이다. 1기가와트시(GWh) 수준이며 분당 생산속도(PPM)가 20PPM이다. 낮은 속도로 배터리를 만들어 보고 문제가 없으면 양산 투자를 진행한다.
양산은 말레이시아 세렘반 공장이 유력하다. 2021년 2170 규격 원통형 배터리(지름 21㎜, 높이 70㎜) 투자가 이뤄진 곳이다. 양산 목표는 200~300PPM이다. GWh로 환산하면 8~12GWh 정도다. 주행거리 400Km의 고성능 전기차 23만대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삼성SDI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배터리 2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2025년 최종 완공 시까지 단계적으로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천안 파일럿 라인 투자액도 포함됐다.
한편, 전 세계 원형 배터리 시장은 기존 전동공구, 마이크로 모빌리티에서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101억7000만 셀에서 오는 2027년 151억1000만 셀로 증가하며 연평균 8%의 시장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