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엔티‧씨아에이에스‧히라노테크시드와 경쟁
노스볼트 등 신규 고객사 발굴이 관건
삼성SDI가 배터리 핵심장비 역량을 강화한다. 협력사 경쟁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극공정용 장비가 대상이다. 이 장비는 그간 ㈜한화가 주로 맡았다. 경쟁 입찰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한화가 수주를 독점했다. 경쟁사인 피엔티, 씨아이에스, 히라노테크시드 등이 물량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화는 신규 고객사 발굴을 통해 매출처 다변화를 꾀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신규 배터리 공장에 적용될 전극공정용 장비를 경쟁 입찰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배터리 합작사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신규 원통형 배터리 공장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지역의 투자액만 5조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전극공정용 장비 비중은 10% 내외로 추정된다.
전극공정은 배터리 양극(+)과 음극(-)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배터리 소재를 섞어주는 믹싱공정 다음에 위치한다. 양극활물질(양극재, 바인더 등의 소재 조합물), 음극활물질(음극재, 바인더 등의 소재 조합물)을 집전체(동박, 알루미늄박)에 발라주고 150℃ 이상의 고온으로 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 공정은 코터 장비가 담당한다. 집전체와 활물질을 압연하는 롤프레스, 완성된 양극과 음극을 돌돌 말아 만든 마더롤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주는 슬리터 장비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화는 삼성SDI 헝가리 괴드 2공장을 비롯해 크고 작은 수주를 도맡았다. 에코프로비엠 포항 양극재 공장의 소성(열로 서로 다른 물질을 섞는 작업)장비도 공급한 바 있다. 두 회사를 통해 배터리 장비 사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나, 앞으로 삼성SDI라는 대형 고객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일각에선 한화 전극공정용 장비 사업의 준비가 부족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는 코터 장비 중심의 사업을 했다. 지난해부터 롤프레스, 슬리터 장비를 덧붙였다. 전극공정용 장비는 코터-롤프레스-슬리터를 모두 다룰 수 있어야 경쟁력이 높다. 경쟁사보다 롤프레스, 슬리터 장비 도입이 늦으면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사양을 만족시키기 어려웠을 수 있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해부터 롤프레스, 슬리터 장비 인력을 대거 채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유럽 사업을 위해 많은 인력을 끌어들인 것도 삼성SDI 외 대형 고객사 확보를 위해서였다"며 "옥경석 사장이 노스볼트와 같은 신규 고객사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는 최근 배터리 장비 사업을 담당하던 기계부문명을 모멘텀으로 바꾸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인수하는 사업재편도 진행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와 같은 첨단산업 장비를 모두 다룰 수 있게 됐다.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