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파일럿 라인, 검증 끝나면 말레이시아에 투자
테슬라 협력사 적극적으로 활용한 듯
삼성SDI가 테슬라 차세대 배터리 생산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천안에 파일럿 라인을 마련 중이다. 연내 검증 작업을 마무리한다. 결과물이 성공적 내년 말레이시아에 양산 라인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구체적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계획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향 차세대 배터리는 4680 규격(지름 46㎜,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다. 현재 두 가지 버전으로 개발 중이다. 오리지널 4680을 포함해 높이를 다양한 형태로 조절한 형태다. 높이 조절을 요구한 고객사는 BMW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부터 꾸준히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유럽 출장에서 BMW와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천안에 구축되고 있는 파일럿 라인은 오리지널 4680 생산 기준으로 1GWh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분당 생산속도(PPM)가 20PPM이다. 낮은 속도로 배터리를 만들어 보고 문제가 없으면 양산 투자를 진행한다.
양산 목표는 200~300PPM이다. GWh로 환산하면 8~12GWh 정도다. 오리지널 4680이 아닌 용량을 줄인 모델(높이 조절 버전)의 경우 생산 규모는 5GWh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5GWh는 주행거리 400Km의 고성능 전기차 1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12GWh의 경우 23만대 가량이다.
양산 라인은 국내가 아닌 말레이시아 세렘반 공장 투자가 유력하다. 2021년 2170 규격 원통형 배터리(지름 21㎜, 높이 70㎜) 투자가 이뤄진 곳이다. 이곳은 2012년부터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노후화된 소형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걷어냈다. 신설 원통형 배터리 전진 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테슬라향 핵심 장비는 한화와 코엠이 담당
삼성SDI 4680 배터리 파일럿 라인은 이르면 내달부터 셋업이 시작된다. 주요 협력사에 장비 발주(PO)가 이뤄진 상태다. 양극과 음극을 제조하는 전극장비는 ㈜한화 기계부문이 맡았다. 한화는 2021년부터 삼성SDI의 주요 배터리 투자 때마다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극장비 발주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집전체(동박, 알루미늄박)와 활물질(양극재, 음극재)을 압연하는 롤프레스 장비, 완성된 양극과 음극을 돌돌 말아 만든 마더롤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주는 슬리터 장비 공급 여부다. 그간 한화는 전체 전극공정용 장비 가운데 집전체와 활물질을 고온에서 건조시키는 코터 위주의 사업을 펼쳤다.
원통형 배터리 핵심인 와인더와 조립공정 설비는 코엠이 맡는다. 와인더 장비는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돌돌 말아 젤리롤(Jelly roll)로 만드는 공정에 쓰인다. 원통형 배터리 조립 공정 첫 번째 단계다. 이 젤리롤을 원통형 캔(CAN)에 넣고 전해질을 채운 다음 활성화(포매이션) 공정을 거친다.
공교롭게도 한화와 코엠은 테슬라 4680 배터리 파일럿 라인이 마련된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 장비를 공급한 전력이 있다. 당시 코엠은 와인더 장비, 한화는 물류와 포매이션 장비를 각각 공급했다. 삼성SDI가 이들 업체를 선택한 것은 테슬라 사례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 설계와 생산에 있어 삼성SDI는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업체"라며 "테슬라 파일럿‧양산 라인에 장비를 공급한 국내 협력사들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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