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재기업 폴앤코가 배터리‧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1893년 설립된 폴앤코는 지관(코어), 골판지 등 종이류 제품을 주로 다루는 쿠너츠그룹에 속해 있다. 한국은 폴앤코아시아가 담당한다.
폴앤코가 주로 다루는 제품은 종이로 만든 코어다. 두루마리 휴지에서 볼 수 있는 휴지심 같은 제품이다. 이 코어는 산업용으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를 말아서 만들기 위한 용도다. 배터리 분야는 동박, 알루미늄박, 분리막 등의 소재가 대상이다.
킬리언 쿠너츠 폴앤코 부사장은 "그동안 산업용 코어는 ABS나 섬유강화플라스틱(FRP)과 같은 소재가 주로 사용됐지만, 가격과 재활용 측면에서 종이가 훨씬 유리해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면서 "전기차는 물론 배터리 기업들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BS, FRP와 같은 소재는 재활용이 사실상 어렵다. 분진에 민감한 배터리 공장 내부에 쓰이기 때문에 별도의 가공 과정도 거친다. 가격이 비싸다는 의미다. 폴앤코의 종이 코어는 이들 소재보다 가격이 80% 가량 저렴하다. 종이로 만들어 재활용도 손쉽다.
종이 코어를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까지 꼼꼼하게 따진다. 배터리 셀 기업에게도 배터리 납품전까지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정보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전기차 주행뿐 아니라 배터리 생산과 충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작업자 입장에서도 종이 코어가 훨씬 유리하다. ABS, FRP는 충격에 약하고 무게가 무겁다. 종이 코어는 같은 강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게는 절반 이하 수준이다.
킬리언 부사장은 "ABS, FRP로 만든 코어는 유럽에서 더 이상 생산할 수 없을 정도로 규제가 강하다"면서 "(폴앤코가) 배터리용 종이 코어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고객사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유럽에 공장을 가동 중인 배터리, 관련 소재 기업들이 폴앤코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올해 폴앤코의 종이 코어 매출 목표는 300만유로(약 43억원) 수준이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에서 종이 코어를 생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킬리언 부사장은 "현재 종이 코어는 독일과 헝가리,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 중이지만 준비가 되면 한국에서도 생산할 계획이 있다"며 "충분히 잘 준비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일렉=이수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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