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로 제압하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국제 소송을 제기한 LG화학이 국내 중견 업체 이녹스첨단소재에도 특허 소송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대표이사의 ‘강공’ 경영 스타일이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통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녹스첨단소재의 지난해 매출액은 2900억원으로 LG화학(28조8000억원)의 100분의 1 규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녹스첨단소재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소송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을, 이녹스첨단소재는 율촌을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LG디스플레이에 대형 OLED 패널용 봉지(Encapsulation) 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봉지 필름은 OLED 패널에서 빛을 내는 유기물질에 산소나 수분이 침투해 발광특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방지한다. 핵심 공정 중 하나다. 이 필름은 원래 LG화학이 단독 공급했다. 단독으로 제품을 넣던 시절에는 이 사업에서만 월간 약 50억원, 연간으로 600억원 수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녹스첨단소재는 2016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7년 말 성능을 개선한 OLED TV용 봉지 필름을 개발했다. 지난해 중반기 이후 본격 공급을 시작했다. 이녹스첨단소재는 LG화학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필름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녹스첨단소재 제품을 대안으로 확보한 LG디스플레이가 LG화학에 강력한 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추정한다. LG화학은 단가 인하 압박과 매출 축소가 이어지자 이녹스첨단소재에 이 같은 소송을 건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 특허를 침해한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 현재 LG화학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경쟁은 특허로 제압하라”는 말을 주로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3M 평사원으로 입사해 본사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3M은 특허 경영으로 유명한 회사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녹스첨단소재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체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만 특허 소송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특허 소송을 적극 펼친다는 업계 시각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녹스첨단소재 관계자는 “소송에 활용된 특허는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주는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