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앤에스텍, 에프에스티 투과율 90% 이상 EUV 펠리클 개발
라인 적용을 위해서는 EUV 라인 내 실증 테스트 필요한 상황
TSMC도 테스트 과정에서 수차례 라인중단 후 펠리클 내재화
EUV(극자외선) 공정 도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개발한 펠리클 상용화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국내에선 에스앤에스텍, 에프에스티 등이 투과율 90% 이상의 EUV 펠리클 개발을 마친 상태다. 물성이나 성능 면에서 당장 양산 공정 적용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얘기이지만, 아직까지 상용화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용화의 키(key)를 쥔 삼성전자가 EUV 펠리클의 손상 위험을 의식해 라인 적용을 주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EUV 공정 도입 확대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펠리클 개발을 착착 진행 중이다. 에스앤에스텍은 이미 투과율 91%에 달하는 EUV 펠리클 개발에 성공했고, 에프에스티도 90%를 웃도는 투과율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두 업체는 내구성 면에서도 실험실 단계에서 큰 문제가 없는 정도로 개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펠리클은 노광공정 중 반도체 회로가 그려진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부품이다. 장당 5억~10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인 포토마스크를 오염에서 보호하고 교체주기를 줄여 공정 비용 절감, 생산성 강화 등이 가능하다. 펠리클을 적용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0년 에스앤에스텍, 2021년 에프에스티에 각각 658억원(지분 8%), 430억원(지분 6.9%)을 투자해 국산 펠리클 개발을 추진했다.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이들 두 업체는 2년여만에 펠리클 개발을 마치게 됐다.
문제는 펠리클 개발이 마무리됐음에도 상용화 얘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펠리클을 도입해야 하는 삼성전자의 태도가 미온적이란 얘기가 업계에 돈다.
이유가 뭘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EUV 펠리클 적용을 망설이는 까닭은 펠리클의 손상 위험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UV 공정은 고출력 에너지를 통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공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펠리클이 깨지는 등 위험성이 있다. 만약 공정 진행 중 펠리클이 깨지면, 수천억원에 달하는 EUV 장비를 멈추고 수일 혹은 수주에 걸쳐 장비 클리닝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클리닝에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지만, 공정 중단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상당한 부담이다.
삼성전자가 라인 적용을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스엔에스텍, 에프에스티가 개발한 펠리클을 삼성전자가 EUV 공정에 넣어보고, 손상 위험성이 있는지,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이드라인이 필요한지를 테스트해야 한다. 그런데, 펠리클 손상에 따른 라인 중단 등 위험부담 탓에 라인 적용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UV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펠리클 적용이 무조건적으로 도움이 된다”라며 “당장은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지만 국산 EUV 펠리클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만 TSMC도 비슷한 경험 끝에 EUV 펠리클 내재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일본 미쯔이화학의 EUV 펠리클과 자체 조달한 EUV 펠리클을 사용하는데, 공정 적용 과정에서 펠리클이 깨져서 몇 차례 라인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EUV 펠리클은 네덜란드 ASML과 테러다인이 공동 개발해 일본 미쯔이화학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 펠리클은 충분한 실증 테스트를 거친 끝에 신뢰할만한 가이드라인을 축적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국산 EUV 펠리클 실증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호황기에는 실증 테스트를 할 여유가 없지만, 지금처럼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감산, 공정 가동률 하락이 있는 상황에선 해볼만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이 결단을 내려줘야 국내 EUV 생태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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