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L, EUV 대비 공정 복잡도, 비용, 소모 전력 축소 가능
캐논 CEO "새로운 기회와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확신"
키옥시아, SK하이닉스 등 낸드 기업 NIL 양산 테스트 중
[편집자 주]반도체 불황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직은 이르지만 바닥을 통과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작금의 불황 이후 반도체 산업계에선 다시 미세공정 경쟁이 달아오를 가능성이 크다. 초미세 공정 구현의 한계를 누가 빨리 넘어서느냐가 내년 이후 반도체 시장 주도권의 향방을 가를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은 소재·장비 분야에서 시작되고 있다. 보다 미세한 회로를, 더욱 정교하게 그려내기 위한 어드밴스드 리소그래피(Lithography)와 미세 패터닝(Patterning) 기술 및 장비 경쟁 현황을 짚어본다.
일본 캐논이 출시한 나노임프린트리소그래피시스템(NIL)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시장 독점을 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캐논의 NIL 장비는 기존 EUV나 극자외선(DUV)과 달리 웨이퍼 위에 전사하는 형태로 패턴을 만든다. 캐논은 NIL 장비를 통해 현재 5nm 공정 수준의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며, 향후 2nm 구현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재 대부분의 포토 공정은 광원을 통해 패턴을 형성한다. 7nm 이상의 미세공정의 경우 EUV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외 공정에는 심자외선(DUV) 장비가 쓰인다. 광원을 통해 패턴을 형성하는 방식의 경우, 먼저 웨이퍼에 포토레지스트(PR)를 도포한 뒤, 반도체 패턴이 그려진 포토마스크에 광원을 쐬어 준다. 이 과정을 거치면 웨이퍼 위에 일정한 패턴이 만들어진다. 패턴을 생성한 후에는 현상 과정을 거친다. 빛을 받아 변성된 PR을 디벨로퍼를 통해 제거한다.
캐논의 NIL은 광원이 아닌 웨이퍼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패턴을 만든다. 도장을 찍는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도장은 인주를 묻혀 패턴을 만들지만, 캐논 NIL은 분사된 PR에 패턴을 찍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캐논 NIL의 경우, 먼저, 잉크젯 기술을 이용해 웨이퍼 표면에 PR을 분사한다. 그 후 회로 패턴이 새겨진 마스크(스탬프)를 눌러 패턴을 새긴다. 그 뒤 자외선(UV)을 조사해, 패턴을 형성한다.
캐논은 NIL을 통해 광원 기반 포토 공정 대비 공정 복잡도를 대폭 축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EUV 장비 대비 전력 소모와 장비 가격도 낮다고 전했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CEO는 지난달 블룸버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NIL 장비 FPA-1200NZ2C에 대해 "가격이 ASML의 EUV보다 한 자릿수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논 NIL 장비는 아직 최종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NIL 장비를 통해 공정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일본 낸드 기업 키옥시아와 SK하이닉스 등이다. 두 기업은 NIL 장비를 통해 낸드를 양산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기업들이 NIL 도입 검토에 나선 이유는 낸드의 단순한 구조 때문이다. NIL은 EUV 대비 패턴 형성에 제한이 있어, 낸드와 같은 구조에 적합하다. 회로도가 복잡한 비메모리 등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다만, NIL 장비를 실제 공정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웨이퍼의 왜곡 문제다. 웨이퍼를 마스크로 누르고 UV를 조사하는 과정 중 미세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관계자는 "EUV 공정에서도 왜곡을 잡는게 쉽지 않다"며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방식인 NIL의 경우,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NIL은 반도체 애플리케이션에 적합지 않은 솔루션"이라고 부연했다. 캐논은 이러한 왜곡을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를 방출해 웨이퍼를 재정렬하는 기술 등을 개발했다.
또 NIL 도입을 위한 공급망 형성도 과제다. NIL을 양산 라인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NIL용 소재 개발부터, 부품, 장비 개발 등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미타라이 CEO는 "NIL이 EUV를 추월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 기술이 새로운 기회와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미 많은 고객들로부터 문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