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특허 매입 배경 풀이 엇갈려...23건 중 4건은 이미 소멸
"M램 기반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 보완 가능성" vs "큰 의미 없을 것"
삼성전자, 지난 2011년 씨게이트에 HDD 美특허 479건 매각 이력
삼성전자가 13년 전 HDD 사업과 특허를 매각했던 미국 씨게이트(Seagate)로부터 미국 특허 23건을 매입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사들인 특허는 씨게이트가 지난 2002년부터 2020년 사이 출원(신청)해 등록한 자기 기록 관련 특허로, 앞서 삼성전자가 씨게이트에 팔았던 특허는 아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씨게이트에서 사들인 특허를 현재 종합기술원이 개발 중인 MRAM 기반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 보완에 사용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이번 특허 매입은 과거 씨게이트와의 사업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큰 의미는 없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전자가 매입한 특허 23건 중 4건은 이미 소멸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일(현지시간) 씨게이트로부터 자기 기록(Magnetic Recording) 관련 미국 특허 23건을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사들인 특허는 대부분 자기 기록 장치나, 자기 기록 신호처리 관련 기술이다.
자기 기록이란 자기 디스크 같은 자기 매체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 중인 대표 스토리지 기술 가운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자기 방식,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전기 방식 저장 매체다.
앞서 지난 2011년 삼성전자는 씨게이트에 HDD 사업과, 미국 특허 479건을 매각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씨게이트와 포괄적 사업협력 계약을 맺고, 씨게이트 지분 일부를 취득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를 씨게이트 SSD용으로, 씨게이트는 HDD를 삼성전자 PC용으로 대량 공급키로 합의했다. 또, 양측은 △특허 상호 라이선스 계약 확대 △스토리지 솔루션 공동개발 등 전략제휴 관계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로부터 5년 뒤인 2016년 삼성전자는 씨게이트 주식 1250만주(지분 4.2%)를 모두 처분했다.
삼성전자가 씨게이트에 HDD 사업과 특허를 매각한지 13년이 지난 2024년에, 단순히 HDD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씨게이트에서 특허를 사들이진 않았을 것이란 풀이가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사들인 특허는 씨게이트가 지난 2002년부터 2020년 사이 출원해 등록한 자기 기록 관련 특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 중인 자기저항메모리(MRAM·Magnetoresistive Random Access Memory) 기반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 기술 보완 차원에서, 삼성전자가 씨게이트에서 이번 특허를 매입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MRAM은 데이터 안정성이 높고 속도가 빠른 비휘발성 메모리로, 플래시 메모리보다 쓰기 속도가 약 1000배 빠르고 전력소모가 적다. MRAM이 자성체 소자를 사용한다. 또,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 안에서 데이터 저장과 연산을 모두 수행하는 칩 기술이다. 메모리 내 대량 정보를 이동 없이 메모리 안에서 병렬 연산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낮아서 차세대 저전력 인공지능(AI) 칩을 만드는 유력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컴퓨터는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칩과, 데이터 연산을 책임지는 프로세서 칩을 따로 나누어 구성한다.
지난 2022년, 삼성전자는 MRAM 기반 인-메모리 컴퓨팅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고, 연구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5나노미터(nm) RF(Radio Frequency) 및 eMRAM 기술을 포함한 특수 공정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번 삼성전자의 특허 매입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풀이도 있다. 삼성전자가 매입한 미국 특허 23건 중 4건이 이미 소멸됐고, 해당 특허가 HDD 기술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 씨게이트 지분을 매각한 뒤 남은 사업관계를 정리하려는 목적일 수 있고, 경쟁사를 속이기 위한 일종의 페이크(fake) 특허 매입 전략일 수 있다"고 밝혔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