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직보조금 불가 입장
미국 반도체 업계가 칩스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 시행된 후 자국 제조 능력 증가 및 투자 확대, 고용 창출 등 긍정 영향이 크다면서 인센티브 확대와 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8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공동 조사·작성한 에 이 같은 요구를 담았다.
존 뉴퍼 SIA 회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며 "칩스 및 과학법이 미국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을 크게 강화하고 있으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연장시키기 위해 정부 리더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치 템플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및 SIA 이사회 의장은 "칩스법 같은 효과적 정책이 미국 내에서 더 많은 반도체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칩스 및 과학법은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첨단 생산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기 위해 5년간 390억달러 직보조금과 750억달러 대출 및 보증, 25% 세액 공제, 132억달러 R&D 지원금을 주는 것이 골자다.
보고서에 따르면 칩스 및 과학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능력은 세 배(20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 세계 지역별 최고 증가율이라고 보고서에 적었다. 2022년 칩스 법 시행 전에 미국 반도체 제조 능력이 세계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10%였지만 2032년에는 14%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이 비중은 8%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과거 10년간 미국 반도체 제조 능력 증가율은 주요 생산 지역 중 가장 낮은 11%에 그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10나노 이하 첨단 로직 제조 분야에선 미국이 28%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이 분야 점유율 수치는 제로였다.
2024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액이 전 세계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만(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SIA와 BCG는 "칩스 및 과학법이 없었다면 이 수치는 9%에 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민간 투자도 촉진됐다. 칩스법 시행 이후 미국 25개주에서 80개 이상의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가 발표됐고, 이를 모두 더하면 투자액만 450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반도체에서만 5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수십만개의 간접 일자리도 생길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칩스법 시행 이후 유럽연합(EU)도 비슷한 보조금 정책을 공개했다. 중국의 경우 집적회로(IC) 산업 투자 기금 세 번째 단계를 시작했다. 대만과 일본 등에서도 다양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반면에 한국은 반도체 제조 관련 직보조금은 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진행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제조역량이 떨어지는 일부 선진국은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반도체에서 약한 부분이 생태계, 소재·부품·장비, 인프라 부문"이라며 "민간이 못하는 이러한 부문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하고, 기업이 잘하는 부문은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직보조금을 받아 지은 공장은 상대적으로 감가상각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면서 "한국 내 반도체 공장에서 제조한 반도체가 미국, 일본산 대비 원가 측면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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