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유니콘 후보로 관심을 모아온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이 합병한다.
양사는 올해 3분기 중으로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최대주주는 사피온 미국법인(SAPEON Inc)이 될 전망이다.
빅뱅을 맞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단시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라이벌간 전격 합병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통신시장을 놓고 격돌 중인 SK텔레콤과 KT가 양사의 주요 주주여서 통신 라이벌간 AI 반도체 시장 협력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12일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합병을 추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양사는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빠른 합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사와 주주 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3분기 중으로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 후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키는 일정이다. 합병회사 대표는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회사의 최대주주는 사피온 미국법인이다. 사피온 미국법인은 현재 사피온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양사 합병 시 사피온 미국법인의 합병회사 지분율은 3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을 위한 기업 가치는 사피온코리아 5000억원, 리벨리온 8800억원 가량으로 평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관계자는 "사피온 미국법인이 시리즈A를 받으면서 지분이 아닌 전환사채를 부여했다"며 "이번 합병을 통해 기투자자들에게 합병회사 법인 지분을 나눠주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피온 미국법인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62.5%)이다. SK하이닉스는 25%, SK스퀘어도 12.5%를 소유 중이다. 이번 합병 후에도 SK그룹에서 합병회사에 유의미한 지배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벨리온의 주요주주인 KT는 양사 합병 시 지분율이 10% 아래로 떨어진다. SKT는 이번 합병에 대해 "합병 이후 SKT는 전략적 투자자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반도체 시장 진출과 대한민국 AI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차세대 칩 개발 전략은 합병 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현재 양산 중인 사피온 'X330'과 리벨리온 '리벨'와 별도로 'X430' 등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사피온 관계자는 "현재 칩 개발 방향은 정해진 바가 없다"며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2년 반에서 3년 주기로 신제품이 나오는데, 합병 후 이 사이클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운드리 사용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피온은 TSMC를, 리벨리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칩을 양산 중이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의뢰처는 일원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고위 관계자는 "SK그룹에서 유의미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삼성 파운드리를 이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벨리온은 현재 진행 중인 기업공개(IPO) 일정은 미루지 않고, 그래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합병으로 절차적으로 늦어질 수 있겠지만, IPO는 일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일렉=노태민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