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구글의 AI 서비스인 제미나이를 선탑재한 삼성전자의 위법성을 조사한다. 그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행위를 조사해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연초 출시한 갤럭시S24와 최근 발표한 갤럭시Z폴드6‧플립6 제품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도 EU 규제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9월 발표하는 신형 아이폰에 오픈AI의 챗GPT를 장착할 예정인데, EU는 이와 관련한 경쟁 제한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애플은 6월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 당시 3월 시행된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준수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18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유럽연합(EU)은 삼성전자에 구글의 AI 서비스인 제미나이를 탑재한 후 스마트폰을 출시한 경위 등을 묻는 8 페이지 분량의 질의서를 보냈다. 제미나이를 스마트폰에 넣는 과정에서 다른 AI 기업의 경쟁을 제한하는 등 부당 조치가 있었는지 확인한다.
삼성전자는 1월 17일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갤럭시S24를 발표했다. 갤럭시S24는 구글과 협업해 만든 '서클 투 서치' 기능을 장착한 첫 스마트폰이다. 단말기 자체에서 AI를 쓰는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의 시작을 알린 제품이다. 예를 들어, 웹 서핑, SNS, 유튜브 등을 이용할 때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여러 개의 검색 앱을 오가는 대신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기만 하면 쉽고 빠르게 검색을 시도할 수 있다. 서클 투 서치 기능 구현에 사용된 것이 구글의 AI 서비스인 제미나이 나노와 제미나이 프로다.
삼성전자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 2024' 행사를 열고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6‧플립6'를 발표했다. 신제품은 다양한 특징이 있지만, 특히 삼성전자와 구글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추가된 AI 경험 요소가 관심을 끌었다. 갤럭시Z폴드6와 갤럭시Z플립6에는 AI 기반으로 맥락을 이해하는 구글 제미나이 앱이 기본 장착됐다. 사용자가 화면 하단의 모서리를 쓸어 올리거나 '헤이 구글(Hey Google)'이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제미나이 오버레이가 실행된다.
제미나이는 구글 앱과 연동된다. 예를 들어, 관광 명소를 찾고자 하는 이용자가 제미나이를 호출하면, 구글 지도와 연결된 명소를 소개하거나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최적의 동선을 추천한다. 실시간 항공편이나 호텔 관련 예약 정보도 제공한다. 유튜브 시청 중 상세 정보가 궁금할 경우 제미나이 오버레이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갤럭시S24에 탑재했던 서클 투 서치 기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구글과 함께 신기술을 추가했지만, EU는 양 사 간 협력으로 추가한 AI 서비스가 반독점 규제의 대상이 아닌지 살핀다. 로이터가 자체 입수한 EU 문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 이외 다른 AI 기업의 챗봇이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것을 방해했다는 혐의가 기재됐다.
EU가 삼성전자와 구글 간 계약에서 DMA 위반 여부를 확인할 경우 소송이 불가피하다. EU는 DMA 위반 기업에 대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2023년 매출액은 258조9800억원이며, 10%의 벌금을 부과할 경우 25조8980억원을 EU에 내야 한다.
최근 애플은 EU의 DMA 위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조처를 했다. 애플 생태계에서 유일한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앱스토어 정책을 포기했고, 서드파티에 애플페이 기반 결제 서비스의 문호를 열었다.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에 탑재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아이폰에 챗GPT를 탑재하는 것과 관련한 DMA 회피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유럽에 출시하는 신형 아이폰은 챗GPT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EU의 조사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디일렉=이진 전문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