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을 선도하는 챗GPT 서비스 기업 오픈AI의 지위를 투자사에서 경쟁사로 올렸다. 독자 생성형 AI 서비스인 코파일럿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자금을 쏟아부으며 인력을 영입했다. MS의 결정은 미국, 유럽, 영국 등의 경쟁 당국이 MS의 AI 관련 반독점 불법 행위를 살펴보는 영향으로 풀이할 수 있다.
1일(현지시각) 미 IT 전문 매체 테스스팟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0K를 통해 오픈AI를 경쟁 기업이라고 명시했다.
MS와 오픈AI는 특수관계 사업자다. MS는 오픈AI 사업 초기부터 관여해 총 13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샘 올트먼 CEO가 회사에서 쫓겨났을 때 그의 복귀를 위해 구명하는 활동을 펼쳤다. 최근까지 오픈AI 이사회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MS는 오픈AI를 AI와 검색 시장 경쟁 기업으로 지위를 격상하며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MS는 10K 문서 속 AI 분야 주요 경쟁기업 리스트에 오픈AI 이외에 앤쓰로픽, 아마존, 메타 등을 기재했다. 검색 서비스 시장의 경쟁사 리스트에는 구글 이외에 서치GPT가 처음 등재됐다.
MS의 태도 변화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세계 주요국의 경쟁 당국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MS를 조사 중인 영향도 있다. MS는 자사 제품에 오픈AI의 챗GPT 서비스를 넣는데, 이 과정에서 앤쓰로픽 등 다른 AI 기업의 참여를 임의로 제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경쟁 당국은 MS와 오픈AI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고 해도, 다른 AI 기업의 참여가 차단될 경우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은 강력한 처벌 조항이 있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했다. 위반 기업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애플의 경우 기존 애플리케이션 장터에서 자사 '앱스토어'만 앱 유통처로 운영했지만, DMA 위반 우려로 서드파티 앱인 '에픽게임즈스토어'를 허용했다. 애플페이 역시 외부에 개방했으며, 연말 EU에 출시하는 아이폰에는 다른 국가와 달리 챗GPT를 지원하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빠질 전망이다.
MS는 자체 AI인 코파일럿이 있지만, 향후 AI 시장에서 경쟁하는 타 기업에 문호를 개방할 처지에 놓였다. 오픈AI가 경쟁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만큼, 향후 챗GPT를 자사 서비스에 추가할 때 법망을 피할 구실로 삼을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 주요 AI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 간 우호 관계는 언제든 적대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검색 시장을 주름잡던 야후는 당시 신생 기업인 구글과 협약을 맺고 구글의 검색 결과를 야후 페이지에 표시되도록 했다. 양사는 수년간 파트너십을 유지했지만, 어느 순간 구글 검색이 야후를 앞서게 됐다. 2010년 이후 구글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졌고, 현재는 글로벌 시장을 거의 독점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테이트카운터가 분석한 7월 기준 구글 검색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91.05%다.
MS와 오픈AI 간 관계는 야후와 구글의 스토리와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 있다. 현재는 MS가 오픈AI를 지배하는 모습이지만, 얼마든지 처지가 뒤바뀔 수 있다.
IT 전문 매체 테크스팟은 "파트너와 경쟁자라는 타이틀은 실리콘 밸리에서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며 "야후와 구글의 스토리처럼, 기술 분야에서 이런 종류의 권력 전환이 발생한 역사가 많기 때문에 MS와 오픈AI의 관계 역시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MS는 자체 AI 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 3월 6억5000만달러(8906억원)를 들여 AI 스타트인 인플렉션 AI의 공동 창립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카렌 시몬얀을 영입했다.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맞지만, 이와 별도로 자체 AI 사업부의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