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EU 규제에 된서리를 맞았다. 앱 장터 등 핵심 서비스를 외부에 개방한 데 이어 iOS 개방 압력까지 받는다.
블룸버그, 디 인포메이션, 폰아레나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애플에 iOS의 타사 개방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기한은 6개월 이내다.
iOS는 애플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운영체제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안에 탁월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이는 자체 생산한 하드웨어와 엄격한 기준을 따른 소프트웨어만 iOS에서 가동되게 허용한 영향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이 만든 모든 웨어러블 기기 등 하드웨어를 iOS에서 작동하게 하는 것은 애플의 '보안' 정책 자체를 흔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애플은 자체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를 철저히 통제하며 보안을 유지하는 정책을 폈다. 아이폰 이용자가 갖가지 스미싱(SMS와 피싱의 합성이) 공격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애플의 폐쇄 정책 덕이다. EU 요구대로 애플이 호환성 관련 장벽을 낮출 경우 이용자가 외부 해커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생긴다.
EU는 애플이라는 시장 독점 기업의 지위 남용을 막는 디지털시장법(DMA)이 근거로 iOS 개방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 최적화된 스마트워치는 애플워치지만, 앞으로는 갤럭시워치 등 타사 제품의 호환성도 보장해 줘야 하는 식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DMA 위반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
EU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DMA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유독 애플에 가혹하게 적용하는 분위기다. 애플은 올해 들어 애플리케이션을 유통하는 장터 시장을 외부에 개방했고, 애플페이의 문호도 열었다. 콧대 높은 애플이지만,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책정하는 DMA에 맞서는 데 부담을 느낀 탓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발표한 통지문에서 "EU는 공정하고 개방적인 디지털 시장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둔다"며 "스마트폰과 운영체제 간 효과적인 상호 운용성은 중요하며, EU는 애플과 협의해 타사 기기에 대한 제안 조치를 풀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베스타게르는 최근 10년간 EU 경쟁 당국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처분이 내려지기 전인 11월 퇴임할 예정이지만, 임기 말까지 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폰아레나는 "애플은 앱스토어 관련 DMA 위반 혐의로 EU 조사를 받고 있으며, 최근 음악 스트리밍 업계 관행으로 20억달러의 벌금을 받았다"며 "애플이 EU 경쟁 당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더 많은 벌금이 부과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디일렉=이진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