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생산자개발생산(ODM) 물량 확대 사안을 놓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업부 실권자가 ODM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결국 '확대'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ODM은 제조업체에 제품 개발부터 부품 조달, 조립까지 맡기고 라벨만 주문자 상표를 부착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내년 ODM 물량을 7000만대에서 최대 1억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1억대는 삼성전자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에서 3분의 1 규모다. 올해 10% 미만인 ODM 비중이 세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하반기 ODM 스마트폰의 '성공 여부'가 단서 조항이긴 하지만, ODM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부품 협력사는 비상이 걸렸다.
ODM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인물은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사장)이다. ODM 방식으로 생산원가를 낮춰야 중국과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샤오미 등과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고, 인도 시장 1위는 지난해 샤오미에 빼앗겼다. 모두 저가폰으로 점유율 싸움을 하는 시장이다.
ODM을 적극 활용하는 화웨이와 샤오미의 올해 ODM 비중은 각각 30%, 70% 선이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 ODM 비중은 10% 미만이다. 일부에서 삼성전자의 ODM 확대를 합리적이라고 보는 배경이다.
노태문 사장은 이미 김성은 무선구매팀 상무에게 ODM 총괄을 맡겼다. 김성은 상무는 노 사장 측근으로 ODM 확대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 모델 프로젝트도 중국 윙텍(Wingtech, 闻泰科学) 등에 맡겼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지난해와 올해 윙텍에 맡긴 저가 스마트폰 모델은 모두 4개다.
박경군 무선구매팀장(부사장) 입장은 다소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무선구매팀 김성은 상무가 노태문 사장 지시를 받으면서 박경군 부사장 운신폭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부사장은 ODM 물량 확대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박 부사장은 신종균 전 사장 측근으로 국내 부품 협력사에 기회를 주자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미 스마트폰 9000만여대를 ODM 생산한 윙텍 물량이 더 늘면 삼성전자가 또 다른 경쟁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윙텍에 제품 컨셉트를 제공하면 잠재 경쟁사를 직접 키워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경쟁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윙텍 지분을 확보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에 계열사를 두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ODM 가격 경쟁력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윙텍이 생산한 ODM 제품 가격이 그리 싸지 않다"면서 "ODM을 늘리고도 삼성전자가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면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품질 문제가 생기면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다"면서 "제품 품질이 나쁘면 ODM 확대도 원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ODM 확대 계획이 알려지면서 협력사 사이에선 우려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계획처럼 현재 10% 미만인 ODM 비중을 내년에 최대 30%까지 늘리면 물량 감소 영향을 받지 않는 업체는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ODM 제품에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쓰지 않기로 하면서 협력사 위기감도 커졌다. 자체 AP도 쓰지 않는 마당에 삼성전자가 협력사 물량을 챙겨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